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SaaS 오늘의 소개 글
안녕하세요 주간 SaaS 입니다. 제가 지난주에 읽었던 아티클 가운데 가장 큰 깨우침을 줬던 글 같습니다. ARR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끄럽네요. 🥹SaaS 비즈니스 모델의 마법 지팡이 역할을 하는 "반복 매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재정립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글 입니다.
북극성 지표, ARR
클라우드 기업이라면 누구나 ARR, 즉 연간 반복 매출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왔습니다. 예측 가능한 매출, 높은 고객 유지율, 막대한 수익성까지 보장하는 ARR은 그야말로 SaaS 기업의 성공을 보여주는 북극성 지표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SaaS 환경 자체가 급변하는 지금, 과연 ARR은 예전과 같은 의미를 지닐까요?
클라우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재무 모델은 '고객이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라는 대전제를 기반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높은 고객 유지율이 SaaS 비즈니스 모델, 더 나아가 ARR의 존립 근거인 셈입니다. 만약 고객이 떠나간다면? ARR은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습니다.
ARR의 정의
아이러니하게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ARR의 정의는 아직까지도 모호합니다. 회계 기준인 GAAP의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기업마다 제각기 다른 정의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쉽게 말해 ARR은 향후 1년 동안 기업이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입니다. 반면에 실제로 재무제표에 기록되는 회계 매출은 후행 지표입니다.
ARR은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지표이지만, 전통적인 정의만으로는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ARR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진짜 그리고 순수한 ARR
고객이 1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특정 금액을 지불하기로 약속하는 계약에서 발생하는 매출, 이것이 바로 ARR의 가장 순수한 형태입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고객은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기존 ARR 금액을 유지하거나 조정하여 계약을 갱신합니다.
반대로 ARR에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매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일회성으로 발생하는 전문 서비스 매출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ARR에 포함시키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어떤 투자자 발표 자료에서는 ARR 폭포수 차트에 "*모든 ARR이 반복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각주를 달아놓기도 했습니다. ARR의 정의가 얼마나 모호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복잡해지는 ARR
위에서 언급한 명확한 경우 외에도 ARR에 포함시킬지 말지 애매한 회색 지대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어떤 기준을 사용하든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고객 유지율이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SaaS의 마법은 사라진 것일까?
투자자들이 SaaS 비즈니스 모델에 열광했던 이유는 바로 높은 예측 가능성 때문입니다.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고, 이탈률 또한 매우 낮아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연간 이탈률은 10%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2년간 순매출 유지율(NRR)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SaaS 기업들은 신규 고객 유치 없이도 ARR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낮은 이탈률과 이탈 고객을 뛰어넘는 신규 고객 확보, 이것이 바로 SaaS 산업의 성공을 이끈 마법의 공식이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성장: SaaS 기업의 강력한 무기
SaaS 기업의 성장세는 둔화될지라도 그 속도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예측 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아래 BVP 자료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SaaS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과연 이러한 예측 가능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ARR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몇 가지 요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흔들리는 ARR, 그 의미를 위협하는 3가지 요인
하지만 SaaS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과연 이러한 예측 가능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ARR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몇 가지 요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중 하나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어떤 요인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1. 소비/사용량 기반 과금(UBP, usage-based pricing) 모델의 매출
UBP가 SaaS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ARR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UBP가 과연 반복적인 매출인지 논란이 일었고, 이에 따라 매출 유형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 반복적 매출 (Recurring Revenue): 정기적으로 발생하고 갱신되는 보장된 매출
- 재발생적 매출 (Reoccuring Revenue): 두 번 이상 발생하지만 보장되지 않고 예측 가능성이 낮은 매출
많은 기업들이 기본 연간 계약 금액을 보장하고 사용량 초과분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UBP 매출은 ARR에 포함되어야 할까요? 일부에서는 UBP가 재발생적 매출이기 때문에 ARR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UBP는 과금 방식의 차이일 뿐, 판매되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SaaS와 마찬가지로 제품이 시장에 적합하지 않으면 고객 유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UBP 매출은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ARR에서 무조건 제외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만약 UBP 매출이 ARR의 기본 개념에 부합한다면 ARR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투자자는 UBP 매출의 변동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2. 실험적 실행률 매출(ERR)
저는 ERR(Experimental Runrate Revenue), 즉 실험적 실행률 매출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Altimeter에서 일하는 동료로 부터 들었습니다.
최근 AI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위해 지갑을 열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즉, 언제든지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매출 확보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매출을 기존의 ARR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만약 연간 이탈률이 40%에 달한다면, 이를 '반복적' 매출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3. 전통적인 SaaS 매출
고객이 최소 지출 금액을 보장하는 계약은 SaaS 기업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면, 이는 단지 고객 이탈 가능성을 줄여줄 뿐입니다.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아니라면, 이러한 매출을 ARR의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대부분의 고객이 1~2년 후 서비스를 해지한다면, 과연 이를 ARR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SaaS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ARR을 중요 지표로 만들었던 것은 바로 높은 고객 유지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객 확보 비용(CAC) 회수 기간을 고려했을 때, 고객은 최소 2~3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해야 기업 입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습니다.
아래 자료는 상위 25% 기업들의 CAC 회수 기간 벤치마크입니다. 고객이 CAC 회수 기간을 훌쩍 넘겨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ARR이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SaaS 기업들이 AI 기술을 앞세운 경쟁자 또는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만약 고객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ARR은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SaaS 산업의 변화 속에서 ARR의 의미 재정립 필요
SaaS 산업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을 지속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입니다.
투자자와 기업 운영자들은 기존의 ARR 정의가 현재의 매출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강력한 고객 유지율, 이것이 바로 SaaS 모델과 ARR의 존립 기반입니다. 고객이 떠나간다면 SaaS 모델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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