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일어선 사람들

2024.02.21 | 조회 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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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바닥에서 일어서서』 주제 사라마구

주앙 마우템푸는 세상을 만졌고 그 무게를 느꼈다. 이제부터는 세상과 인간, 집, 자식, 함께 나누는 삶의 문제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손을 파우스티나의 어깨에 얹었다, 그녀가 그의 세상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무게를 지닌 세계, 시작도 끝도 없고, 바다와 육지로 이루어져 있고, 구름으로 매달려 있든 거대한 지하의 판 밑의 샘에 숨어 있든 오고 가고 하면서도 늘 한결같이 맑은 물을 실어 나르는 강, 개천, 시내가 엇갈리는 이 구(球), 하늘을 굴러다니는 거대한 바윗덩어리처럼 보이는, 또는 언젠가 우주비행사들의 눈에 그렇게 보일 것이지만 우리가 이미 상상할 수 있듯이, 회전하는 팽이처럼 보이는 이 세계, 하지만 몬트 라브르에서 보았을 때 이 세계는 매우 예민하다.

 

우리가 모든 미진한 일들을 다 아퀴 지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더 강하고 나은 곳이 될 것이다.

 

살아온 수많은 세월은 정말 많은 시간이며, 그 시간에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인생 이야기를 쓴다면, 그것을 모은 도서관이 얼마나 커질지 생각해보라. 그 책들은 달에 보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무개가 누구이고 누구였는지 알고 싶으면, 달이 아니라 인생을 발견하기 위해 우주를 가로질러 여행해야 할 것이다.

 

삶이란 그냥 태어나고, 일하고, 죽는 문제가 아니에요, 가끔 우리는 반항도 해야 해요, 그게 제가 여러분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침착하게 소총을 어깨에 걸친다. 이 동작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목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행동들의 의미 없음 사이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붙들 수 있는 것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그런 단조로움을 지겨워하지 않는가. 매일이 어제와 똑같다. 적어도 모자란 식량, 그리고 내일을 위해 약간의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면에서는 그렇다. 이런 곳에는 내일이 위협처럼 드리워져 있다. 내일, 내일은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이라기보다는, 그게 인생인지는 몰라도, 그저 어제처럼 또 하나의 날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난다. 아이는 시트에 누워 있다. 사람들은 아이가 세상에 들어오자마자 철썩 때렸다, 그렇다고 이것이 필요한 일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녀의 첫 울음이 목에서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녀는 지금은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다른 것들도 소리칠 것이다.

 

약간의 운이 다였다, 실제로 필요한 건 운뿐이다. 어쩌면 그게 처음에 부족했던 것인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모두 저들이 누구인지 안다. 저자들은 군경찰, 비밀경찰, 라티푼디움과 그 소유자인 알베르투나 다고베르투, 용과 대위, 배 속을 갉아먹는 허기와 부러진 뼈, 불안과 탈장이다. 그들은 늘 우리에게서 우리의 존엄을 벗겨내려고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그렇게 계속될 수는 없어, 반드시 멈춰야 돼, (…) 문제는 여덟 시간이나 사십 이스쿠두가 아니야, 우리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이제 뭔가 해야 돼, 그런 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오로지 군경찰의 재미를 위해서 두 사람이 서로 싸우는 건, 아버지와 아들이 되었건 누가 되었건,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우리는 없다는 핑계로는 충분치 않아, 지금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건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은 우리 아버지를 위해서야, 아버지는 다른 인생은 살려고 하지 않았지, 가엾은 분, 내가 당신을 때리고 군경찰이 술에 취한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기억뿐이었어, 만일 신이 있다면 틀림없이 그때 개입했을 거야. 목소리가 말을 멈추자 모두 일어섰다. 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각자 자신의 운명을 따르러 출발했고, 오월 일일에 그곳에 있겠다고 결심했다. 여덟 시간 노동과 사십 이스쿠두의 임금을 단호히 요구하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도 도대체 그들 가운데 누가 자기 아버지와 싸운 사람인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눈은 너무 많은 고통의 광경은 감당할 수가 없다.

 

기분이 어떠세요, 아버지.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대답한다, 좋구나. (…) 이 시트, 이 담요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죽음이다. 죽음이 나와 함께 누웠는데 다른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죽음은 문이나 창문을 통해 들어올 거라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여기 나와 함께 침대 안에 있다.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을까.

 

이들이 내가 아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국가와 지주 권력의 공모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교회에 기만을 당하는 사람들, 경찰에게 늘 감시를 당하는 사람들, 거짓된 정의의 독단에 수도 없이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 ‘나쁜 날씨’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농민 가족 3대가 20세기 초부터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74년 4월 혁명에 이르기까지 『바닥에서 일어서서』라는 제목의 이 소설을 통과해간다. 나는 땅에서 일어선 이런 사람들, 처음에는 진짜 사람들, 그다음에는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서 참는 법, 시간을 믿고 시간에게 속을 털어놓는 법을 배웠다. 우리를 세우는 동시에 부수는 바로 그 시간 말이다. 시간은 그러고 나서도 우리를 세우고 다시 한 번 부수지만. 내가 만족스럽게 소화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은 그런 경험의 고달픔을 통해 그 사람들에게서 미덕으로 바뀌게 된 어떤 것이다. 삶을 향한 타고난 내핍적인 태도 같은 것. 그러나 그때 배운 교훈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고, 나는 매일 내 영혼 속에서 그 존재를 집요한 소환 명령처럼 느끼고 있다. 나는 알렌테주의 평원의 그 가없는 광대함 속에서 나에게 드러났던 그 존엄의 예들이 보여준 위대성에 관해 조금 더 써 보고 싶다는 희망을, 적어도 아직은, 버리지 않았다. 시간이 말해주겠지.

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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