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번 시리즈 마지막화입니다.
4번까지 하나하나 알지만 평소 깊게 생각하긴 쉽지 않은 주제였을텐데요. 어떠셨나요? 구독자님 자신이나 팀원, 동료들에게 대입해 보셨나요? 전 개인적으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삶을 살아가는 질문으로 잘 써먹고 있답니다. 삶으로 확장시켜 보면 사람, 관계, 환경 등 저희 선호와 취향, 원칙까지도 가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다 아는 얘기라 오히려 깊게, 자주 생각하긴 어려운 것들이 많을 거에요. 이런 것들이 뭐가 있는지 가끔 레터의 주제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5, 6번. 해야 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이야기 합니다.
네이버에 의무라는 의미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 해야 한다, 의무란 말의 핵심 키워드는 강제력일 겁니다. 강제력이란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힘을 말하구요. 의무의 무(務)는 힘쓸 무이기도 해요. 종합해 보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조직에서 이런 말 종종 듣지 않으시나요?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니,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지"
"조직에서는 해야 하는 일이 존재해. 누군가는 해야 하고"
좀 더 빈번히 나오는 상황은 전자이지 않나요? 왜 일까..
어떤 피드백이 나올 때 빈번하게 특정 상황에서 언급되는 얘기들이 있어요. 해야 하는 일, 하기 싫은 일이 딱 그런 케이스죠.
대부분 '나는 하기 싫은데' 하는 일을 해야 할 때, 상대가 선뜻 받아들이지 않음을 알면서도 시켜야 할 때 저런 피드백이 자주 나오곤 하거든요.
또 어떤 상황이 있을까요? 해야 하는 일의 우선순위나 중요도, 긴급도가 있음에도 그 일이 아닌 다른 일에 더 에너지를 쏟을 때도 종종 나오는 말입니다. 이런 경우는 본인이 잘 못해서, 재미 없어서, 다른 일이 더 익숙해서, 다른 일이 더 하고 싶은 일이라 같은 이유들로 리더나 조직이 해야 한다 인식하는 일을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정리해 보면 개인 혹은 일반적으로 굳이 내가 하고 싶지는 않은 일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럼 해야 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좀 더 구분해 볼까요?
최악은 할 필요도 없고 하기도 싫은 일이겠죠. 이건 싸우든 뭐라 하든 없애든 시도라도 해보겠는데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일일 때가 조직에서 갈등을 더 자주 유발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 하기 싫다 말할 명분도 약해요. 거의 유일한 명분이라면 그걸 왜 내가 해야 하느냐 정도?
회사에서 일이란 팀으로 운영되고 팀으로 운영된다는 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톱니바퀴의 크기와 힘은 제각각이고 어떤 건 중심에서 전체를 돌리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구석 어딘가에서 티 안 나게 돌아가기도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일은 주로 구석 어딘가의 작은 톱니바퀴 같은 일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메인 바퀴라 그 책임이 두려워 하기 싫을 수도 있고 메인 바퀴 옆에서 보조 바퀴처럼 돌아가는 그 다음 큰 바퀴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비중을 갖지만 메인은 아니라서 싫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각 항성 주변을 도는 위성처럼 각 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붙어 있는 자잘한 작은 바퀴들이 있습니다. 티는 안 나는데 제대로 기능 못하면 삐걱거리거나 전체가 돌지 못할 수 있는 것, 이런 게 보통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싫어하는 일일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고 주목 받길 원할 겁니다. 누가 대단히 알아주고 떠받들어서가 아니라 내 일의 존재감이, 그 일을 하는 나의 존재감이 있길 바라는 거죠. 성향상 더욱 도드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성향상, 능력상 반대의 상황이 있을 수도 있구요.
해야 하는 일은 그럼에도 어쨌든 중요한 일의 진행과 성과를 위해 존재하는 일입니다. 바로, 일에 명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하기 싫은 일을 좀 더 분리해 볼까요?
하기 싫은 일은 윤리적으로 용납 안 될 수도 있고, 내 능력이 안 되어 회피하고 싶어 밀어내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해봐야 티도 안 나고 못하면 질책만 받는 일이어서이기도 합니다. 적당히 일하고 싶은데 너무 많은 걸 해야 해서 싫을 수도 있고 대체 저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필요나 방법이 틀렸다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해야 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일에 명분이 있는가?」.
앞에서 해야 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은 종종 세트처럼 언급되곤 한다 했습니다. 이걸 구분해야 하는 건 해야 하는 일은 말 그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일엔 이유가 많아요. 해야 하는 일은 그 일을 해야 하는 why를 조직이나 리더가 명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기 싫은 why를 담당자가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도 차이라 할 수 있겠죠.
위 그림에서 붉은색 원 안의 작은 파란색 톱니바퀴를 보겠습니다.
저 바퀴는 있으면 좋은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변의 큰 바퀴들끼리 맞물려 돌아갈 때 좀 더 매끄럽게 이어줄 지는 몰라도 없다 해도 다른 바퀴들이 돌아가는 데에 별 지장이 없어요. 있어도 좋다 해서 그 영향이 미미할 때죠. 혹은 더 작은 톱니바퀴들이 사이사이에서 제대로 맞물리지도 못한 채 그냥 존재해 멈춰있거나 혼자 돌고 있을 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경우라면 그 일은 해야 하는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아닌 하지 말아야 하는 일, 개선해야 하는 일이 됩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이 혼재되어 언급될 때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정작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유로 폄하되거나 놓치기 쉽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안 해도 되어 싫다는 걸 개인의 선호와 성향으로 치부하며 해야 할 일로 인식할 때입니다. 이러면 굳이 불필요한 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을 개선 없이 하던 대로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일을 부여 받고 하기 싫은 생각이 든다면 담당자는 내 안의 why를 잘 들여다 보시길 권합니다. 리더나 조직은 담당자의 why에 더해 해야 하는 일이 맞느냐를 면밀히 들여다 보는 것에 좀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서로 납득할 수 있어야 '기꺼이' 잘해낼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 혹은 다른 동료는 하기 싫어하던가요? 여러분 혹은 조직은 해야 할 일을 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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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슬기
오늘의 밑줄: 해야 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일에 명분이 있는가?」. Why we have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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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직장내 갈등의 대부분이 우리가 하는 '일'에서 많이 나타나는데요. 일을 바라보는 시선, 관점이 다르면 목표 달성도, 팀빌딩도, 일하는 시스템이나 방식도 함께 정렬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HR이 보다 일을 대하는 각 구성원의 시선이나 관점을 사업에 맞추어 납득할 수 있도록 일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프로브톡
네, 그래서 HR 특히 스타트업의 HR은 달라야 한다 생각합니다. 제도나 규정이 아닌 구조와 커뮤니케이션이 메인이 되어야 한다구요😊
이수진
음, 아직 스타트업은 조직 내 구조가 짜여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래서 구조를 빌드업 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인 거고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고객을 확보(조직목표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또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구조는 필수적인거죠. 다만 대기업은 이미 짜여진 구조가 있고 구조를 바꾸기란 힘들기 때문에 그 안에서 직책자들이 보다 구성원의 일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나 규정으로 최소의 지침을 주는 것이겠지요?
프로브톡
네 맞아요.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초기부터 인사체계니 잡아야 한다는 말에 전 동의하진 않아요 현실적으로 변동사항은 너무 많고 한 번 만든 제도는 운영도 없애기도 쉽지 않아서요. 일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구조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겠지요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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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게
"명분"이란 "이유", "목적", "당위성" 등과 같은 의미겠지요? 아래 댓글에도 말씀하셨듯이 어쩌면 명분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건 "명분을 이해시키고 동의를 얻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합니다. 분명한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근데 내가 왜?"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같은 일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프로브톡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구조와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거기도 합니다. 명분이 진짜 있다는 건 본인만이 아니라 상대에게도 납득될 때 인정 가능하니까요. 명분이 있어도 실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의미 없을 것이기에 일이 돌아가는 구조를 강조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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