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대우할 줄 아는 사람

2024.05.23 | 조회 4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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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집 안 가요’라는 아가씨의 말, ‘본전도 안 남아요’라는 상인의 말,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는 어르신의 말이 세상 3대 거짓말이라는 오랜 유머가 있다. 나는 여기에 ‘저희 집처럼 해드릴게요’라는 도배사의 거짓말을 하나 더 보태고 싶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무턱대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정작 도배사의 집이 완벽하게 도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사실 공간을 채우는 것 말고도 스스로 돌보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하고, 취미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위한 시간도 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은 직업 활동이나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다른 일과는 달리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더 미뤄 왔던 것 같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간을 쓰고 때로는 돈도 쓰고 공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이제야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잘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며 사는 일, 나다운 삶의 시작이 아닐까.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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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생존자 빅터 프랭클은 지옥의 수용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며 버틴 사연을 자전 에세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썼다. 정신의학자였던 프랭클은 마치 자신이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인 양 자신과 동료 수감자들의 일상과 내면을 분석하며 현실과 거리를 유지했다.

요네하라 마리가 실화 소설 ’올가의 반어법’에서 주목한 체코 여성 올가 모리소브나와 스탈린 수용소 수감자들에게는 그들끼리 나눈 이야기가 힘이 됐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오스트리아 화가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즉 아름다움으로 견뎠다고 한다. 

재단사 마틴 그린필드는 세탁실에서 나치 장교와 병사들의 옷을 빨고 다림질하는 일을 맡았다. 어느 날 친위대 장교의 셔츠를 빨다가 실수로 옷깃을 찢었다고 한다. 그를 심하게 매질한 장교는 망가진 셔츠를 그에게 집어 던졌고, 그는 한 수감자에게 바느질을 배워 그 옷을 제 몸에 맞게 수선한 뒤 줄무늬 수감자복 안에 껴입었다.

그에겐 셔츠가 어쩌면 그런 것이었다. 추레한 죄수복과 달리 제 몸에 맞춰 수선한, 아마도 나치 디자이너 휴고 보스가 고급 원단으로 디자인했을 그 셔츠의 단정한 감촉에서 인간적인 무언가를 느꼈을지 모른다. 그에게 셔츠는 살인적인 추위를 덜어 준 여분의 옷을 넘어 개성과 품위, 존엄의 표식이었다. 44년 트레블링카 수용소로 이감돼 탄약공장 노동자로 부려질 때에도, 미군이 수용소를 찾아왔을 때에도 그는 그 셔츠를 겹쳐 입고 있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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