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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BUSBAGMAN'S STRIDE | Mar. 2026

일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6.04.01 | 조회 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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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BUSBAGMAN

INDEX

 

  • Intro - 목소리를 잃은 사람에게 온 봄 🌸
  • #1. 당근이 매너온도를 포기한 이유 🥕
  • #2.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관습적 디자인의 힘 🛗🐕
  • #3. 하나은행 앱이 죽었습니다 🪦
  • #4.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지키려는 품위에 대하여 📖
  • Outro - 툭, 쓱 예상하지 못한 위로 🍀

 


 

구독자님, 3월은 어떠셨어요?

목련과 벚꽃이 동시에 피는 모습을 보며 온난화를 겪는 지구의 마지막 선물인가 싶으면서도

하얗게 핀 벚꽃과 그 벚꽃의 모습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좋습니다.

 

저는 3월, 가장 잔인한 봄을 맞이했습니다.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후두염과 성대염으로 3주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날들을 보내는 중입니다.

 

사람이 말을 하지 않을 때 생기는 변화를 하나씩 경험하는 중인데,

회의를 할 때 침묵해야 하고 통화를 할 수가 없으니 서로 답답합니다.

일을 할 때 참 말을 많이 하는구나, 상대의 이야기에 소리로 반응을 못하니 참 속상합니다.

 

그럼에도 '품위'를 지켜야겠다라며 다짐했던 한달입니다.
품위는 삶의 주인공이자 목격자가 나 자신이라는데에서 오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것,

종이컵이 1개 남아 있을 때 다음 사람을 위해 물을 마시지 않는 것,

영화를 보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

주차를 할 때에는 기둥에 최대한 붙여서 다른 차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

 

그런다고 지구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효율도 떨어지지만,

뭐 그렇게까지 싶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것.

 

아래는 지난 트레바리 모임의 발제문에서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멤버들에게 전한 편지입니다.

구독자님에게는 이 봄이 찬란하길 바라며 1달 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셨어요, 저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레드버스백맨입니다.

 

김겨울, 『책의 말들』 중에서
김겨울, 『책의 말들』 중에서

 

3월 마지막 금요일에 뵙습니다. 안녕하셨어요. 3월은 어떠셨어요.

 

저는 지난 2번째 모임일까지, 2월 한 달을 안식월로 보내고 3월에 복귀했습니다. 3월은 봄이었는데 가장 외로운 봄이었습니다. 지독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말은 "밥 한 번 먹어요", "커피 한 잔해요"와 비슷합니다. 그냥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인사인데, 열이 나고 기침이 나서 잠을 못 자는 날이 하루이틀 지나면 왜 그리 힘들던지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 방의 창문이 점점 벽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성대에 결절이 생긴 줄 모르고 감기약만 먹으며 보낸 시간이 바보 같았고, “감기 조심하세요” 대신 “병원 가서 검사도 꼭 해 보세요”라는 인사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그런데 성대에 결절이 생긴 게 노래를 부르거나 고함을 쳐서가 아니라 기침을 많이 하는데 목을 계속 사용하면 가수가 아니더라도 결절이 쉽게 생길 수 있다네요!)

 

봄에 자주 듣던 노래가 있습니다. 2004년에 나온 이소라 6집의 '봄'. 담담한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봄에는 처음으로 슬프게 들렸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또 한 살이 느네요"라는 가사도 있고요.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봄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설명했는데, 이제서야 그 말을 이해할 것 같다니요. 배워서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한가 봅니다.

 

중요한 보고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준비한 것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듣기만 하고, 질문을 받아도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다는 모순. 고독하고도 잔인한 날들이었습니다. AI가 나의 쓸모를 대체하기 전에 내가 AI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새로 나온 도구, 기술을 익히는 동안 제 책상에는 아침, 점심, 저녁이라고 쓰인 약 봉투 안에 색깔도 어쩜 그리 예쁜지 보석 같은 알약이 놓여 있습니다. AI는 감기에 안 걸리게, 아니 감기에서 빨리 낫게 해줄 수는 없는 거구나.

 

혼자 독립해서 쓸 수 있는 큐브룸을 맡기 위해 새벽에 출근해서, 하루를 작은 방 안에서 보냈습니다. 그 시간이 편안해질 때쯤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면 해결이 어려운 일들 - 통화, 보고 - 이 밀려들었고, 나의 쓸모가 조용히 가라앉는 것(혹은 그런 착각들)이 보였습니다. 구멍이 나지 않았는데도 내려가는 풍선처럼. 그럴 때 잠깐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었습니다. 속으로 낸 소리는 왜 바깥으로 울리지 않는 것인지요.

 

아, 다시 글을 써야겠다. 다시 접어 둔 에세이를 써야겠다.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는 말처럼, 3월에는 책을 읽었습니다. 김겨울 님의 『책의 말들』에 적힌 "개방과 고립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삶(p.149)"이 이런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며 저는 다시 연결되고 있습니다.

 

 


 

#1. 당근이 매너온도를 포기한 이유 🥕

 

2022년에 제 홈페이지에 쓴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올해 열심히 해보려고 발행했던 글을 인스타그램에 맞춰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3,500회의 조회수와 77회 공유하기를 달성했습니다.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트위터에 올렸더니 20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는 걸까요? 그 옷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 더 부지런히 쓰고 부지런히 공유해야겠습니다. 정답이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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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관습적 디자인의 힘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무엇일까요?
버스? 지하철? 기차? 택시? 아, 자전거?

정답은 엘리베이터입니다.
오티스(Otis) 엘리베이터만 하더라도 매일 25억 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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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관습적 디자인일까요? 관습을 깬 디자인일까요?
관습과 무관하게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디자인일 때가 많습니다.

우린 엘리베이터 버튼을 잘못 눌렀을 때 그걸 어떻게 취소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쓸 수 있는 건 '다시 누르면 취소된다'라는 학습된, 관습적 디자인입니다.

모든 관습적 디자인을 깨는 것이 사용자에게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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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나은행 앱이 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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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보안 정책상 서명 키(signing key)가 다르면 기존 앱의 권한을 승계하는 업데이트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라는 것이 구글의 기본 가이드입니다. iOS도 유사합니다. 식별자(Bundle ID)가 변경되면 별개의 앱으로 취급되며, 기존 사용자를 자동으로 이전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빠르게 만들고 실패하면 다시 만들면 된다라는 것에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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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지키려는 품위에 대하여 📚

 

이 책을 시작할 때 저자는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라고 적었습니다. 저는 리서치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합니다. 많은 경우 만드는 이는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만드는 일을 하며 사용자를 잘 안다고 가정하니까.

직급이 높을수록, 고객을 직접 대면해 본 적이 있는 경험이 있다면 이런 오류는 더 쉽게 나타나곤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기억하는 고객은 그 목소리가 가공되어 있거나 시의성이 떨어집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기 어려워하는 많은 이들은 고양이 귀에 캔디를 넣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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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함께 나눈 지적 대화의 쿠키들 (김겨울, 『책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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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손편지를 쓰는 사람

 

그럼에도 효율이 비효율을, 편리함이 물성을 대체하는 시대입니다. 영화도 줄여서 보고, 책도 유튜브에서 1.5배속, 2배속으로 보는 시대에 종이책이라니요? e-ink가 개발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종이책을 고집하시나요? 무한 스크롤이 익숙한 시대에 유한한 책이야말로 인간이 안심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적 쾌락의 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넘길 때 느껴지는 감각, 그 책이 내 가방에 (심지어 거의 읽지 못하고 들고 나갔다 그냥 들고 들어오는 날도 있지만) 있다는 사실만으로 괜찮은 기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설렘 3초, 5초, 1분으로 하루를 살아가곤 합니다.

 

무한 스크롤의 시대에 한계가 있는 것들에 안도감을 느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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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간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을 낸 장강명 작가의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AI로 세상이 바뀌는 이 시점에 벽돌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답을 조금 찾은 것 같아요. 대학교재를 들고 다니던 때에 그 책들을 한 손에 들고 사물함에서 강의실로 뛰어가던 날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법전 같은 책을 들고 고시를 준비하던 선배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다들 잘 지내겠지요?

 

벽돌책 완독은 다른 행위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의 사고체계에 가해지는 일종의 충격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은 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장강명

 

영화 Her (2013, 스파이크 존스 감독) — AI가 대체하는 시대를 그린 영화의 남자 주인공 직업은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었다. ©REDBUSBAGMAN
영화 Her (2013, 스파이크 존스 감독) — AI가 대체하는 시대를 그린 영화의 남자 주인공 직업은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었다.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에서는 틈틈이 AI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떠올리면서 자주 등장하는 영화가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Her인데요. 이 영화가 2013년 작입니다. 그리고 LA가 배경이었는데 2025년 정도를 추정하며 그리고 있어요. 올해가 2026년인데!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AI 여자친구, 사만다를 기억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연기를 했지요. 남자 주인공 시어도어 트웜블리(호아킨 피닉스)의 직업은 무엇인지 혹시 아시나요?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었어요. 재밌지 않나요? 우리가 AI가 많은 것을 대체한다며 떠올리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 직업은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라는 것. 손편지야말로 효율로 판단할 때 존재가치가 부정되기 쉬운 일이지만 우리의 삶은 비효율에 감동을 느끼며, 비합리성을 통해 로봇과 다름을 증명하는 것만 같습니다. 김겨울 님의 『책의 말들』을 2021년에 읽고 2026년에 다시 읽는 것도 AI가 볼 땐 이해하기 어려운 비효율적인 일이겠지요? 물론,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겠지만.

 

많은 낭만은 비효율에서 오고, 비효율을 선택하는 것만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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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 툭, 쓱 예상하지 못한 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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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본 '용인 집주인'의 메시지를 보고 위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위로란 무엇인가? 위로를 하는 이와 받는 이 사이에는 어떤 관계성이 필요할까? 그러다 첫 회사를 퇴사할 때 같은 팀에 계신 한 수석님이 준 편지의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함께 일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어디서든 잘하실 테니까 응원할게요. 나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러길" 담백한 이 문장은 일을 할 때마다 한 번씩 생각이 났어요. 예상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 툭 건네는 따뜻한 말. 무심한 것 같지만 쓱 그 자리에 채워지는 말의 형태를 지닌 마음의 퍼즐. 이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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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땡땡

    0
    약 6시간 전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따뜻한 4월이 왔으니 얼른 나으시길 !!! 응원 드립니다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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