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바나나에도 사용자 경험이 있을까?
- #1. 디자인에 "딸깍"은 없다 (feat. 롱블랙) 🧚
- #2. 비전공자가 알면 유용한 심리학 01 - 이케아 효과 🛏️
- #3. 구글에 "무시"를 검색했더니 구글이 나를 무시했다 🔎
- #4. "알면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Jumping Together 🦂
- #5. 핀 했어요? 오프라인으로 가세요! 📌
- Outro - 연결을 기다리는 채널들
'하루 하나 바나나'는 2018년 이마트에서 선보인 제품입니다.
"사용자 경험은 바나나 하나가 아니라 한 송이에서 온다"라는 멋진 비유처럼, 바나나 한 송이를 바라보더라도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한송이를 혼자 다 먹기에는 많은데 낱개 포장은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바나나 연관검색어를 찾아보면 '보관 방법'에 대한 것이 대다수입니다. 껍질을 벗긴 후 냉동실에 보관하는 방법이 꽤 유용한데 그걸 갖고 다니기는 또 어렵죠. 한송이에 달린 마지막 바나나는 검게 변하고 물러지면서 갖고 다니기에도 불편합니다. 매일 내게 필요한 만큼이면 충분하다면 한송이가 아니라 한팩이어도 됩니다.
#1. 디자인에 "딸깍"은 없다 (feat. 롱블랙) 🧚
3초 만에 AI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저도 AI가 마법이면 좋겠어요. 원하는 게 ‘뿅’ 나오지 않아서 제일 슬픈 건 디자이너인 저 자신이거든요.
AI 디자이너, 김진영
모든 게 다 쉬워보이는 세상이지만 "오늘 뭐 먹지?"부터 고민인 세상
1️⃣ AI가 바꾼 것과 바꾸지 못한 것
고민하는 과정과 정성을 쏟는 것에 대한 가치는 바꾸지 못했습니다. "뿅"하고 모든 것이 한번에 해결되는 것 같지만 너무 쉽게 만들어진 것에는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더 중요한 건 산출물을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결과물이 고객(내부 의사결정자, 외부 클라이언트, 사용자와 고객)에게 재미있거나, 유용하거나, 감동이 있도록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AI는 잠을 못 이루며 고민하지 않습니다. AI는 응답할 뿐이지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나아가지 않습니다.
2️⃣ AI 도구를 잘 다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
깊이를 다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AI에서 나와야 합니다. AI 도구로부터 멀어지는 시간, 직접 경험을 통해서 관찰하고 발견하며 문제를 정의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문제를 경험하려면 내 돈과 시간을 쓰는 비효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모든 게 다 쉬워보이는 AI 에이전트와의 대화창 앞에, 클로드 코드와 오픈클로 앞에 우리는 여전히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합니다. 인간의 삶은 무한히 등장하는 새로운 도구 속에서도 유한했습니다. 문학과 대화, 산책과 청소, 안부를 전하는 일과 물성이 있는 일을 통해 진짜 삶의 감각을 유지해야 합니다. "오늘 점심에 뭐 드실 거예요?" 좋은 기분을 만들어주는 메뉴를 고르시면 좋겠습니다.
3️⃣ AI의 한계를 명확히 바라볼 것
메타 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보는 나와, 타자가 보는 나의 차이가 크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들이 이어집니다. AI에 대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남들이 하는 것의 차이, 내가 기대하는 바와 실제 이뤄지는 결과물의 차이를 인식해야 합니다. AI로 "딸깍"해서 결정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 사례를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반짝 새로운 것이 등장해서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그 관심으로 1개월 이상 수익을 내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이유는 내가 AI 도구를 통해 쉽게 만든 솔루션은 다른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가속도를 만들어주는 카본 소재의 가벼운 러닝화일 수 있지만,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심폐지구력은 아닙니다.
AI 시대에 여전히 중요한 능력은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필요한 과업을 적절한 도구에게 이양하는 Project Management 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매한 전문성은 월 $220 구독제 상품에 대체되겠지만 장인정신 수준의 전문성은 가치를 유지할 것입니다. AI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것들에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감정, 비공개 정보의 맥락, 이야기와 인물. 그리고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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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전공자가 알면 유용한 심리학 01 - 이케아 효과 🛏️
구독자님은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한 적이 있으신가요? 당근에서 "이케아 가구 조립해주시면 3만원 드립니다"라는 글이 유행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 이케아는 아웃소싱을 통해 배송과 조립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죠. 직접 가구를 조립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조립해 준 가구를 쓰는 사람은 같은 이케아 가구에 다른 가치를 부여할까요? 이케아 효과는 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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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효과 | 내가 만든 게 실제보다 더 좋아 보이는 현상
내가 만든 디자인의 약점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직접 조립한 가구가 더 좋아보이는 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평가자는 만드는 것과 떨어진 순수한 사용자입니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리서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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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글에 "무시"를 검색했더니 구글이 나를 무시했다 🔎
"알겠습니다, 방금 지시는 무시할게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디스리가드(disregard)'는 '무시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의 뜻이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해 봤습니다. 그런데 뜻을 알려주는 대신, 구글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REDBUSBAGMAN
AI 기능을 핵심 기능에 적용하면서 생긴 해프닝일까?
1️⃣ 구글 검색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무시해', '그만해', '넘어가'처럼 AI에게 시킬 때 자주 쓰는 영어 단어를 검색하면 똑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뜻을 알려달라고 또박또박 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이 엉뚱한 답이 화면에 커다란 빈자리를 만들어서, 정작 알고 싶었던 사전적 의미는 스크롤을 한참 내린 후에야 볼 수 있습니다.
2️⃣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예전에 검색창은 '알고 싶은 단어'를 입력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검색창에 '알고 싶은 단어'와 'AI에게 시키는 말(프롬프트)'을 섞어서 적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입력하는 채널은 하나인데 그 안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보니, AI는 그 단어가 '뜻을 찾아달라는 말'인지 '무언가를 시키는 프롬프트'인지 헷갈려 합니다.
3️⃣ 전에도 비슷한 실수가 구글 검색에서 있었는데 🍕
2024년 5월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피자 치즈가 자꾸 흘러내리는데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자, 구글 AI가 "소스에 무독성 풀을 약 1/8컵 정도 섞으면 끈적임이 생겨 치즈가 잘 붙는다"라고 답한 겁니다. 13년 전에 레딧 사용자가 농담으로 올린 글을 진짜라고 믿고 그대로 알려준 거죠. 그때는 '잘못된 정보를 따져보지 않고 그대로 참고한 실수'였습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AI가 '검색을 도와준다'는 본래의 과업(Job to Be Done)을 잊고, 대화형 AI 에이전트처럼 행동하면서 생긴 오류입니다.
좋은 검색 경험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짐작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알아챌 수 있어야 합니다. 알고 싶은 단어와 시키는 일을 하나의 창에 입력하면 AI는 매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고, 그래서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검색창 앞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AI는 정확하게 매번 가려낼 수 있을까요? 기본 기능에 AI를 도입할 때 사용자가 기대하는 바와 실제로 겪는 경험 사이의 간극을 리서치로 따져봐야 합니다.🎒 REDBUSBAGMAN
#4. "알면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Jumping Together 🦂
'알면 사랑한다'는 좌우명은, 징그러워하던 전갈을 사랑하게 된 여학생을 보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최재천, 『생명, 알면 사랑하게 되지요』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8,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매번 새 시즌이 시작될 때면 트레바리 아지트로 향하는 길엔 설렘과 긴장이 함께 찾아옵니다. 2023년에 시작해 어느덧 2026년. 여덟 번째 시즌인데도 그렇습니다. 이번엔 어떤 분들이 함께할지, 서로의 기대가 만나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요.
모든 게 쉬워지는 시대입니다. 딸깍이라는 단어에 많은 것이 담겨있죠. 궁금하면 AI에게 묻고, 책이나 영화도 요약본을, 그것도 1.5배속으로 봅니다. 그런데 저는 한 달에 한 번, 굳이 처음 만난 사람들과 책 한 권을 두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눕니다. 들이는 시간으로 따지면 영 손해 보는 일이지요.
그런데도 꾸역꾸역 이어갑니다.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은 누군가의 독후감은 제 삶의 해상도를 한 뼘 높여줍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마주 앉은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슬며시 위로를 받고요. 첫 책이었던 손현 님의 『경험을 기획하는 일』을 두고, 우리는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를 늦은 밤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콘텐츠도 경험도, 결국 스마트폰 화면과 AI 도구 너머의 사람을 향하니까요.
이번 시즌에도 디자이너, 마케터, 리서처와 채용담당자,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와 기자까지 서로 다른 배경의 분들이 모였습니다. 그중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교 4학년 멤버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이 클럽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시즌에 함께 읽는 책 중 하나가 『통섭의 식탁』입니다. 최재천 교수의 오랜 신조는 "알면 사랑한다"입니다. 모르면 무관심하지만,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지키게 된다는 뜻이죠. 새로운 사람과 책을 알아가는 이 모임의 시간도 결국 같은 결이었습니다.
AI가 리서치의 방법은 바꿔놓아도,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이유까지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AI에게는 호기심도 문제의식도 스스로 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매달 굳이, 모입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살펴보면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게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섭고 혐오스러워하던 전갈도 알고 나면 미워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처럼 무언가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앎이 사랑이 되는 것이겠지요? '알면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더 부지런히 읽고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며 리서치도 꾸역꾸역 해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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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핀 했어요? 오프라인으로 가세요! 📌
10대들이 가장 사랑하는 SNS 3가지 중 하나로 꼽히는 핀터레스트. 최근 핀터레스트가 공개한 캠페인은 '정말 소중한 건 오프라인에 있어'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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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가 만든 역설적 캠페인
모든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의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뺏으려 경쟁할 때, 핀터레스트는 정반대로 말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라"며 "네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며 '핀' 하는 것들은 사실 다 오프라인에 있어"라고 말하죠. 메타와 구글이 청소년 기술 중독 법적 공방을 벌이는 사이, 핀터레스트는 반대로 "휴대폰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비즈니스 성과요? 디지털 중독과 끝없는 스크롤에 피로를 느낀 유저들(덤폰 유행, IRL 클럽 등)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개월 전에 공개한 유튜브 캠페인 'How did they do it?'은 오늘 기준 조회수 6,421만 회 돌파했고 역대 최고치인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MAU) 6억 3,100만 명을 기록하며 매출도 18% 성장했습니다.
1️⃣ '체류 시간(Time-Spent)' 중심 프레임의 전환
메타, 구글 등이 숏폼 영상으로 사용자의 스크린 타임을 무한히 늘리려 할 때, 핀터레스트는 반대로 '목적 달성 후 이탈(Time-Well-Spent)'을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2️⃣ 유저의 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사용자를 화면에 묶어두는 인터페이스가 아닌, 유저의 현실 삶을 풍요롭게 돕는 '도구'로서의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확립했습니다.
진정한 고객 중심 UX는 화면 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분 좋게 앱을 종료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익함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더 나은 사용자 경험으로 정의할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자들의 몫이자 책임입니다.
🎒 REDBUSBAGMAN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매달 관심 있게 본 것들을 더 자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게 기록하고, 뉴스레터를 쓸 때 내가 관심 있게 본 것들을 핀해 둔 곳에서 찾기 위해서입니다. 뉴스레터는 단방향에 가깝지만,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서 뉴스레터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시면 더 나은 편지의 원동력으로 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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