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REDBUSBAGMAN'S STRIDE | Feb. 2026

일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6.03.06 | 조회 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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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2014년과 2026년
  • #1. 2월의 메모들
  • #2. 아이폰을 만든 조니 아이브가 페라리에 바늘을 심은 이유
  • #3.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거나 더 적극적으로 배우거나
  • #4.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 '차별'과 '차별화'에 담긴 본성
  • #5. Google이 말하는 AI를 ‘똑똑한 파트너’로 만드는 3가지 방법
  • #6. 유용한 AI는 침묵을 지킬 줄 안다
  • Outro -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하는 3권의 책

 


 

구독자님, 3월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저는 2월에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내고 3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엔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제가 함께 만든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가 iF Design Award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젠 수상 소식을 들으면 기쁘기보다 먼저 돌아보게 됩니다. 처음 이 상을 받았던 때는 2014년이었어요. 삼성SDS에서 처음으로 받은 상이라 뮌헨 시상식에도 다녀왔는데, 그땐 마냥 기뻤습니다. 그런데 12년이 지나 이젠 수상 소식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그때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인지, 다음엔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먼저 떠올립니다.

 

'함께 만들었다'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지 선정과 매입, 인허가, 철거, 건축 설계와 시공, 인테리어 설계, 운영·임대(Leasing) 정책 설계까지 - 대규모 공간·UX 프로젝트는 여러 공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결코 한 조직이나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에서는 모교 서강대학교와 협업해 민자기숙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협업 방안과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졸업 후엔 처음으로 캠퍼스를 매일같이 찾았습니다. 캠퍼스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레드버스를 타고 통학했던 날들도 떠올랐습니다. 졸업 후 일하는 한 동문으로서 부족한 기숙사 공간을 확충해 후배들의 캠퍼스 생활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함께한 모든 동료들의 애씀에 감사를 전하며, 더 겸손하겠습니다.

 

파트너십

  • 건축설계: NEED건축사무소
  • 건축시공: 반도건설
  • 인테리어설계: studio fragment
  • 인테리어시공: 은민에스앤디

 

2014년엔 삼성SDS에서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던지라 독일 뮌헨 시상식에도 다녀왔습니다. 퇴근 후 개인시간을 쪼개 함께 출품을 준비했던 인형, 일하 선배는 일을 하다 막막할 때마다 떠올리는 사람으로 12년째 남아있습니다. ©REDBUSBAGMAN
2014년엔 삼성SDS에서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던지라 독일 뮌헨 시상식에도 다녀왔습니다. 퇴근 후 개인시간을 쪼개 함께 출품을 준비했던 인형, 일하 선배는 일을 하다 막막할 때마다 떠올리는 사람으로 12년째 남아있습니다. ©REDBUSBAGMAN
2026년 수상한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14층 COOKING. '더 나은 도시생활'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받은 올해의 상은 함께 만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 겸손하겠다는 다짐의 계기입니다. ©REDBUSBAGMAN
2026년 수상한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14층 COOKING. '더 나은 도시생활'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받은 올해의 상은 함께 만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 겸손하겠다는 다짐의 계기입니다. ©REDBUSBAGMAN

 

 


 

#1. 2월의 메모들

 

과거가 미래를 구한다는 마음으로 틈틈이 메모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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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성이 있는 일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

시크한 8살 차우차우 공주님 🦁 ©REDBUSBAGMAN
시크한 8살 차우차우 공주님 🦁 ©REDBUSBAGMAN

 

물성이 있는 일을 함께 해야 한다.

2월엔 홈페이지 최적화와 디버깅을 OpenClaw에게 맡겼다.

이걸 제대로 해내도록 훈련시키는 데 7일 정도 걸렸다.

가만히 몰입했다면 2일이면 해냈을 것 같지만

스즈 산책도 해야 하고 빨래도 돌려야 한다.

잠들기 전 가만히 생각했다.

오늘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마당에 머무는 스즈에게 돌로 카펫을 만들어 준 일이었다.

사철나무에는 반려견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

스즈가 밖을 바라보는 공간에는 나무를 걷어내고 카펫을 깔아줬다.

청소, 독서, 운동, 대화.

이 4가지는 의식적으로 해야만 한다.

2️⃣ 분절된 경험을 결합하기

 

OpenClaw로 봇을 만들었다.

이거 해보려고 텔레그램에도 가입했다.

메신저로 내가 원하는 걸 물어보면 답하는 경험은 사실 AI 에이전트 전부터 존재했다. 채널톡이나 당근 등 CS 도구를 보면 AI 상담사가 먼저 답을 한다.

원하는 것을 내놓지 못하거나 답변이 반복되는 루프에 갇힐 때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상담사를 연결하기 위해서 AI 챗봇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니,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텔레그램에 장소 추천봇을 만들고 평점은 광고 편향 없는 카카오맵에서, POI는 네이버에서 가져오도록 연동하고 나니 편하다.

왜 편할까?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를 오가지 않아서 그렇다.

분절된 경험을 결합하면 편해진다. 평가 개수에 대한 가중치도 넣었다.

이건 UX의 기본 가치인데 OpenClaw 시대에도 유효하구나.

 

3️⃣ 맑음이 떠오르는 시간을 기다리기

 

개발자는 이직할 때 연봉 50% 인상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지난 걸까?

이젠 많은 사람이 퇴사 후 1인 기업을 하거나,

AI를 통해 임팩트를 만드는 일을 선택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래야 할까?

아무도 압박하지 않는데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OpenClaw를 써보고 싶어서 맥미니를 산 것부터.

흐름에 뒤처지고 싶지는 않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혼탁하다.

이럴 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야 한다.

흙탕물에 모래가 가라앉고 맑은 물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4. 오늘은 여기까지!

 

첨부 이미지

OpenClaw랑 놀다 새벽 2시, 3시까지 씨름하는 날이 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수면 시간을 잘 관리하고

디지털 디톡스, 도파민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식적으로 멈추고 산책을 하자.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마음을 지키자.

5. 모두 다 잘할 수 없으니 선택하기

육아도 잘하고 싶고,

다시 몸도 만들고 싶고,

지적 사치도 누리고 싶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

마음은 있는데 하루는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강의까지 해야 한다니.

과거에 수락했던 강의를 이어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아직 3개월 남았으니까."

"오래된 인연이니까."

"OO님 부탁은 거절하면 안 되지."

이런 마음으로 수락한 강의도 올해부터는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나는 다 잘할 수 없다.

나는 앞자리가 바뀌었고 아이는 이제 100일을 겨우 넘겼다.

 

강의 후 받은 피드백,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의 계기이기도 하다 ©REDBUSBAGMAN
강의 후 받은 피드백,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의 계기이기도 하다 ©REDBUSBAGMAN

정말 소중한 것들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럼에도 내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선물해 주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자.

6. 선을 넘지 않으려는 AI와 앤스로픽의 철학

 

클로드 개발의 기반이 된 헌법적 AI,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Anthropic
클로드 개발의 기반이 된 헌법적 AI,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Anthropic
AI Agent에서 볼 수 있는 UX Writing은 아주 흥미롭다.
AI Agent에서 볼 수 있는 UX Writing은 아주 흥미롭다. "윤리적 문제점을 검토할 때"마다 3초, 5초, 10초 내 요청을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REDBUSBAGMAN

 

우연히 '헌법적 AI'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클로드를 쓰다 보면 "이 요청의 윤리적 문제점을 고려 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매번 눈에 띈다.

이 문구에 담긴 앤스로픽의 철학을 좋아한다.

이 메시지 뒤에는 클로드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가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초에는 UN 세계 인권 선언과 서구중심주의 탈피가 있다.

AI에 이런 '(지켜야 할) 선'이 있느냐 없느냐가 앞으로 AI 경험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해한 AI는 없겠지만,
선을 넘지 않으려는 AI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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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의 개방 요구 불수용 의사를 밝힌 직후, 미 정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해 보복했지만, 소비자들은 앤스로픽에 호응하고 있다. 클로드는 지난달 28일 미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무료 이용자 수는 1월 이후 60% 이상 늘었고, 유료 구독자 수도 올해 들어 2배로 증가했다. ©한국일보
미 국방부의 개방 요구 불수용 의사를 밝힌 직후, 미 정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해 보복했지만, 소비자들은 앤스로픽에 호응하고 있다. 클로드는 지난달 28일 미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무료 이용자 수는 1월 이후 60% 이상 늘었고, 유료 구독자 수도 올해 들어 2배로 증가했다. ©한국일보

 

 


 

#2. 아이폰을 만든 조니 아이브가 페라리에 바늘을 심은 이유

 

애플을 상징했던 스티브 잡스, 그 상징을 구현한 조니 아이브.
잡스는 그를 '영혼의 단짝'이라 부르면서도 "애플에서 나를 제외하고 가장 큰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니 아이브가 만든 페라리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할까?

페라리 루체(Luce)가 공개된 이후 다른 의미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장면은 단순한 디자인 비평을 넘어 ‘사용성(Usability)의 시대가 저물고 신뢰(Trust)의 설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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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페라리에 테슬라에는 없는 알루미늄 바늘을 넣었을까?

 

1️⃣ 조니 아이브는 누구인가?

 

조니 아이브는 1992년부터 27년간 애플의 황금기를 설계하며 ‘단순함이 곧 정교함’이라는 표준을 세운 인물입니다. 2019년 애플을 떠나 ‘러브프롬(LoveFrom)’을 세운 그가 페라리와 손잡고 보낸 6개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4권의 리서치 북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조니가 만든 대표작들

🍏 2001년 아이팟
🍏 2007년 아이폰
🍏 2008년 맥북에어
🍏2013년 iOS 7 플랫 디자인 UI
🍏 2014년 애플워치
🍏 2017년 애플파크

 

많은 비평가가 “6개월간 공부하고 4권의 책을 냈음에도 결과물이 피아트(Fiat)처럼 평범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리서처의 시각에서 조니 아이브 페라리 루체 프로젝트의 방대한 과정은 단순한 근거 남기기가 아닙니다. 내연기관의 ‘포효’라는 강력한 경험 자산을 잃어버린 페라리에게, 전기차라는 낯선 캔버스 위에 새겨넣을 ‘경험의 정수’를 다시 정의하는 치열한 산고였을 것입니다.

 

이 4권의 리서치 북은 단순한 디자인 제안서가 아닙니다. 조니 아이브는 페라리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LoveFrom Ferrari’라는 전용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Theoretical Research‘ 편은 엔진소리가 사라진 전기차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간감’과 ‘속도감’을 어떻게 촉각과 시각으로 치환할 것인지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담고 있습니다. 페라리를 선택하는 사용자라면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었을 때 원하던 것이 상실되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계기판과 물리 버튼에 새겨진 서체 역시 허투루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페라리의 클래식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얻으면서도, 시속 300km 주행 중에도 한눈에 읽히도록 자간과 굵기를 정교하게 다듬었죠. ‘Visual Research’ 북에 이르면 8겹 OLED에 투사될 아이콘 하나하나의 곡률과 빛의 투과율까지 정의되어 있습니다.

 

2️⃣ 엔진 없는 페라리도 잘 될 것인가? 다른 차원의 문제

 

페라리의 비즈니스는 현재 전례 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2023년 페라리는 순이익 10억 유로 돌파에 이어, 2025년 한 해 매출은 71억 유로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아키텍처를 공개하며 전동화의 서막도 알렸습니다. 실적은 화려하지만 위기감은 깊습니다. 2030년까지 전체 모델의 80%를 전동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엔진 소리 없는 페라리’가 어떻게 럭셔리를 증명할 것인가?는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였죠.

 

이번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는 단순히 화면을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을 넘어, 페라리의 감성적 가치를 디지털 언어로 번역하는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조니 아이브는 이를 위해 소재의 질감부터 빛의 흐름까지 다시 설계했습니다.

 

3️⃣ 디지털 프레임 위에 그은 아날로그 획

 

이번 조니 아이브 페라리 루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대시보드 정중앙에 고집스럽게 살아남은 ‘알루미늄 바늘’입니다. 8겹의 투명 OLED가 겹쳐진 첨단 레이어드 비너클(Layered Binnacle) 위를 가로지르는 이 차가운 알루미늄 바늘은 어쩌면 조니 아이브가 던진 핵심 메시지입니다.

 

디지털 숫자가 무미건조하게 올라가는 것과, 물리적 바늘이 중력을 이기며 호를 그리는 것은 운전자가 느끼는 전율의 차원이 다릅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물리적 실체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눈이 돌아갈 곳이 생기는 거죠. 조니 아이브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기술을 과시하는 대신,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치빛(Luce)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조용히 보조하는 ‘절제된 첨단‘을 완성한 겁니다.

 

AI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신이 나면서도 불안합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일은 무엇일까?
가만히 멈춰서 생각하게 됩니다.

페라리에 담긴 금속바늘 질량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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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거나 더 적극적으로 배우거나

 

드라마 <대행사>에 나온 장면. 언론재벌인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남긴 유명한 말 ©JTBC
드라마 <대행사>에 나온 장면. 언론재벌인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남긴 유명한 말 ©JTBC

 

사용성(Usability) 개념을 완성한 UX 호랑이 선생님,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 그가 ⟪2026년에 대한 18가지 예측⟫을 통해 제시한 2026년의 AI와 UX에 대한 생각을 의역해 소개합니다. 한때는 신기해서 찍어먹어 보던 AI 도구들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기본값이 되었죠.

제이콥 닐슨은 이제 ‘더 쉽게 만드는 경쟁’은 정점을 찍었다고 말합니다. "인공지능을 얼마나 신뢰하고 내 업무를 기꺼이 맡길 것인가?"라는 '신뢰'와 '위임'의 설계가 2026년 화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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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개념을 대중화한 UX 호랑이 선생님의 예측 중 10가지

 

시간이 되시면 그의 홈페이지를 꼭 살펴보세요! 흥미로운 글들이 많은데 스스로 'UX Tiger 🐯' 호랑이라고 소개하는 것부터 재밌습니다. 사용성(Usability) 개념을 정의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한 그가 사용성 의미가 퇴색되는 미래를 예상하는 것부터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01. 배우고 나면 소용이 없어지는 (신)기술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서 공부가 끝나기도 전에 그 기술이 구식이 됩니다. 2026년 말이면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의 일주일 업무를 스스로 끝마치게 됩니다.

 

#02. 인간을 압도하는 지능이 코앞에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범용 지능은 2035년쯤에나 가능하겠지만, 특정 작업에서 인간을 완전히 추월하는 인공 초지능은 2030년경 우리 일상에 도착할 것입니다.

 

#03. 스스로 더 똑똑해지는 AI

단순히 데이터 양을 늘리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를 가르치며 성능을 끌어올리는 AI가 2026년 연구소 밖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04. 사라진 해자(moat), AI 평준화

단일 기업, 추론모델의 독주는 멈출 겁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능 차이는 점점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 됩니다.

 

해자(Moat)는 본래 성 주위를 파서 물을 채워 외부 침입을 막는 방어 시설을 뜻하며, 비즈니스에서는 워런 버핏이 대중화한 린스프린트 블로그 용어로 기업이 경쟁사로부터 높은 수익성과 시장 지위를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진입 장벽)를 의미합니다.

 

#05. 그래서 어쩌면 유일한 차별점은 사용자 경험(UX)

지능이 평준화된 시대, 진짜 승부처는 사용자 경험입니다. 모델의 똑똑함보다 사용자가 복잡한 업무를 가장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돕는 워크플로우 설계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것입니다.

 

#06. 구글 인공지능의 정돈

여기저기 흩어져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했던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드디어 하나의 일관된 구조로 정리됩니다. 머지않아 상식적이고 편리한 플랫폼이 됩니다.

 

#07. 채팅 대신 위임의 시대

묻는 말에 답하는 채팅창은 벌써 구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목표만 던져주면 알아서 실행하는 에이전트(Agent)가 표준이 됩니다. 우리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표를 관리하는 팀장이 되어야 합니다.

 

#08. '일회용 인터페이스'의 시대

디자이너가 미리 그린 정적 화면은 사라집니다.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맥락에 맞춰 필요한 버튼을 실시간 조립하고, 일이 끝나면 사라지는 생성형 인터페이스가 등장합니다.

 

#09. 모델 속에 숨어드는 심리 조작과 기만적 패턴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음성과 심리를 분석해 교묘하게 가스라이팅하는 조작이 발생합니다. 기술을 앞세운 설득이 협박이 되지 않도록 이를 막는 방어용 인공지능도 필수가 될 것입니다.

 

#10. 만유인력을 깨달은 인공지능

글자를 읽는 수준을 넘어 중력이나 충돌 같은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이 표준이 됩니다. 영상 속 물체는 이제 환각이 아니라 실제 물리 법칙에 따라 반응하고 깨집니다. 이 지능은 로봇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 호랑이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기억할 3가지

 

제이콥 닐슨의 예측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인간을 압도하는) 지능은 이제 흔해졌으니 남은 싸움은 결국 '신뢰의 설계'와 '위임의 관리'라는 것입니다.

 

1️⃣ 의도(Intent)를 중심으로 설계하세요

AI 결과물이 쏟아지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정의하는 앞단(Upstream)에 있습니다.

 

2️⃣ 화면(Screen) 대신 정책(Policy)을 설계하세요

AI UX 시대에 디자이너는 픽셀 단위 CTA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대신, 인공지능이 화면을 조립할 때 지켜야 할 제약 조건을 설계하는 정책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3️⃣  판단력을 키우세요

인공지능이 실행을 도맡는 시대에 정작 설계자에게 필요한 것은 스페셜리스트의 툴 사용법이 아니라 의사결정 로직을 배우는 것입니다. 2026년은 그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해가 될 것입니다. 

 

 


 

 

#4.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두 번째 모임 - '차별'과 '차별화'에 담긴 본성

 

이번 모임에서 읽은 책의 원제는 ‘Building for Everyone‘이다.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일까? 왜 한국어로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로 번역했는지 그 의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Google Design
이번 모임에서 읽은 책의 원제는 ‘Building for Everyone‘이다.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일까? 왜 한국어로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로 번역했는지 그 의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Google Design

 

어떤 대화는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어떤 대화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듭니다.
어떤 대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다시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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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보조기구를 쓰는 인터뷰이

 

Zoom으로 화면 공유를 하며 UT를 진행하다 참가자의 마우스 컨트롤이 다른 참가자와 달리 매우 느린 것을 발견했다. 어림짐작으로 약 1/4배 속도였다. 처음엔 테더링으로 접속했거나 화면 공유 방식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기에 몇 가지를 프로토콜로 확인했지만 모두 예상을 빗나갔다. 몇 번의 질답을 이어가다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제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서 장애가 있어요. 보조기구로 해야 해서 조금 느린데 괜찮을까요?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구축한 리서치 시스템에는 판매자와 광고주가 섞여 있었다. 적정한 인터뷰이를 선정하기 위해 판매자 ID, 광고센터 ID 등을 매핑해서 분류했고, 그들의 비즈니스 성과, 광고비 집행 규모, 접속 빈도와 네이버 등 타사 서비스를 통한 매출 규모 등을 가능한 조사 방식으로 넣어 나름 시스템화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전과 비교하면 쿼리를 통해 접근 가능한 DB와 연동하고, 이를 통해 Right User를 선정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널을 모집하는 문항에는 ‘보조기구 사용 여부’를 묻는 질문이 없었다. 내가 가정한 사용자들은 나와 우리 팀과 비슷하게 마우스를 오른손 혹은 왼손으로 쓸 것이라고 가정했다. 무선이냐 유선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나는 내가 속한 집단의 동질성을 가정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02. 구글이니까, 구글이라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구글이니까!” 이 정도 하는 거지 싶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들의 포용성 정책(DEI, Diversity, Equity & Inclusion —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 크게 후퇴한 점, 선언적인 가치를 통해 구글의 기업 브랜딩에 활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찝찝했다.

 

구글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력 다양성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채용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25년 2월, 트럼프 행정부의 DEI 관련 행정명령에 따라 이 채용 목표를 공식 철회했다. 연례 보고서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라는 문구 자체도 삭제했다. 포용성을 핵심 철학이라 말하던 기업이, 정치적 환경이 바뀌자 후퇴한 셈이다. 트럼프 앞에서 그들이 말한 포용성은 금세 후퇴했다. 그럼에도 구글이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위선은 선이 아닌가? 착한 척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를 이롭게 하지 않는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꺼내 보게 만드는 이 책은 “구글이니까!”이기도 했지만 “구글이라서!”로 귀결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03. ‘차별’과 ‘차별화’에 담긴 본성

 

모임에서 나눈 대화 중 내가 가장 섬뜩했던 순간이 있다.

 

우리는 서구 문화권에 여행을 갔다 불쾌한 경험을 간혹 한다. 극히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내 경험으로는 아시아 남자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여행을 혼자 하면 차별을 경험하는 순간이 가끔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도시가, 그 나라가, 그 사람들이 미워지기 십상이다. 인종 차별이 2025년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들썩인다. 생물학적인 이유로 차별이 이뤄지는 것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걸 공식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생각한다.

 

섬뜩한 건 이렇게 악몽 같은 경험 ‘차별’이 제품을 만들 때에는 무방비적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기능을 ‘차별화’하고 또 서비스를 경쟁사 대비 ‘차별화’하기 위해 무한히 애를 쓴다. 제품 조직 안에서 차별화를 잘하는 것은 선의 가치에 가깝다. 그런데 그 말엔 ‘차별’이 당당히도 있다. 우리가 포용성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 스스로를 우위, 안전한 집단에 포함시키면서 타자를 배척하기 때문은 아닐까?

 

단 하나의 사이즈(xs, 44)만 만들어 팔지만 홈페이지에는 접근성 위젯을 갖춘 이탈리아 브랜드 '브랜디 멜빌 Brandy Melvile'. 슬로건은 One Size Fits Most. 체형의 다양성은 배제하면서 디지털 접근성은 준수하는 이중성. 포용적 디자인은 규정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2025년 1월,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오픈했다. ©BrandyMelvile
단 하나의 사이즈(xs, 44)만 만들어 팔지만 홈페이지에는 접근성 위젯을 갖춘 이탈리아 브랜드 '브랜디 멜빌 Brandy Melvile'. 슬로건은 One Size Fits Most. 체형의 다양성은 배제하면서 디지털 접근성은 준수하는 이중성. 포용적 디자인은 규정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2025년 1월,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오픈했다. ©BrandyMelvile
평점 2.69의 독후감을 읽기 전, 나는 이미 편향되어 있었다. ©REDBUSBAGMAN
평점 2.69의 독후감을 읽기 전, 나는 이미 편향되어 있었다. ©REDBUSBAGMAN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 2번째 책의 트레바리 평점은 2점대였다. (물론 5점도 있었다!) 나는 2점대의 평가를 보고 독후감을 읽어 내려가야 했기에 “아, 태민 님도 이 책에 대해 실망이 크셨나 보다”, “아, 수정 님도 비판적으로 살펴보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펼쳐 내려갔다.

두괄식 사회는 펼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쉽게 단정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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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Google이 말하는 AI를 ‘똑똑한 파트너’로 만드는 3가지 방법

 

AI는 피아노와 자전거를 닮았습니다.
피아노는 치면서 배우고, 자전거는 타면서 배웁니다.

'배우고 탄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AI 도구들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Learning by Doing의 마음으로 하면서, 쓰면서 배워가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합니다.

🎒 REDBUSBAGMAN

 

주말과 밤에 시간을 조금씩 쪼개 AI에 대한 기초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Coursera에서 이용할 수 있는 Google의 AI 교육 콘텐츠들이 다양해 유료 요금제($49, 월) 결제 후 사용하는 중입니다. 한달 사용해보고 후기를 다음 레터에서 전해드릴게요! 써보고 싶은 마음에 이용해보는 유료 서비스들이 날로 늘어나 월세부담이 적지 않네요 😇 ©Coursera
주말과 밤에 시간을 조금씩 쪼개 AI에 대한 기초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Coursera에서 이용할 수 있는 Google의 AI 교육 콘텐츠들이 다양해 유료 요금제($49, 월) 결제 후 사용하는 중입니다. 한달 사용해보고 후기를 다음 레터에서 전해드릴게요! 써보고 싶은 마음에 이용해보는 유료 서비스들이 날로 늘어나 월세부담이 적지 않네요 😇 ©Coursera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무엇이 문제인가?'로

 

구글의 VP of Product Management, YUL은 AI 도구를 사용할 때 (1) 무엇이 문제인가? (2)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가? (3) 왜 해결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강조합니다. ©Coursera
구글의 VP of Product Management, YUL은 AI 도구를 사용할 때 (1) 무엇이 문제인가? (2)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가? (3) 왜 해결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강조합니다. ©Coursera

 

구글 워크스페이스가 제미나이(Gemini 3)를 업무 도구 전반에 공격적으로 이식하고 있습니다. AI가 개인 맞춤형 생산성을 약속하고 있지만, 최근 실무 현장에서는 기능의 풍요보다 침묵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UX의 역할이 기능을 직관적으로 노출하고 다음 단계를 안내하는 넛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AI가 사용자의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1️⃣ 효율 추구의 역설, 단축된 시간 대신 늘어난 인지 부하

 

구글은 AI가 업무 시간을 약 40퍼센트 단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무 환경에서는 지메일, 문서, 채팅 등 모든 도구에서 쏟아지는 AI 제안과 알림이 오히려 선택의 피로를 높이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인다는 기능들이 사용자가 작업에 몰입해야 할 흐름을 조각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지점입니다.

 

2️⃣ 통제감의 침해, 보조자와 수행자 사이의 경계선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사용자 동의 없이 AI 학습 설정을 활성화하거나, AI 필터 오류로 중요한 비즈니스 메일이 누락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돕는 보조자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수행자로 작동할 때, 기술에 대한 신뢰는 쉽게 흔들립니다. 사용자가 시스템을 온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해주는 것이 설계의 핵심입니다.

 

3️⃣ 도둑맞은 집중력, 가장 유능한 AI는 침묵할 줄 안다

 

2026년 이후 생산성 도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능을 제안하느냐가 아니라, 사용자의 딥 워크(Deep Work)를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능한 조력자는 사용자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맥락을 살피고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하는 절제된 UX가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기술이 가장 유능할 때는 사용자가 자신의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배경으로 물러나 있을 때입니다. 2026년, 우리가 이용하는 AI는 사용자의 든든한 조력자인가요, 아니면 주의력을 빼앗는 침입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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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엔 AI 도구를 이용해 홈페이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써왔던 글들을 카테고리 재분류, 태그 매핑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10년 전 당시 국립생태원장이었던 최재천 교수를 찾아뵙고 인터뷰를 하며 기록한 글을 찾았습니다. 충남 서천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하루 휴가를 내고 찾아뵈었는데, 그날 해주신 이야기들이 AI Agent 시대의 원년이라고 하는 2026년에도 '통섭'의 가치로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하는 3권의 책

 

1. 《총, 균, 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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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워낙 유명해졌죠. 제가 이 책을 7년 전부터 권했어요. 그 때부터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책으로 꼽히더라구요. 제가 저자를 만나면 분명히 공치사를 할 겁니다(웃음). 진화생물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2. 《리오리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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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의식을 지배하는 ‘서구 중심주의’를 벗겨 내려는 책이에요. 제목 ‘리오리엔트’는 ‘다시 아시아로’ 또는 ‘서구 중심주의 일변도의 패러다임을 바로 잡는다’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저자는 19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은 아시아였고 그 정점에 중국이 있었다고 말하죠. 21세기에는 과거에 그랬듯, 아시아가 세계의 새로운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거에요. 근데 이걸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서양인이 바라본 시점이니까, “이렇게 되도록 가만히 보고 있을 것인가”라고 말하는지도 모르죠.

 

3. 《호치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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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책을 하나 추천할게요. 호치민은 국군이 미군을 도와 싸울 때 적군의 수장이기도 했죠. 호치민 평전은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어요. 호치민이 워낙 가명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죠. 저자는 이 평전을 쓰기 위해 무려 30년간 호치민을 조사했어요. 그는 주석이 된 후에도 호 아저씨라고 불리길 원했고 아직도 베트남 사람들은 그를 호 아저씨라고 불러요. 하노이에 간 적이 있었는데, 저를 수행하던 현지인이 길을 걷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는 거에요. 어딜 가나 싶어 봤는데 사원 앞에 줄을 서요. 속으로 “예의없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한참 후에 돌아오더니 그 곳이 호 아저씨를 모셔 둔 곳이라고 해요. 존경심이 대단하죠. 그러다 시장을 지나는데 호 아저씨가 즐겨먹던 국이 있으니 한 번 먹어 보라고 권합니다. 근데 그게 음식이 아니에요. 꿀꿀이죽 보다 더 못해요.

 

이 평전에서 호치민이 공산주의자였느냐, 민족주의자였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는 베트남을 위해 그 나름의 방식으로 둘 다였죠. 주석이 된 후에도 화려한 집무실을 마다하고 정원사의 오두막에서 살았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를 한 번 들여다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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