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라리오 미니모*』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
콜롬비아의 기자이자 작가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는 2007년의 더운 계절, 6개월간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나르코스」의 배경 메데인(Medellín) 13구로 가서 최저임금 노동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는 한화 20만 원에 그치는 월급에 제 몸을 맞추어보았다. 매일은 아니라도 주말 하루이틀쯤은 음악을 듣고, 술 한잔을 기울인다고 하는 주관적인 인간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그는 고강도의 노동을 하루하루 치러나간다. 일하는 동안은 음악을 들을 수 없고, 퇴근길에서 마주치는 추러스에 마음을 뺏겨서는 안 되는 생활이다.
* 최저임금을 뜻하는 스페인어
한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고 이들의 욕실에서 샤워하며 가족이 같이 쓰는 찻잔에다 커피를 마시고 이 집 베란다에서 담배도 피우는 사이가 될 내가, 누구고 여기에 왜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은 진짜 나로 돌아와 제정신을 잃지 않고 누군가와 정서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
새로 나를 맞이한 세상 대부분은 이룰 수 없는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 수 없는 옷들과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다. 돈이 없다는 건, 나체로 길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자 어렸을 때 부모를 잃은 그런 느낌이다. 고아가 되어버린 기분을 어떻게 극복한단 말인가? 돈이 있다는 말은,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인가? 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가치가 얼마인지도 따지지 못할 만큼 돈을 많이 가지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하면 거기까지 갈 수 있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거라면? 부자로 사는 방법의 하나가 영원히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상태라면?
어느 오후에는 1253벌의 옷을 세었고,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기 위해 그 숫자를 종이에 메모해뒀다.
이제 공장을 떠날 날이 가까워져온다. 이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다른 사실이 떠오른다. 나의 동료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이곳을 지키고 있을 거라는. 보고타에 돌아간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 다만 진짜 아무도 말해주지 못할 어떤 변화가 있으리란 것은 확신한다. 희망과 동시에 두려움을 품은 채, 내 삶을 지탱하던 판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 글을 쓰고 받는 돈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전의 나로 돌아가지는 못하리라. 편집실에서 몇십 년을 보내는 건 이제 내게 대안이 될 수 없다. 시간을 살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내가 어디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색할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추위를 떠올리며 더위를 참아내는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열 시간 동안 발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서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작업 시간에 배가 얼마나 고픈지 정도를 재보는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미워하는 것이다. 자기 얼굴까지도. 혹은 반대로 아무것에도 관여하지 않고 그저 무기력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여기, 이 화장실에서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잠깐이나마 숨을 돌리곤 했다. 스스로 희대의 거짓말쟁이가 아닌지, 사기는 아닌지,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를 기다리는 삶이야말로 가짜는 아닌지를 자문하던 순간들이다. 또 비야 가족과 공장의 내 동료들에 대한 글을 쓰고서 받는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으며, 돈이 있을 때만 베풀 수 있고 베풀지 않을 돈의 의미를 묻는 순간이었다. 만약 검소함이란 자질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를 택할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지는지 알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언젠가 이 건물을 나가게 되면 다시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겠다고.
거리를 걷고, 또 걸어서 최대한 멀리, 공장의 누구도 나를 찾아볼 수 없는 곳에까지 도착했다. 그러고 나서 울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오열했다. 웃음과 눈물은 신이 만든 두 가지 길이라고, 대학교 때 한 친구가 얘기했었다.
늘 어떤 것이 다가오고, 늘 어떤 것이 떠나간다. 그것이 우리의 비극인 동시에,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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