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돌아가는 사람

2025.10.27 | 조회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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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공의 생각배달

생각공장장의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

누군가가 어떤 성과를 냈다는 글을 봅니다. 그러면 마음 한구석에서 속삭입니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어느새 또 다른 일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정해둔 일이 있는데 말입니다.


퇴로를 만들어두는 습관

최근 깨달았습니다.

이 일에 몰두하겠다고 해놓고 또 다른 일을 찾는 것. 그건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었습니다. 나 자신을 온전히 믿지 못한 마음의 반영이었습니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괜찮도록. "다른 길이 있으니까." 그렇게 퇴로를 만들어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를 꺼내려다가 멈칫합니다. 프로젝트에 온전히 몰입하려다가 다른 가능성을 떠올립니다. 저는 늘 한 발 물러서 있었습니다.

같은 방법을 배워도 사람마다 결과가 다른 이유. 그건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토대의 차이였습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아무리 배워도 돈에 대한 본연의 자세가 다르면 작동하지 않듯, 저는 "나는 할 수 있어"라는 토대 위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말의 이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 머릿속이 시끄러워집니다. 혼자 있을 때마다 수많은 생각이 몰려옵니다.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말들이 있습니다.

"그걸 니가 어떻게 하려고 해?"

"그걸 해서 뭐 하겠다는 거야?"

심리학에서는 이를 '초기 부적응 도식'이라고 부릅니다. 어린 시절의 감정 경험이 편도체에 기록되고, 그것이 현재의 신념을 만듭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자신을 의심하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말하며, "재능이 부족해"라고 속삭입니다.

이런 도식은 의지와 바람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편도체가 자동 반응합니다. 논리적인 이야기는 트라우마가 된 기억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면 사람들 시선에서 한 발 물러나 혼자 몰두하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생존 불안은 즉각적 해결책에만 매달리게 만듭니다. '돈이 없으면 안된다'는 불안은 수익화 방법에만 골몰하게 하고, 정말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보지 못하게 합니다.

절박함은 구조를 가립니다. 그리고 물고기가 물 밖을 상상하지 못하듯, 퇴로를 만드는 습관으로 자란 사람은 '안전하게 깊게 가기'를 상상조차 못 합니다. 환경이 상상의 한계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만났습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원래 어떤 모양이었나요?" 사회가 요구하는 모양이 아니라, 타고난 모양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안도감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치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 안도감이 생깁니다. 그 안도감을 바탕으로 원하는 것, 마음이 시키는 것, 재능이 발휘되는 것을 해볼 수 있습니다. 재능 발휘 → 가치 확대 → 더 큰 안도감 → 더 큰 재능 발휘. 이 순환은 돈이 있어도, 돈이 없어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점은 안도감입니다.

불쾌한 상황을 거부하면 오히려 그 상황에 집중하게 됩니다. 폭우 속에서 젖지 않으려고 나무 아래로 뛰어다니면 비도 온전히 피할 수 없고, 분노와 실망감만 커지며, 아름다운 풍경도 완전히 놓치게 됩니다. 저항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목적을 방해합니다.

젖는 것을 받아들이면 평온하게 산책하며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진정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채 다른 일로 넘어가는 것. 수용은 포기가 아니라 에너지의 재배치입니다.

후퇴는 회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때로는 내면의 힘을 회복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코칭이 즉각적인 답을 주지 않고 빙빙 돌더라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허용하는 이유. 그 불편함 속에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능력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다르게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조건이 갖춰지면 몰입할 거야"가 아니라 "지금 몰입하기로 선택"하는 것. 자기 효능감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일을 해내면 자신감이 생길 거야"가 아니라 지금 순간의 선택입니다.

이제는 퇴로를 닫고, 한 방향으로 깊게 가보기로. 깊게 몰입하되, 상처받더라도 진짜로 나를 걸어보기로.

그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늘 해왔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몰랐던 것들.

수상 경력이 있는 한 교사는 학생들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말하지 못한 질문도 듣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물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그렇게 하지 않나요?" 그에게 학생들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너무 쉽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강점은 너무 당연해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능력일수록 자동화되어 의식에서 사라집니다. 매일 쓰는 회로는 고속도로가 되어 의식적 노력 없이 실행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약점은 사용 빈도가 낮아 매번 의식적 노력이 필요해서 오히려 눈에 띕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가 늘 해오던 것, 너무 자연스러워서 가치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그것이 제 강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조용히 지금 하고 있는 일 안에서 나를 다듬고 싶습니다. 밖으로 확장하기보다 안쪽으로 깊어지는 시기. 그게 진짜 제가 가고 싶은 길입니다.

면접도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연기하려고 노력할 바에는, 차라리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성향과 역량, 그리고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면접관이 그러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면접은 회사가 지원자를 뽑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지원자도 회사를 판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보여줬을 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합격해도 오래 일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곳을 찾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길로 도망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나를 믿으며, 나의 일과 함께 성숙해가기로 했습니다.

 

💭

당신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나요?

그 길에서 한 발 물러나 퇴로를 만들어두고 있지는 않나요?

후퇴가 회피가 아닌 회복이 되는 순간,

당신은 더 깊은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해서 못 봤던 것들,

그것이 바로 당신의 강점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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