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REDBUSBAGMAN's STRIDE | Jan. 2026

일 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6.02.02 | 조회 1.0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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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2026년, 새로운 이름으로 보내는 첫 번째 편지
  • #1. 사용성(Usability)은 죽었다
  • #2. 2026 AI 시대, 다음 역량은 무엇인가?
  • #3.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 #4. 실패를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
  • #5. 오늘 하루 문득 든 생각들
  • Outro - 풋기운!

 


 

구독자님, 안녕하셨어요. 2026년 첫 번째 편지부터는 새로운 이름 - 'REDBUSBAGMAN's STRIDE'로 인사드립니다. 한글로 풀어보자면 '뚜벅뚜벅, 어찌어찌 나아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2011년 8월 8일, 삼성그룹 신입사원을 시작으로 UX 디자이너, 컨설턴트, 리서처와 라이터로 쉬지 않고 16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본 것'들을 기록하고 보내며 오랜 기간 'TREND REPORT'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든든한 루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트렌드가 매년 소비되는 '상품'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익숙해질 무렵부터, 제가 의도했던 본질과는 다르게 해석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1월에 시간을 내서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 플랫폼을 바꿔가며 보내온 뉴스레터에는 무슨 마음이 담겨 있을까? "

 

2016년에 보냈던 뉴스레터 흔적을 에버노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REDBUSBAGMAN
2016년에 보냈던 뉴스레터 흔적을 에버노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REDBUSBAGMAN

처음에는 동기들에게 인트라넷으로 'Daily Report, 본 것'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매일매일 보내곤 했습니다. 이직하며 인트라넷 메일을 보낼 수 없게 되자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2019년엔 지금의 '레드버스백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도메인을 정리하고 블로그에만 집중하다가 메일리를 통해 뉴스레터를 다시 보낸 지 벌써 6년째가 되었습니다.

 

현상을 가만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석을 더해 기록하고 공유하면, 다시 배우게 되고 사실은 잘 몰랐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더 나아질 수 있다'라는 믿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가고 또 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공포 마케팅이 유발하는 두려움에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도 나만의 일정한 속도와 보폭으로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겠다는 마음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그간 이런 마음이 뉴스레터로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운동화 끈을 묶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태함은 털어내고, 청소하고 정돈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구독자님, 올해 다짐은 무엇으로 하셨어요?

 

'레드버스백맨'의 친구, '우드핸들텀블러맨' ©REDBUSBAGMAN
'레드버스백맨'의 친구, '우드핸들텀블러맨' ©REDBUSBAGMAN

 

저는 배움과 콘텐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래 운영한 블로그, '우드핸들텀블러맨'도 정리하고 '레드버스백맨'에만 집중할 예정입니다. 제 에너지를 생각하면 하나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2021년 SK텔레콤에 재직할 때 처음 시작해 최근까지 이어온 커피챗도 잠시 멈출 예정입니다. 틈만 나면 채우려다 보니 정작 원했던 비움이 생기지 않았거든요. 올해는 잘 비우고,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워가고 싶습니다.

 

혹시 구독자님의 받은 편지함에도 '비움'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뉴스레터를 잠시 정리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비워내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서운함보다는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누구나 비움이 있어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요.

 

구독 취소

 

구독자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가끔 뉴스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안부 인사를 건네주세요. 2026년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건네주시는 이야기들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1월에 제가 뚜벅뚜벅 내딛으며 본 것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1. 사용성(Usability)은 죽었다

 

검색하고 브라우징하며 상품을 고르는 대신
검색하고 브라우징하며 상품을 고르는 대신 "나에게 어울리는 러닝화를 추천해줘"라는 메시지로 상품을 구매하는 시대 ©REDBUSBAGMAN

 

UX 리서처로서 그토록 오래 붙잡고 있던 사용성(Usability)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매달려온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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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견과 선택 -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쉽게 00하게 할까?'
  • 리드타임과 구매전환 - '어떻게 하면 이탈 없이 구매 버튼까지 도달하게 할까?'

 

AI 시대의 UX, 그 첫 번째 변화에 대하여

 

1️⃣ Click-proof, 클릭으로부터 자유로운

 

AI 시대의 UX에 대해 고민한 끝에, 기존의 '사용성' 중심 질문은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화면(Screen) 위에서의 재배치와 최적화는 끝났고,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맥락(Context) 속에서의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클릭하지 않는 쇼핑, 에이전틱 AI의 시대입니다. 가트너(Gartner)는 올해를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꼽았습니다. 핵심은 클릭 프루프(Click-proof)입니다.


Click-proof?

사용자가 웹이나 앱에서 여러 번 클릭하고 스크롤하며 상품을 비교하는 과정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선호도, 과거 구매 이력, 현재 맥락을 파악해 최적의 상품을 바로 결제 직전 단계까지 가져오기 때문에 "클릭할 필요가 없는(Click-proof)"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2️⃣ 사용자가 수고스럽게 탐색하지 않고 그냥 묻는 시대

 

과거의 쇼핑이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고, 스크롤하고, 비교하는 수고로움(Doing)의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에게 "나한테 어울릴 봄 자켓 찾아줘"라고 말 한마디를 던지는 위임(Delegating)의 과정으로 변했습니다.여기서 UX 화두는 완전히 바뀝니다.

 

"AI가 당신의 제품을 추천 리스트에 넣지 않는다면, 고객에게 당신의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상품은 실재하지만, (검색 결과에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기존의 리뷰 시스템 또한 금전적 이익을 위해 리워드를 기반으로 '생성된' 콘텐츠였기에, AI 시대에는 그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공들여 깎은 버튼의 라운드 값이나 UT와 A/B 테스트를 거쳐 선정한 CTA 레이블, 그리고 화려한 마이크로 인터랙션은 AI에게 무의미합니다. Zero UI에 가깝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사람이 보기에 쉽고 직관적인 UI가 아니라, AI가 읽고 해석하기 좋은 데이터(Readability for AI)입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화면 뒤편의 설계가 화면 앞의 디자인보다 중요해진 것입니다.

 

3️⃣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나이키가 아니라 잠(Sleep)입니다

 

2017년,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넷플릭스 쇼에 빠지면 밤을 새우게 되죠.
우리는 수면(Sleep)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기고 있습니다.

We're competing with sleep, on the margin.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당시엔 그 말이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자, 솔직히 낭만적인 비유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상황은 훨씬 냉혹해졌습니다. BCG 브라이트하우스의 CEO, 타라 드보(Tara DeVeaux)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결국 하루는 24시간뿐입니다.
넷플릭스는 틱톡, 유튜브와 시간을 놓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제 경쟁의 본질은 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일상의 틈(시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영화를 볼지 숏폼을 볼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빈 시간을 채워줄 가장 확실한 도파민을 찾을 뿐입니다. 우리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24시간 중 어느 슬롯(Slot)을 점유하고 있나요?

 

4️⃣ 그래서 UX 리서처는 사라질 것인가?

 

언젠가는 증기기관차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노션 창업자 이반 자오(Ivan Zhao) 말을 빌려 자전거에서 자동차로의 전환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지금까지의 UX가 사용자가 자전거 페달을 더 편하게 밟도록 돕는 일(Usability)이었다면, 앞으로의 UX는 자율주행차에 탄 사용자가 시스템을 온전히 신뢰하고 목적지까지 맡길 수 있도록 돕는 일(Trust & Reliability)이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AI가 나를 대신해 쇼핑을 하고 내 취향의 콘텐츠를 가져오는 시대. 우리는 이제 보이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야 합니다. 화면을 넘어, 데이터의 구조와 사용자의 시간을 설계하는 일. 그것이 2026년, 더 나은 디지털, 피지컬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화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제 고민에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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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6 AI 시대, 다음 역량은 무엇인가?

 

화면 위에서의 UT와 실험을 통한 최적화가 무색해진 AI 시대의 UX,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강조한 'AI 시대 인재상'에서 그 힌트를 찾았습니다.
2026년 우리가 갖춰야 할 생존 조건은 결국 두 가지로 수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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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earn, 다시 배우기

 

1️⃣ 러닝 투 런(Learning to Learn), 지식의 축적이 아닌 '배움의 설계'

 

"이제 '무엇(What)'을 아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식의 유효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 짧아졌고, 우리가 공들여 배운 방법론은 하룻밤 사이에 과거의 유물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배웠고 내겐 당연한 것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니, 조금은 슬퍼지는 시대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스스로 배움의 경로를 설계하는 '메타 학습 능력'입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버리는 '언런(Unlearn)'과, AI라는 새로운 모터를 내 업무의 프로토콜로 빠르게 편입시키는 속도가 곧 개인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듀얼모터가 싱글모터에 비해 더 빠르고 멀리 갈 수밖에 없습니다.

 

2️⃣ 혼란(Confusion)을 상수로 받아들이는 '전략적 유연성'

 

혼란스러운 것이 항상성을 갖는 시대입니다. 자전거에서 자동차, 다시 자율주행차로의 전환되는 시기에 가장 위험한 태도는 '완벽한 예측'에 매몰되는 것입니다. 변화의 파고가 높은 시대에 유일한 상수는 오직 '변화'뿐이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무엇이 바뀔지 맞추려 애쓰기보다, 어떤 혼란 속에서도 무게중심을 잡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회복탄력성'이 필수적입니다. 내면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AI Agent가 범람하기 전부터, 방법론(도구, SW, 전공, 학위 등)의 함정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을 사용자가 온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이 혼란을 성장의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오직 '다시 배우는 자(Re-learners)'만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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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을 보고 제게 커피챗을 신청한 분들께, 또 거듭해서 커피챗을 이어온 분들께, 중간중간 위로가 되는 안부를 전해주셨던 분들께 감사한 마음과 응원의 마음을 이 편지에 담아 보냅니다. 덕분에 저는 가끔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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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는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전문가로서의 역할과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쓰임새 사이에서 자기효능감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3년, 5년, 7년 차마다 찾아온다던 슬럼프를 지나, 한번의 휴직이나 공백 없이 16년째 일하고 있는 지금도 그런 고민은 불쑥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오늘 출근길에 뒷사람을 위해 출입문을 5초 더 잡아주는 일, 임산부 배지를 단 분을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라가는 일, 가벼운 농담으로 월요일의 무거운 공기를 띄우며 한 주를 시작하는 일은 앞으로도 지켜갈 생각입니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무언가를 만든다고 믿었던 시간에도, 혹은 내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느끼며 그저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데 집중했던 시간에도, 서로의 애씀을 알아주는 동료들은 언제나 제 편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취업이라는 어려운 관문 앞에 놓인 분들께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커피챗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114회의 커피챗을 마친 후 커피챗 서비스는 불쑥 종료되었지만, 인스타그램과 링크드인, 메일로 요청 주시는 분들을 위해 주말과 밤 시간을 쪼개어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덕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올해까지만 하자’라며 2025년에도 커피챗을 간간이 이어왔습니다. 그런 진심이 누군가에게 전해진 걸까요?

 

커피챗을 나누었던 분께 메일로 과분한 인사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2026년에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4. 실패를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7 첫 번째 모임 단체사진 ©REDBUSBAGMAN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7 첫 번째 모임 단체사진 ©REDBUSBAGMAN

 

첫 번째 발제문에는 저자 박소령 님의 ‘사적인 말’을 담았습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모임에서 시도한 ‘저자의 사적인 말’로 세 번째인데요. 처음으로 발제문을 통해 멤버들에게 생각을 전해준 생각노트 님의 『디테일의 발견』도, 『경험의 멸종』을 편집하며 품은 생각을 전해주신 강민영 편집자 님도 떠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망하는 생각노트 님과 인연을 맺은 것도 퍼블리 덕분이었는데, 퍼블리를 만든 소령 님의 사적인 말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콘텐츠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라는 믿음의 증표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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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사적인 말

 

안녕하세요, 박소령입니다. 한국에서 한해에 새롭게 출간되는 단행본은 약 5만 종이라 합니다. 시간의 힘을 이기고 에버그린으로 팔리는 책들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테고요. 개인이 가지는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귀한 시간을 사용해서 다른 책도 아닌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어주시고, 또 트레바리에서 함께 대화를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2025년 9월 5일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날부터 독자 분들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자리들을 세어보니 40번이더라고요. 40번 중에서 절반 정도가 넘어갈 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제가 창업자로서 보냈던 10년이라는 시간이 시신 해부대에 올라가 있다는 생각. 그리고 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는, 각자의 손에 메스를 들고 해부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

시신 해부를 하는 목적은, 이 과정을 통해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이유에 따라 어떤 장면을 어떻게 해부할지, 그로부터 어떤 것을 교훈과 반면교사로 삼을지는 철저하게 읽으시는 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프롤로그에 썼듯,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자'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쓰인 책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이 책의 그 어떤 곳에서든지 여러분께서 무언가 얻으시는 것이 있다면, 그 자체로서 이 책은 충분히 쓰임을 다 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새로운 시즌에서 만난 멤버 분들과 함께 '복기'하는 유익한 대화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실패를통과하는일 제목의 해시태그로 온라인 어디든 리뷰를 남겨주시면 꼭 읽고 하트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소령 님 (전 퍼블리 CEO, 『실패를 통과하는 일』 저자)

 

1️⃣  모임에서 함께 나눈 지적 대화의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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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발제문에 형광펜을 그어 둔 문장들

 

  • 저는 ‘상처가 아물어도 남은 흉을 바라보며 담담히 읽는 이 기록이 실패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록 우리 모두가 창업가는 아니지만, 치열하게 ‘나’를 증명하며 일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말이죠.
  • 일을 한다는 것은 나의 기질, 한계, 욕망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좋은데 안 쓴다'라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2015년 12월 16일(수) 오전 7시 45분, 잠실역으로 출근하기 전 '테헤란로 커피클럽'을 찾았습니다. 그날 저는 '퍼블리'와 소령 님을 처음 알았습니다. ©REDBUSBAGMAN
2015년 12월 16일(수) 오전 7시 45분, 잠실역으로 출근하기 전 '테헤란로 커피클럽'을 찾았습니다. 그날 저는 '퍼블리'와 소령 님을 처음 알았습니다. ©REDBUSBAGMAN

 

저는 '퍼블리'를 참 좋아했습니다. 정확히는 그 사업의 비전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했고, 창업자의 발표와 메일을 기다렸습니다. 첫 회사에서 나름의 성과를 인정받으며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시기, 저는 퍼블리를 통해 제가 얼마나 작은 세계에 갇혀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슬프기보다 기뻤습니다. 잠실로 출근하기 전 테헤란로에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동기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며 '지적 사치'를 누리던 그 시절, 퍼블리는 제 지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로켓 연료였습니다.

저는 퍼블리의 펀딩 참여자였고, 이후에는 저자로 참여해 디지털 리포트를 발행했으며, 커리어리 서비스의 초기 인터뷰이이자 헤비 유저였습니다. 이 서비스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구성원과 주주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 기업의 공전 궤도를 돌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삶에 대한 회고의 계기로 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처가 아물어도 남는 흉을 바라보며 담담히 읽는 이 기록은 실패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결과만을 소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 신화가 아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써 내려간 처절한 '전투 기록'에 가깝습니다. 성공이 무엇이고 실패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멤버분들의 독후감을 읽으며 느낀 것은, 우리가 이 책을 비즈니스 서적을 넘어 '삶과 태도에 관한 책'으로 읽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지난 상처를 위로받았고, 누군가는 지금 겪고 있는 고민의 해답을 얻었으며, 누군가는 앞으로 다가올 실패를 미리 예습하는 기분으로 읽어주셨습니다.

비록 우리가 모두 창업가는 아니지만, 치열하게 '나'를 증명하며 일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말이죠. 오늘만큼은 UX 리서치 케이스와 방법론을 잠시 내려두고, 실패를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통과한 한 사람의 기록을 빌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까요?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클럽장, 레드버스백맨

 

정말 간절하게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례하고 난폭하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과감하게 일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중략) 나는 느슨하고 헐거운 마음가짐으로 문제의 뒤로 물러나 좋은 사람인 척하는 리더보다 가끔은 미치광이 소리를 듣더라도 무소처럼 일의 정면으로 달려들어 일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리더를 훨씬 신뢰한다. 우리는 일 앞에서 좀 더 난폭해져도 된다. 아니, 리더라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당신의 일을 당신 대신 해결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위치에 선 사람이다. 그러므로 리더에게 쓸데없는 마음의 여유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리더인가⟫ 중에서

 

 


 

#5. 오늘 하루 문득 든 생각들

 

솔로프리너는 결국 솔로프리너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것일까요? 이건 어딘가 모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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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AI 서비스 품질을 위해 책을 사고 스캔하고 그걸 파괴하는 무자비한 일이 벌어지는 시대입니다 
더 나은 AI 서비스 품질을 위해 책을 사고 스캔하고 그걸 파괴하는 무자비한 일이 벌어지는 시대입니다 

Anthropic의 '종이책 스캔' 프로젝트가 흥미롭습니다. Claude를 서비스하는 기업 '앤트로픽'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종이책을 사고 스캔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인데요. 요약하면 앤트로픽은 고품질 데이터 확보를 위해 수백만 권의 실물 도서를 구매 후 유압 절단기로 파쇄하며 스캔하는 '프로젝트 파나마'를 단행했다고 합니다. 저작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무자비한 방법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규모의 합의비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데이터 품질에 달려 있고, 그들은 종이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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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택스 서비스 정상이용 확인 안내 이미지
홈택스 서비스 정상이용 확인 안내 이미지

홈택스에서 정상 접속을 확인하도록 안내하는 팝업 화면입니다. 홈택스 로고타입 이미지를 좌(정상이미지), 우(현재, 정상여부확인)로 파악하게 만듭니다. 오랜만에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를 2번째 시즌부터 어김없이 함께 해 주시는 혜민 님께서 독후감에 남겨주신 시가 참 좋았습니다. 아침에 이 편지를 받으신다면, 풋기운이 솟아나길. 2026년에 풋기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 새로운 편지의 시작에서 전하고 싶은 '풋기운'을 나누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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