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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당황스럽지만 계속 읽어본다. 오히려 문학은 "우리 자신도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고 죽어야 하는 것"을 되새겨준다.
진실한 문학은 고통이 없어질 거라는 말 대신, 고통에 삶이 출렁거릴지라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을 내줄 것이라고. 작가들은 자신의 책에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이들이 삶에 매진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려 안간힘을 쓴다. 독서는 이런 치열한 저항과 분투에 개입하는 행위다.
저 구석에 둥글게 몸을 말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다시 보니 그는 "진실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위해" 패배하더라도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독자다. "음악을 다 연주할 때까지/ 건반을 더듬는 연주가(에밀리 디킨슨)"처럼 다른 사람의 영혼에 귀 기울인다. 알고 보니 독서란 그 어떤 취미보다 역동적이고 분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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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그림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인간만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파친코>는 저마다의 그림자를 가지고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존엄한 인간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길고도 가파른 시간을 달려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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