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오늘의 설렘 3초
- AI 시대의 UX - 롱블랙과 협업 아티클
- 책을 들고 집에 가는 길이 내내 행복했으므로 -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
- 4월에 다시 꺼내 본 것들
- Outro - 함께 듣고 싶은 노래
구독자님, 4월은 어떠셨어요? 4월은 꽃이 피고 또 지는, 봄의 하프타임입니다. 봄은 이미 3월에 도착하니 4월은 봄이라는 게 당연한가 싶다가도, 바람이 찬 날에는 추위가 가시지 않은 기분이 들고 점심 즈음에는 땀이 나 반팔을 입어야 하는 애매한 시기죠.
저는 이런 계절이면 '하루의 설렘 3초'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하루의 설렘 1초, 2초, 3초. 그 설렘을 품고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쳐도 한편에 간직한 설렘을 위로 삼아 그 순간을 마주하는 거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올려다보던 날에는 길이 막혀도 괜찮았습니다. 구독자 님의 하루에 설렘이 3초만이라도 머물기를 바라며 4월의 편지를 보냅니다.

#1. AI 시대의 UX - 롱블랙 협업 아티클
버튼이 사라져도 사용자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입니다.🎒 REDBUSBAGMAN
Zero UI의 시대, 사용성을 넘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1️⃣ 스며든 AI - '정말 그렇게 되겠어?'에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
2026년 봄, AI 에이전트가 대신 클릭하고, 대신 비교하고, 대신 결제합니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검색창, 필터, 장바구니. 사용자가 직접 누르던 것들입니다.
숫자가 말해줍니다. AI 커머스 시장 전망 350조 원. 한 달 AI 주문 건수 5000만 건. AI 에이전트 기반 주문 성장률 4700%. 하지만 AI 에이전트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59%에 그칩니다. 아직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50% 이상은 신뢰하고 있으며 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 생태계 구축은 '기술표준'을 만드는 흐름과 유사하게 가속하고 있습니다.
2️⃣ 그래봐야 아마존, 월마트, Perplexity, C-커머스(알리, 테무) 정도 아니야?
흥미로운 건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의 접근입니다. 콰이어트 럭셔리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 브랜드는 대부분의 이커머스가 전환율 최적화에 집중할 때, 자체 AI 플랫폼 '솔로메이'를 만들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습니다. 결제 속도를 높이고 긴박감을 강조하는 대신, 인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AI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빨리 사세요"가 아닌 "천천히 고르세요"를 AI를 활용해 설계한 겁니다. AI는 일상에서, 커머스에서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추진 로켓이 되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결과가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3️⃣ 사용성이 죽었다고 UX가 사라질까?
가트너(Gartner)는 올해를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꼽았습니다. 핵심은 클릭 프루프(Click-proof)입니다.과거의 쇼핑이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고, 스크롤하고, 비교하는 수고로움(Doing)의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에게 "나한테 어울릴 봄 재킷 찾아줘"라고 말 한마디를 던지는 위임(Delegating)의 과정으로 변했습니다.
우리가 공들여 깎은 버튼의 라운드 값이나 사용자 테스트(UT)와 A/B 테스트를 거쳐 선정한 CTA 레이블, 그리고 화려한 마이크로 인터랙션은 AI에게 무의미합니다. Zero UI에 가깝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사람이 보기에 쉽고 직관적인 UI가 아니라, AI가 읽고 해석하기 좋은 데이터(Readability for AI)입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화면 뒤편의 설계가 화면 앞의 디자인보다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은 무한 스크롤을 통해 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일상의 틈(시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영화를 볼지 숏폼을 볼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빈 시간을 채워줄 가장 확실한 도파민을 찾을 뿐입니다. 우리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24시간 중 어느 슬롯(Slot)을 점유하고 있나요?
저는 종이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구절에 북마크를 꽂으며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에서 지적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연히 들른 문구점에서 필기감이 좋은 연필을 사는 기쁨을 기다립니다. 그럼에도 세상의 변화를 살펴보고, 그 변화를 체험해보며 흐름을 바라보는 노력은 이 시점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태도라고 믿습니다.
🎒 REDBUSBAGMAN



#2. 책을 들고 집에 가는 길이 내내 행복했으므로 -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7을 마치고

2023년 시작한 <리서치 하는데요>는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시즌은 4개월. 그러니까 시즌을 함께 한 멤버들과 4권의 책을 함께 읽고 한 달에 한 번 강남아지트 혹은 안국아지트에서 모여 지적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3년째 함께 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하는데요>에서는 '별책부록(Special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모임을 더 진행하니 4달 동안 5번의 만남을 하는 셈인데요.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모임에서 나눈 소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는 OST를 들을 때 그 장면과 대사가 떠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감은 4개월을 기억하기에 충분한 다정함으로 남을 거예요.
집에 가는 길이 내내 행복했어요
🎒 REDBUSBAGMAN
시즌 7 4번째 모임에서 나눈 것들 - 이유는 관계이고, 틈은 흠이 아니었다

1️⃣ '왜?'라는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하면 상대는 그대로 받아들일까?
다소 엉뚱하거나 어쩌면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찰스 틸리가 쓴 『왜의 쓸모』를 함께 나눈 지적 대화에서 우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진짜 이유'를 답하더라도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경험들에 대해 나눴습니다. 예컨대 회의에 늦었을 때, "왜 늦으셨어요?"라는 리더의 질문에 "인비가 오지 않았는데 슬랙 메시지를 보고 부랴부랴 들어왔습니다"라는 솔직한 답변은 상대의 의도와 무관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사회학 거장의 말처럼 '이유'는 '관계'와 함수 관계에 놓여 있고 어떤 경우에 이유는 관습이기도 하며, 이야기일 수도 있고, 학술적 논고이거나 코드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상대는 '이해할 준비보다 오해할 준비'를 하고 내 이유를 들을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관계 속에서 작동합니다.
2️⃣ 드라이하지만 나이스하게
2020년 정도로 기억합니다. 경력직으로 저와 같은 회사에 입사한 동료는 팀 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제게 털어놓았습니다. 제게 소중한 동료였기에 저는 그의 고민을 끝까지 듣고 며칠을 고민을 한 후 이렇게 편지에 적었습니다. '드라이하지만 나이스하게'.
많은 경우 우리는 직장 내에서 만난 사람들과 모두 잘 지내려는 함정에 빠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대표적인 페르소나에요!) 그런데 쿨링 타임을 거쳐 생각해보면 우리는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면서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될 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류하는 조직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부분 집합에 이를 뿐이고 모르는 영역이 훨씬 많습니다. 합류했을 때 내가 어떤 일을 맡게 될지, 어떤 임원이 새로 오게 되는지, 누가 떠나고 누가 합류하며 R&R이 조정될지.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상수가 아닌 변수입니다. 그럼 상수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드라이하지만 나이스하게'. 저는 이 말을 이렇게 풀었습니다.
감정을 담지 않는 대신, 책임은 끝까지 든다.
드라이함은 차가움이 아니라, 일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거리감이다.🎒 REDBUSBAGMAN
3️⃣ 메신저와 메시지, 나는 어떤 메신저이며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때로는 의도적으로 찬성과 반대, 이성과 감성,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 효율과 비효율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사고의 진폭을 늘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메신저와 메시지도 프레임워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전달되는 정보값을 '메시지'라고 할 때 이 메시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도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맥킨지나 BCG, 베인(MBB)과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펌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면서 전달되는 정보값은 그 자체가 유효하지 않더라도 세계 3대 컨설팅펌의 공식 보고서에 담겨있다는 것만으로 위력이 됩니다. 이미 같은 목소리가 내부에서 수차례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구성원의 좌절감은 상당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에 '인하우스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럼 여기서 나는 어떤 메신저가 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갖고 조력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무언가를 하면서 통보하는 사람인가? 공유하는 사람인가? 상대가 의견을 더할 수 있는 틈을 허락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흠 잡히지 않도록 어깨에 힘을 팍 주고 완벽을 기하느라, 완벽한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인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하며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스스로 어떤 메신저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합니다. 스스로 잘 한다는 위로를 구하면서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 자문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모임을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공유와 통보의 차이는 '틈'에 있을지 모릅니다.
상대가 의견을 더해서 채울 수 있는 '틈'을 허락하는 것, 그건 '흠'이 아닙니다.🎒 REDBUSBAGMAN
이번 시즌에 대해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겁니다. 독후감을 읽는 것,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 모임을 마치고 피드백을 해주시는 것. 이 세 가지는 꾸역꾸역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3.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
공공 디자인의 가치는 누구나 쉽게 효용을 누린다는 것에 있습니다.
때로는 그 위대한 가치가 '무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누리기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면 '공공 디자인이야 말로 디자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입니다.🎒 REDBUSBAGMAN
사용자를 불안하게 하지 마!
1️⃣ 잔액이 부족해도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없을까?
대만 교통카드는 마이너스 잔액을 허용합니다. MRT를 타고 하차할 때 잔액이 모자라도 게이트가 열립니다. 카드 구매 시 낸 보증금 100위안이 부족분을 대신 메워주는 구조입니다. 최대 -60위안까지. 다음 탑승 전에 충전하면 됩니다.
한국이라면 역 한쪽에 자리한 사무실에 들러 부족분을 현금으로 내야 할 상황. 대만은 시스템이 대신 해결합니다. 승객이 중간에 발이 묶이지 않도록. '요금이 모자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2️⃣ 왜 유독 저 분기점에서는 사고가 자주 발생할까?
고속도로 분기점에는 분홍색 차선이 깔렸습니다.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운전자를 위해. 고속도록 분홍색 차선의 시작은 안산 분기점 사고 CCTV였습니다. 누군가 그 영상을 보며 말했습니다.
저긴 항상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인데,
저렇게 두면 안 되지.
해결책을 만들어야지.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정도로.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이 회고한 당시 지사장의 말
한국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올해 40년 만에 신호등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앞에 트럭이 있어도 승용차 운전자가 신호를 볼 수 있도록. 멀리서도 잘 보이는 신호등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공공 디자인의 가치는 누구라도 쉽게 효용을 누립니다.
디자인은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REDBUSBAGMAN
#4. 4월에 다시 꺼내 본 것들
1️⃣ 디자인시스템을 배우는 가장 쉬운 방법 - 앱인토스 개발자센터
디자인시스템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토스가 이미 정리해 둔 곳이 있습니다. 앱인토스 개발자센터입니다.
외부 개발자가 토스 안에서 미니앱을 만들 수 있도록 UI/UX 가이드를 공개했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디자인시스템(TDS)과 피그마 파일, 다크패턴 방지 정책, UX 라이팅 원칙까지.
특히 기만적패턴(다크패턴) 방지 정책이 인상적입니다. "CTA 버튼만 보고도 다음 행동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 없이 성급한 결정을 유도하면 안 된다." 원칙이 구체적이고 사례가 명확합니다.⠀토스 미니앱 트래픽의 70~80%는 가로 800~900, 세로 360~420 범위의 viewport에서 발생합니다. 이런 실무 데이터까지 공개하는 개발자센터는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실무 기준을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그 조직이 외부에 공개한 가이드를 읽는 것입니다.
2️⃣ "불안을 에너지로 잘 사용하네요. 좋은 거예요" - 불안을 관리하는 방법
“작가님 저는 사실, 불안증이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별로 당황하지 않고 쫓기지 않고 평온을 유지하지만, 사실 그건 제가 불안을 밟고 강박적인 루틴으로 제 하루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불안이 심하면 잠이 안 와서 불면증에 오래 시달렸거든요. 잠을 못 자면 너무 끔찍한 생각들만 떠오르고, 무언가 무서워지면 걸어가다가도 숨이 막혔어요. 그게 싫어서, 그 불안을 누르려고 이렇게 산 지 4년이 되어가요. 강박이 생겼다는 거 알지만 깨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수진 작가님이 말했다.
“불안을 에너지로 잘 사용하네요. 좋은 거예요"
고가 다리를 건너며, 툭 던진 수진 작가님의 말이 되게 좋다. 사람은 각자 다른 에너지를 품고 있는데, 나는 불안이다. 불안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공부하게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한다. 아마 한동안은 더 이렇게 살지 않을까. 독일이든, 한국이든, 지구 어디에서도, 우주 어디에서도.
천선란, 선란의 독일 일기 중에서
3️⃣ 누가 이기는가? 아는 척하는 대신 용서할 줄 아는 사람
4️⃣ AI에 대해 어떻게 받아드리면 좋을까? AI는 초안이다

저는 성장하려면 7단계를 반복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1️⃣ Learn 배움
2️⃣ Share 공유
3️⃣ Connect 연결
4️⃣ Change 사고와 행동의 변화
5️⃣ Grow 변화의 폭만큼의 성장
6️⃣ Help others win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돕기
7️⃣ Repeat 이 과정을 반복하기
많은 경우 1번 '배움'에서 멈춥니다. 내가 무언가를 배운 것(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 등) 자체로 성장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은 과거의 나와 달라진 나의 '만큼'이기에 부지런히 공유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연결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과 경험을 기꺼이 나누며 함께 자라야 합니다.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내가 헤맨 길에 대한 기록이 다른 이의 지름길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정답이 아닌 것들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5월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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