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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하워스가 쓴 에세이 '마인드풀 포토그래퍼: 인생을 위한 사진'의 인상적인 점은 작가가 사진을 찍는 찰나, 그들의 관점과 접근법을 명상과 결부시켰다는 것이다. 빤히 보이는 세상에서 예리한 의식과 감각으로 좋은 사진 한 장, 인생 사진 한 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명상 행위에 다름 아님을 스미듯 일깨운다.
명상의 핵심인 '명료함'을 다루는 챕터에서 저자는 인간의 침략으로 파괴된 미국 서부 자연의 50년사를 기록해온 로버트 애덤스의 작업을 소개한다. 엄격한 수련으로 통찰과 연민을 기르며 공공선을 실천하는 '보리살타'의 이상에 관심이 있었던 로버트의 사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포착하면서도 차갑고 명료하게 절제돼 있다. "사진가는 자기 앞에 있는 그대로 세상을 더 잘 볼 때 비로소 더 나은 세상을 묘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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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엄마한테 엄두릅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엄나무에서 두릅이 삐죽삐죽 돋기 시작하면 그 빛깔이 산 아래까지 퍼진다고, 그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왠지 잊을 수가 없어서 언젠가의 소설에 엄마의 엄두릅 얘기를 썼다. 내 엄마의 말이니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는 말을 엄마가 어떤 정조로 하는지 오랜 시간 옆에서 봐왔으니까.
나는 단 몇 시간 동안 들은 인터뷰이들의 삶을 소설로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잊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파일 하나가 그대로 하나의 우주가 된 채 내 노트북 안에 담겨 있다. 작업 중에 노트북이 갑자기 소리를 내거나 깊은 밤에 노트북 주위에서 무언가 빛이 깜박이면 나는 내가 들었으나 쓰지 않은 말들이 내게 신호를 보내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신호가 오는 한 나는 내가 청자였던 순간들을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쓰지 않더라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하는 한 내게 전해졌던 타인의 삶들은 숱한 우회로를 거쳐 다른 형태의 쓰임을 가져올 것이다. 청자였던 우리가 때로 화자가 되고 화자였던 우리가 청자가 될 수 있다면 다시 만나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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