[Vol.60] 🥦 글래스턴베리로 미리 보는 록 페스티벌 바이브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너무 덥습니다! 끈적거리고요! 어디 훌쩍 떠나고 싶은데요. 구독자 님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록 페스티벌은 어떨까요? 너무 덥지 않겠냐고요? 내내 실내에서만 있을 게 아니라면 뭘 해도 더울 테니 음악에 빠져보는 게 여름을 나는 좋은 방법이 될지 모릅니다. 이번 PRIIISM은 록 페스티벌이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해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지난 유월에 열린,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영국 글래스턴베리(Glastonbury)와 함께 말이죠!

저는 대학생이었던 2009년에 록 페스티벌을 처음 가봤어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었죠. 이후 빠뜨린 게 없다면 모두 여섯 번 다녀왔네요.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빵빵한 소리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즐기고, 잘 몰랐던 매력적인 뮤지션을 발견하며, 일상을 떠나 하루 종일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등이 록 페스티벌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독 콘서트와는 또 다른 재미죠. 대개 며칠에 걸쳐 이어지고 캠핑을 하는 관객들도 있으니 록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축제 느낌이 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은 인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입니다.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시초로 해서 200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죠. 다만 최근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되어야 했습니다. 뮤지션과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공연으로는 3년만인 셈이죠. 이렇게 록 페스티벌이 돌아옵니다, 마침내. 8월 5일부터 3일 동안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다고 하니 보다 많은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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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 Shop Boys - It's A Sin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올해야말로 록 페스티벌에 가겠노라 기대에 차 있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라인업이 공개됐다. 세상에, 오아시스(Oasis)가 온단다. 이미 4월에 단독 내한공연에서 극락을 맛봤는데 불과 3개월여만에 또 볼 수 있다는 소리.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가 파투를 내며 혼자 가야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아무렴 상관 없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록 페스티벌에 오아시스라니 고민할 게 없었다. 가보자고!

첫 록 페스티벌에서 환희에 젖어버렸으니 이듬해를 기다리는 건 당연했다. 라인업에 따라 펜타포트, 지산, 부산 등 어느 페스티벌에 갈지만 결정하면 됐다. 맙소사, 지난해 오아시스를 모셨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올해는 뮤즈(Muse)를 섭외했다. 게임 끝, 올해도 지산으로 간다! 언니네 이발관과 장기하의 얼굴들도 나오겠다, 이번에는 하루가 아닌 이틀 권으로 표를 끊었다. 이제 남은 것은 축제를 만끽하는 일.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라는 헤드라이너가 궁금해졌다.

우리들 중 적어도 반 이상은 펫 샵 보이스의 노래를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저것도 소심하게 잡은 수치지, 실제 조사한다면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왜냐면 '한국 오오오오오~ 한국 오오오오오~"하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가 멜로디가 바로 이들의 <Go West>라는 곡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적확하게 말하자면 이 곡은 미국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이 원곡자이긴 하나 펫 샵 보이스에 의해 더 널리 알려졌다.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도 펫 샵 보이스 버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하여간 당시 나는 펫 샵 보이스라면 <Go West>라는 곡을 불렀단 사실과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 좋아하는 뮤지션이란 점밖에 몰랐다. 기왕 보기로 했으니 유명한 곡을 좀 듣고 가볼까 했는데, 웬걸 너무 좋았다! 실제 축제 현장에서 경험한 이들의 음악과 무대는 굉장했다. 신시사이저가 세련됐고 닐 테넌트(Neil Tennant) 목소리는 꿀을 발라놓았나 싶을 정도로 달큰했다. 거기다가 곡에 맞춘 레이저와 소품 등 무대 연출이 곁들여지니 정말 페스티벌이란 이름에 걸맞는 뮤지션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축제였다.

🥦 Jack White - Seven Nation Army

뮤지션과 노래 이름이 낯설더라도 일단 들어보면 귀에 익을 확률이 높다. '둥 두둣뚜뚜 둥 둥' 하는 기타 리프가 핵심이다. 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다시 높은 확률로 그 들어본 경험은 (또) 축구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 노래를 부른 뮤지션의 모국인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 축구팀에서도 이 노래를 응원가로 활용하고 있다. 득점이 터지면 이 곡이 나오고, 홈 팀 관중들이 다같이 방방 뛰면서 멜로디를 떼창하면 분위기가 불끈 달아오른다.

우리나라 프로 축구 K리그에서도 전북 현대, 대구 FC, 수원 FC 등이 응원가로 쓰고 있으며 농구, 게임에서까지 두루 활용되고 있으니, 이쯤되면 <Seven Nation Army>는 2000년대 들어 나온 가장 성공적인 기타 리프이자 떼창 곡이라도 해도 무리 없을 것 같다. 사실 <Seven Nation Army>는 이렇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는커녕 싱글 발매조차 안 될 뻔했다. 레코드사 관계자들 반응이 시원치 않았기 때문. 그럼에도 곡을 쓴 잭 화이트(Jack White)가 우겨서 싱글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신의 한수였다.

뭐니 뭐니 해도 록 페스티벌의 매력은 음악이고, 특히 수많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이 <Seven Nation Army>는 그 훌륭한 사례다. 기타 리프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떼창이 이어진다. 압권은 3분 25초부터다. 간단한 멜로디 하나만으로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다니, 이런 게 음악의 힘인가. 앞서 이 곡이 얼마나 널리 활용되는지 설명했지만 몰라도 괜찮다. 이 영상이 채 끝나기 전에 당신도 이미 마음 속으로나마 이 영상 속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지 않을까. '오 오오오오 오 오'

🥦 Bille Eilish - Oxytocin

록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다른 오프라인 공연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미 마룬5(Maroon5), 프렙(Prep.), 케이시(Keshi) 등 여러 뮤지션들의 공연 소식이 전해졌다. 그중에서 가장 '핫'한 공연이라면 단연코 바로 이 사람, 빌리 아일리시(Bille Eillish)를 꼽아야 하겠다. 오는 8월 15일에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인데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둘 다 광복절에 열리게 되었다.

올해 우리 만 나이로 불과 스물하나에 불과하지만 빌리 아일리시는 이미 자기만의 음악 색깔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에 발매된 첫 정규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만으로 단박에 정상을 밟았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본상 4부문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데뷔 앨범이 워낙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탓인지 두 번째 앨범 [Happier Than Ever]는 상대적으로 반응이 부진하지만 빌리 아일리시는 현 시점에서 가장 날 나가는 뮤지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은 마치 스릴러 영화 같다.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 그리고 앨범 커버까지 몽환적이고 음산하며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 독보적인 스타일은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친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Finneas O'Connell)의 합작품인데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음악 작업이 침실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연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Bad Guy>나 <Oxytocin> 같이 비교적 비트가 있는 곡을 부를 때는 방방 뛰며 무대를 누비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공연 영상을 보다 비로소 실감했다. 빌리 아일리시 2001년생이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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