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찾을 수 없는 곳

2025.10.05 | 조회 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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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공의 생각배달

생각공장장의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

유튜브에서 본 영상 하나가 마음에 걸려, 그곳으로 떠난 적이요. 프랑스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며 예술과 철학을 이야기한다는 말에 이끌려 유학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몇 달간의 현타. 그러나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라, 그들만의 작은 공간에 모여 있었다는 것을.

흥미로운 건, 우리가 동경하는 프랑스 살롱 문화가 실제로는 귀족과 부르주아의 배타적인 공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계몽주의 사상을 논하던 그곳도, 위계와 폐쇄성으로 가득했죠. 우리가 찾는 건 그런 살롱이 아닙니다. 우리가 찾는 건 누구나 자기 모양 그대로 환대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오랫동안 떠돌았던 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늘 어딘가 엇박자라고 느꼈습니다. 주류 사회의 리듬에 맞춰 살려고 애썼지만, 제 안의 무언가는 계속 삐걱거렸습니다. 소속감이 필요했습니다. 나를 이해해줄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은 아무데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 시대를 "고향상실의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뿌리를 내려야 할 곳을 잃었습니다. 학교와 직장은 소속감을 주지 못했고, 저는 길을 잃은 고아처럼 떠돌았습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그런 대화가 오가지 않습니다. 네트워킹 모임에서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친절했지만, 제가 찾던 건 친절함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인 걸까. 내가 원하는 게 너무 특별한 걸까.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어떤 곳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만났습니다.

"고아처럼 떠도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주류 사회에서 벗어나 있다고 느끼는 사람. 나를 이해해줄 곳은 없다고 생각하며 홀로 버텨온 사람.

그곳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프랑스의 그 와인 바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하는 곳. 각자의 재능과 모양을 지워버리지 않고,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허락하는 곳.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이런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그러나 "집 밖의 또 다른 집"이 되는 곳. 우리가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위계가 잠시 유보되고, 중립성이 보장되며, 대화가 중심이 되는 곳.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찾던 건 사람들이 많은 곳이 아니라, 특정한 맥락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그 맥락 안에서만, 진짜 대화가 오갑니다. 그 대화 속에서, 각자가 자기 자리를 조금씩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저는 그곳에서 나의 '엇박자'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나만의 자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독립서점 주인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서로의 생존 전략을 나누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발을 딛는 법을 배웠습니다.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건, 숨어 지낸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주류의 잣대 없이 나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세상에 다시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사색의 공간이 아니라, 실천의 발판이었습니다.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노력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몇 달이 걸릴 수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분명 존재합니다. 당신과 같은 리듬으로 숨 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당신의 모양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곳.

저는 그곳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가 들은 가장 중요한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너의 자리도 존재한다."

이것은 조건부 환대가 아니었습니다. 주류 사회는 우리에게 늘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면, 그때 너를 받아줄게. 그러나 진짜 생태계는 다릅니다. 무조건적인 환대. 네가 누구든, 어떤 모양이든, 너의 자리는 이미 여기 존재한다는 선언.

이것이 고향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

당신은 지금 어디를 찾고 있나요? 당신과 같은 리듬으로 숨 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나요?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지만, 노력하면 찾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의 자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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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nie의 프로필 이미지

    annie

    1
    2 months 전

    생태계에서 안전하다고 느껴요. 음.. 가족, 친구가 아닌 이상 누군가를 온전히 응원하는 그룹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생태계 안에서는 각자가 각자의 모습으로 있는 걸 인정&응원하고 그 모습으로 잘되길 바래요. 안전하고 좋은 집단인 것 같아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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