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30] 🥦 (What's the Story) Oasis Glory!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저는 지금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을 마치고 런던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입니다. 인천에 도착하면, 곧장 고양종합운동장으로 가야해요. 지난해 예매 후 1년, 아니, 2009년 해체 후 15년만에 재결합한 오아시스(Oasis)의 내한 공연을 봐야하기 때문이죠. ('내한 관람'이랄까요) 그런데 지금 기대보다 불안이 더 큽니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타서 인천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원래 계획보다 충분히 지연된 상황인데, 이제 조금이라도 변수가 더 발생하면 제때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일정은 한 시 반쯤 인천공항에 내리고, 로이🍄 집에 짐을 맡기고 샤워도 하고 (열 시간 넘는 비행의 피로야 어쩔 수 없겠지만) 말끔한 모습으로 공연장에 갈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귀국행 비행기를 타는 당일 아침, 숙소 근처 공원을 기분 좋게 달리고 있는데 비행기가 무려 14시간 지연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지 뭐예요?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14시간 지연된다는 것은 곧 오아시스 공연을 못 본다는 소리였거든요. 즉시 달리기를 멈추고 동료에게 소식을 알리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전화와 메시지와 애타는 기다림으로 점철된 세 시간여 진통 끝에 항공편을 변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런던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도 30분 지연되었습니다. 그래요, 정말로 여기까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더 미뤄지지만 않으면 딱 맞게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유에 대기 시간 포함 총 18시간 여정의 피로는 그때 가서 감당하기로 하고, 일단 공연장에 시간 맞춰 가는 게 급선무입니다. 캐리어를 물품보관소에서 받아줄까요? 어쩌면 캐리어를 옆에 끼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공연만 무사히 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편지가 발송되는 23일 목요일이면 이미 공연 이틀 뒤죠. 자, 저는 오아시스 공연을 무사히 봤을까요?

이번 PRIIISM은 추석 연휴 즈음부터 현재까지 자주 듣는 곡들로 꾸렸습니다. 오아시스의 곡도 물론 하나 포함되어 있죠. 그럼 음악 들으러 가보시죠. 일교차가 매우 크니까 건강 잘 챙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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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sas - Dust In The Wind

이게 이렇게 좋은 곡이었어? 재발견하게 되는 곡을 만나곤 한다. 요즘 내게 <Dust In The Wind>가 정확히 그런 경우다. 이 곡은 미국 록 밴드 캔자스(Kansas)의 1977년 작 [Point of Know Return]에 수록된 그들의 대표 곡이다. <Dust In The Wind>는 소위 ‘올드 팝송’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타를 어느 정도 배워본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노래를 관통하는 감미로운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데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연주해야 하는 ’쓰리 핑거(Three Finger)‘ 주법의 교과서 같은 곡이다.

옛날엔 그저 쓰리 핑거 주법을 익히기 위해서만 이 곡을 접했다. 최근에서야 <Dust In The Wind>를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문득 제목에서 풍기는 회한, 허무 같은 감정에 끌려서였던 것 같다. 실제 가사 의미도, 음악에서 배어나는 감상도 그러하다.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이 모두 바람에 실린 먼지처럼 희미해지고 마는 걸까. 그 길고 뜨거웠던 여름이 온 데 간 데 없이 서늘한 계절이 되어버렸다.

🥦 조용필 - 고추 잠자리

올 추석은 길었다. 연휴 동안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봤고(실로 굉장한 작품이었다) 모처럼 좋아하는 장소에도 방문했다. 반가운 사람과 대화를 했고 낯선 사람과도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만 연휴 동안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조용필, 특히 <고추 잠자리>를 말해야겠다. 연휴 전 봤던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단연코 압도적이었던 장면에 <고추 잠자리>가 삽입되었는데, 나는 대번에 이 곡에 꽂히고 말았다. 거기다가 때마침 연휴 중에 공중파 방송사에서 조용필 콘서트를 방영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조용필을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공연을 시청했는데 <고추 잠자리>에 아주 그냥 흠뻑 빠지게 되었다.

도입부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생각나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같으면서도 부모님 세대 대중가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신파 감성이 풍긴다. 그러다 "아마 나는"하고 첫 소절이 울려퍼지면서 곡이 훵크(Funk)한 리듬으로 변모하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다 "엄마야~"하는 가사의 위력도 대단하다. 이는 분명 퀸(Queen)의 그 유명한 <Bohemian Rhapsody> 이후 가장 강렬한 엄마 호출일 테다. 이후 다시 곡조가 바뀌며 이번엔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 풍으로 변침한다. 아아, 이렇게 실험적이고 독특한 전개라니, 과연 '가왕'이구나. 이제나마 이 곡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가.

🥦 Oasis - Slide away

<Slide Away>는 오아시스의 기념비적인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에 수록되어 있다. 원래 이 곡을 워낙 좋아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오아시스 곡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청춘'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소싯적 리암 갤러거 목소리의 매력이 더없이 잘 드러나는 곡이고, 노엘 갤러거의 기타 솔로도 빼어나며, 가사도 좋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무려 로맨틱하다! "Now that you're mine / We'll find a way of chasing the sun / Let me be the one that shines with you" 물론 이런 가사는 오아시스 곡 중에선 대단히 드문 경우다.

이번 출장 복귀 항공편 지연 사태를 겪으면서 <Slide Away>는 내게 더더욱 남다른 곡이 되어버리게 되었다. 이 곡 후반부 가사 때문이다. "I don’t know I don’t care / All I know is you can take me there" 마음을 후벼 판다. 이걸 공연에서 들으면 어쩔까? 아직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슬픈 곡이 아닌데 공연을 보며 우는 사람들을 볼 때면 늘 그 감정, 어쩌면 거기 담겨 있을 사연이 궁금했다. 글쎄, 서문에서 간단히 한 문장으로 정리했지만, 복귀 당일 터진 지연 사태에 항공사와 여행사를 오가며 통화하고 경유편 항공권으로 변경해서 귀국한 뒤 곧장 공연을 보러가는, 이를테면 '내한 관람' 시나리오라면 눈물이 터질 만큼 감격할 만한 사연이 되려나. 어떨지는 역시 그 상황에 가봐야 알 것 같다.

***

썸네일 사진에서 이미 보셨듯, 공연 무사히 잘 봤답니다. 가까스로 공연장에 정시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인천에 내려서 캐리어가 언제 나오나 학수고대하고, 퇴근길을 헤치고 공연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초조해하고, 공연장을 찾은 인파로 발걸음을 재촉할 수 없어 불안해하던 것도 모두 극적인 후일담이 되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설 때와 앞서 소개한 <Slide Away>, 그리고 일찍이 PRIIISM에서 가장 아끼는 오아시스 곡이라 소개했던 <Live Forever>가 연주될 때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곡들에선 방방 뛰고 가사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환호했고요. 잘 마무리 되어 기분 좋게 소식 전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여러모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되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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