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일을 하면서 의식해야 하는 10가지
- 트레바리에서 밑줄 친 문장들의 모음집
- AI 시대의 UX 리서치
- 일을 하면서 지속하고 있는 3가지 '일'
-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오니까
- Outro
구독자님 봄이에요. 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달아요. 회색과 갈색 사이에서 초록이 보이고, 초록은 곧 노란색과 분홍색, 하얀색으로 퍼지면서 얼어붙었던 세상을 녹이고 채도를 높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피해가 큰 산불 앞에 다시 한번 무기력함을 느끼는 한 달이었습니다. 바람이 매섭고, 3월의 눈을 보며 지구가 아픈 이 계절에 무얼 해야 하나 가만히 생각하게 만드는 날이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만 하는 대신 어김없이 메일함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잘못된 것들이 바로 잡히길, 화마가 덮친 산과 들에서 생명을 잃은 사람과 동물, 식물의 아픔에 닿기 어려운 위로를 전하며 봄이 상처를 서서히 낫게 하길 바랍니다.
#1. 일을 하면서 의식해야 하는 10가지
계속하던 대로만 하지 않습니다. 도구에 매몰되지 않고 목적에 집중합니다. 모르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모릅니다", "알려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의견을 자주 바꿔도 괜찮습니다. 틀렸다고 생각하면 인정하고 의견도 편안하게 바꿉니다. 의식적으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구할 때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전합니다. 실수하고 나면 기록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종종 기억되지 않습니다.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의식합니다. 하루에 1번은 30분 이상 신선한 공기를 마십니다. 소비로 자존감을 채우지 않습니다. 소비로 자존감을 채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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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레바리에서 밑줄 친 문장들의 모음집
이번 주에는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5 첫 모임을 시작합니다. 매 시즌은 4개월이니 이번 시즌까지 어찌어찌 꾸역꾸역 마치면 20개월 동안 쉬지 않고 모임을 갖는 겁니다. 기록에 집착하는 건가 쉽지만 나태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매달 1권의 책을 두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적 대화'라고 포장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그러니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정기적으로 느끼게 하는 시간입니다. 모임에서 읽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기록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에서도 구독자님과 함께 읽고 싶은 글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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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 시대의 UX 리서치
AI 시대엔 UX 리서처가 없어도 될까? UX 리서치는 사라질까?
1️⃣ AI가 실무에서 기존 유저 리서치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요?
리서치의 본질은 사용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UX 리서처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종종 '방망이를 깎는 일'로 답하는데, 좋은 방망이는 단순히 빨리 깎는 것이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함과 목적에 맞는 기능을 갖추어야 하는 것처럼, 빼어난 리서치는 빠르게 답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AI가 아무리 방망이를 빠르게 깎아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라는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말처럼, 사용자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사용자를 만나거나 관찰해야 합니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테크 업계에서 오차를 줄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속도와 정확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지만 언제나 UX 리서치의 본질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AI는 리서치를 3가지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1.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리서치 Raw Data 분석(74%), 인터뷰 녹취록 작성(58%), 리서치 질문 작성(54%)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AI에 위임하면 리서처는 가설 수립, 문제 정의, Root Cause 분석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파인딩스(Findings)에서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내는데 집중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리서치를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약 2.7배 높은 성과를 거둡니다. AI가 데이터를 정리해주면, 리서처는 예민한 시각으로 사용자 행동을 분석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3. 빠른 의사결정 지원도 가능합니다.
리포트에서는 AI 도입 후 팀 효율성이 향상되었다는 응답이 58%, 리서치 소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응답이 57%였습니다. 다만 속도를 중시하다 보면 깊이 있는 사용자 이해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리서치 질문을 정의할 때, 데이터를 요약할 때 편향이 없는지 더블체크하고, 다른 리서처와 크로스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제한된 예산과 시간 내 AI를 활용해 효과적인 리서치를 진행하는 팁이 있나요?
리서치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AI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의 본질적 목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리서처에게 중요한 '거절할 책임'과도 연결됩니다. 리서치를 하는 본질적 목적은 사용자가 '그냥' 쓸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냥요"라고 대답할 만큼 직관적인 경험을 목표로 해야 하니까요. 계속 늘어나는 AI 도구를 적절히 선택해 효과적인 리서치를 위해 고려할 점을 정리해보면,
1. 리서치 목적에 맞게 질문을 명확히 하기
AI를 활용하기 전에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왜 00을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추상적인 질문보다 "00을 발견하지 못해서 안 쓰는 걸까?", "00이 없어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 쓰는 걸까?", "유저가 00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서 안 쓰는 걸까?"와 같은 구체성이 필요합니다.
2. 업종과 조직 특성에 맞는 도구만 선별하기
기본적으로 UX 리서치는 마켓 리서치와 다르게 좁고 깊게 들어가거나,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 시장에 등장하는 AI 도구를 익히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투자 대비 효용을 고려해 꼭 필요한 도구만 선택하세요. 리서치 목적에 맞는 AI 도구를 리서치 각 단계의 부분집합으로 보고 반복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도구를 얕게 아는 것보다 검증된 몇 가지 도구를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3. AI로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선 긋기
AI는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에만 활용하고, 사용자 인터뷰, 현장 관찰, 맥락 이해와 같은 핵심 활동은 여전히 리서처가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리서치 결과를 도출하는데 AI에 의존하며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In-Home Visit'이나 '다이어리 스터디' 등 환경과 맥락이 중요한 리서치는 AI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키워드를 도출하며, 놓친 가설을 반박하는 용도로 활용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3️⃣ 현재 활용 중이거나 사용해본 것 중 가장 유용한 AI 관련 리서치 툴은 무엇인가요?
1. 리서치 준비 단계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할 때, Claude
"이 00 리서치 인터뷰 Raw Data에서 키워드를 클러스터링 해서 테이블로 전달해 줘"라고 요청하기보다 "이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용자 불편사항을 키워드, 빈도수 테이블로 전달해줘"가 더 적확한 1차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단, 도구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Claude가 제안한 인사이트를 반드시 원데이터와 대조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식의 저주'처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상대도 알 것이라고 가정하는 오류에 쉽게 빠지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포함하여 전달하는 경우를 항상 검증해야 합니다.
2. 이해관계자와 협업 할 때, Miro
최근 Miro에서 강화하고 있는 AI 기능은 브레인스토밍과 인사이트 정리에 유용합니다. 스티키 노트로 기록한 사용자 피드백을 선택한 후 AI 기능을 통해 키워드나 감정별로 자동 그룹화하여 패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어와 비교하면 한국어 데이터 처리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빠른 원격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ing)를 진행할 때, Maze
많은 리서치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도구로, Figma 프로토타입을 적용해 AB 테스트를 진행하고, AI 분석 기능으로 히트맵과 User Flow를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현상 분석일 뿐이고, 사용자의 멘탈모델, 이용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크리닝 후 IDI(In-depth Inteview)를 진행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특정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는 리포팅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일부’를 자동화할 뿐, ‘전체’ 프로세스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 도구는 리서치의 보조 수단일 뿐이며, 다만 '전체' 프로세스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현재 환경과 리서치 목적에 맞는 2-3개 도구를 선택하여 깊게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미 많은 도구가 있습니다. AI 기반 리서치 도구는 계속 새롭게 등장하지만, 너무 많은 도구를 사용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입니다. 각 조직과 업종의 특성에 맞게 2-3개의 도구를 선별하여 깊이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AI 도구는 튀김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즉, UI는 직관적이면서 분석 엔진은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무알코올 맥주는 무알코올이 아닙니다"라는 표현처럼 AI가 제공하는 '객관적 분석'에는 여전히 데이터 편향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맹점이 종종 발견됩니다. 어떤 AI 도구든 "확신 대신 의심"의 자세로 활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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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스터] 유저 리서치와 AI, 실무자 인사이트 엿보기
#4. 일을 하면서 지속하고 있는 3가지 '일'
1. 매달 1번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
구독자님과 제가 연결된 덕분입니다. '레드버스백맨'을 또는 이 뉴스레터를 어떻게 알아차리셨는지 모르겠지만 '3월에 본 것'을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매달 1번, 나름의 루틴이라고 고집스럽게 뉴스레터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씩 생각하곤 합니다. 몇 가지 단어가 맴돌기도 했지만 이내 적었다 지웠습니다. 특별한, 마땅한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좋아서 보내는 것이고 보내다 보면 매일 적는 일기는 아니어도, 매달 적는 일기이자 관찰한 것에 대한 기록이니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어떤 일은 바라는 것이 없어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기분 좋은 일들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2.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두손으로 잡는 일
나의 시행착오를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표본이 되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만으로 타인의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행착오란 나의 경험과 고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일의 슬픔과 대단하지 않음입니다. 하나의 표본은 15년째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UX 컨설턴트, UX 디자이너를 거쳐 UX 라이터와 리서처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대단한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업계에 많아져야 시작할 때 고민을, 시작한 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손 내밀어주세요. 손 내밀면 닿는 거리에 있겠습니다.
3. 사용자로서 공공 서비스 개선에 참여하는 일
UX(User eXperience)하는 사람, 사용자 경험을 관찰하고 더 쉽고 유용한 경험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직업인으로서 공공 서비스를 나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등에서 만드는 대국민 서비스가 국민 누구나 더 쉽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앞으로도 서비스 개선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자꾸 일을 벌이는 것 같지만, 그런 마음에서 대한민국 정부 UX 혁신을 위한 자문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2023년부터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 과제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작년에는 KRDS(Korea Design System), 디지털 정부서비스 UI/UX 디자인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일관성 없고 복잡한 공공 웹, 앱, 키오스크까지 사용자 눈높이 맞게 개선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정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정부의 UI/UX 가이드라인 개발과 배포, 디자인시스템 구축은 새벽배송처럼 눈에 확 띄게 삶을 나아지게 하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UX 업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 그 걸음을 함께 하는 것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가이드라인이나 디자인시스템의 핵심은 사용자 1(국민) 뿐만 아니라 사용자 2(정부24, 국민건강보험 등 행정기관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리서치하고, 현재 디자인시스템이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해 쓰임새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날들이 이어질 때마다 취약해지고 머뭇거려집니다. 그럼에도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낯선 이에게 친절할 것,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사용자로서 참여할 것. 이런 마음을 딛고 2025년에도 더 나은 공공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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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오니까
체력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갭을 줄이는 거예요"라는 말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원문 제목은 "40대 이후엔 체력전이다"인데,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은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니까, 다정하려면 체력을 길러라'는 명제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전 구글 디렉터 정김경숙 님이 체력을 가꾸는 이유, 나노운동을 통해 "시간이 없다"라는 핑계를 멀리하는 이유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실 정김경숙 님이 유명해진 건 구글에서 17년 일하다 갑자기 해고당한 이후 주 80시간의 육체노동을 택하며 '트레이더조'에서 일하며 스몰토크를 하는 경험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서부터였는데요. 점심시간 1시간을 활용해서는 리프트로 라이드헤일링을 하며 다리는 쉬면서 또 일을 했죠. 트레이더조 일이 끝나면 곧장 스타벅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즐겁게 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정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의도를 의심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것 같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다정함은 누구나에게 필요합니다. 스스로에게 다정할 만큼 체력을 기르고 나면, 남는 체력으로는 이방인에게도 다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이 아티클 덕분에 낯선 이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었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3월에 본 것은 3월에 찍어두고 앨범에 담아둔 3장의 사진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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