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공장장입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요즘 금요일 아침 7시에 사람들과 만나 ‘일’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첫 시간에 저는 일에 대해 잘 몰라서 배워가려고 시작했다고 말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지, 그 안에서 더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 제 생각을 펼쳐보고, 그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려고요.
최근에는 이 강의를 영상과 교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도 자기 시간에 공부할 수 있게요. 설명한 내용을 다시 볼 수 있고, 그것을 가지고 자기 일을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상 파일과 교재 파일이 생겼다고 해서 그 일이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정말 공부가 될까?
책을 읽다가, 지금 우리가 하는 일로
첫 강의에서 책은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산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내가 할 수 없거나 시간과 노력을 쓰기 어려운 일을 다른 사람이 해주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나는 어떤 도움을 주고 싶은가. 저는 이쪽으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일이 돈을 많이 버는지, 무엇을 하면 인정받는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만 출발하면 일을 하는 ‘나’는 잘 보이지 않아요.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에 자꾸 관심이 가는지 말이지요.
강의를 하다가 우리가 그 시간에 하고 있는 일도 예로 들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생각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했어요. 설명을 듣는 일 안에, 저와 만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일도 들어 있는 것이지요.
책 속의 ‘일’을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어보는 겁니다. 내가 하는 것과, 그것을 받는 사람이 경험하는 것을 함께 살펴보면 일의 모양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상대가 무엇을 얻고 있는지는 제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다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에게 들은 것과 제가 짐작하는 것은 구분해야겠지요.
교재에도 이런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제 설명을 이해한 다음에는 각자의 경험을 놓고 볼 수 있도록요.
내가 했던 일을 꺼내놓는 자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의 이야기를 2020년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 교실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 교사인 저였다는 이야기였어요.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겨본 경험도 함께 적었습니다.
가르치려면 내 안에 있던 생각을 말이나 글로 꺼내놓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드러나고, 나에게 맞는 방법도 알게 된다고 썼어요. 다음 해에는 ‘성공보다는 성장’이라는 글에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지식을 진짜 내것으로, 내 신경계에 새기려면 그것을 어떤 형식으로든 현실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이어서 경험은 처음부터 완전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듣고 아는 것에 시간을 쓰는 만큼, 그것을 가지고 직접 해보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당시에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번 교재에서도 최근에 실제로 한 일의 한 장면을 적도록 구성했습니다. 새로 근사한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한 일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그 과정 중 어디에 관심이 갔는지, 상대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를 놓고 보는 겁니다.
가령 ‘도움을 주었다’고 적었다면, 상대의 어떤 말이나 행동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돌아봅니다. 내가 주고 싶었던 도움과 상대가 실제로 받은 도움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 부분은 모르는 채로 둘 수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 가보면 처음에 한 문장으로 적었던 내 일을 다시 설명해볼 수 있겠지요. 직업 이름이나 맡은 업무 말고, 내가 그 일을 하는 방식과 함께하는 사람도 그 설명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그 과정을 따라갈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공부를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AI에게 회의록과 유튜브 영상을 찾아 학습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이어 편집된 영상과 자료를 묶어 판매할 수 있는 인강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고요. 그러자 혼자 보는 사람이 따라갈 수 있도록 수업을 나누고 영상과 교재를 연결하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자료가 나오자 다시 물었습니다.
“이 학습자료를 가지고 영상을 보면 공부가 가능하게 구성한거지?”
영상을 어떻게 자르고 교재 몇 쪽을 보게 할지 설명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확인하고 싶은 건 실제로 그것들이 맞물리는지였습니다. 그래서 학습자가 되어 교재와 영상을 나란히 놓고 공부한다고 가정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진행하면서 막히는 곳을 찾아 피드백을 달라고요.
그 내용을 받아 수정했습니다. 지금은 영상에서 잠깐 멈추고 자기 일을 적는 곳, 다음에 볼 교재 쪽수, 같은 장면을 이어서 살펴보는 순서가 들어 있습니다. 질문만 던져놓았을 때 막힐 수 있는 부분에는 강의에서 다룬 사례를 정리한 작성 예시도 넣었습니다.
교재를 열어보니 읽기 불편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줄간격과 여백을 다시 조정해달라고 했어요. 저는 누군가가 혼자서도 이걸 보고 자기 일을 살펴봤으면 하는데, 읽기 어렵거나 어디에 적을지 찾아다녀야 한다면 그 일부터 걸리겠지요.
이 과정에서 제가 모든 편집 방법을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느 부분을 자르고 어떻게 배치할지는 도움을 받습니다. 대신 제가 무엇을 만들려고 했는지 계속 확인합니다. 금요일 아침의 강의를 듣지 못해도, 영상과 활동지로 스스로 공부해볼 수 있는 것. 제가 계속 가져가고 있는 생각은 그쪽입니다.
다음에는 실제 사람과 해봐야겠지요
AI에게 모의로 공부해보라고 한 것은 실제 사람이 공부해본 결과와는 다릅니다. 자료와 영상 사이에서 어긋난 것을 찾는 데에는 쓸 수 있었지만, 사람이 어디에서 궁금해하고 무엇을 적기 어려워하는지는 또 만나봐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작은 프로그램으로 함께 해보면서 고쳐갈 생각입니다. 짧게 정돈된 영상과 자료를 놓고 스터디가 만들어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요. 아직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첫 강을 고치면서 이어질 강의들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보려는 중입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생태계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사람들과 어떤 일을 해보는지. 완성된 자료만 보여드리면 빠지는 그 사이의 이야기도 함께요.
생각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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