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채집수렵인
이 그림을 가져온 이유는 화려하지 않아서다. 또한 일반 서민의 삶을 그려냈기에 특별하지 않은 나의 삶과도 중복이 되었다. 나는 도시 생활을 좋아하지만, 시골 생활도 잘할 사람이다. 그림처럼 난 채집 생활을 좋아한다.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인 봄나물과 쑥을 뜯는다. 그림의 주인공들도 쑥을 캐는 모양이다. 제목에 쑥 애자가 들어간 것을 보면 말이다. 봄이면 어린 쑥이 나올 때 바구니와 가위를 들고 나간다. 물론 오염이 안 된 깨끗한 장소에서 뜯는 건 기본이다. 칼이 아닌 가위를 쓰는 것은 땅 위로 올라온 싹을 쉽게 끊어 내기 위해서이고, 칼보다 사용이 쉽다. 캐온 쑥은 데친 후 불린 쌀과 함께 떡집에 가져간다. 기계에 쌀가루를 내리고 물을 주어 덩어리 반죽으로 만들어 준다. 그것으로 소분을 해 쑥개떡을 쪄내면 쑥의 향긋함을 먹을 수 있다. 봄에는 새순이 올라온다. 특히 봄나물의 대표 주자 두릅은 가시가 많은 나무에 올라온 새순이다. 입맛 없는 봄에 데친 두릅을 초장에 찍어 먹으면 입맛이 살아난다.
여름에 종종 가는 ‘장고도’란 섬이 있었다. 그곳은 서해에 있어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져나가면 바지락과 대맛을 잡을 수 있다. 바지락 양식장 근처에서는 씨알 굵은 조개가 많다. 조개가 잡히면 잡힐수록 시간 가는 줄 몰라 물이 들어오는 것도 잊는다. 사람들이 나오라고 소리를 쳐야 그때 서야 주섬주섬 챙겨 꽁지 빠지게 뛰어나온다. 플라스틱 양동이 가득한 조개는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어 담가둔다. 해감을 해야 먹을 수 있어서다. 해감 된 조개는 바지락 칼국수가 된다. 다른 재료를 잡다하게 넣지 않아도 바지락의 시원함과 짭짤함만으로도 맛이 훌륭하다.
가을엔 어디를 가나 풍요롭다. 논에는 벼가, 산에는 알밤이며 도토리가, 과실수도 열매가 익어 종류도 다양하다. 도토리를 가루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손이 많이 간다. 그러나 집에서 쑨 도토리묵의 찰짐은 최고다. 늦가을 배추와 무로 김장하고 겨울을 준비한다. 김치냉장고 가득 김치통에 담긴 김치는 나에게 마음의 풍족함을 준다. 겨울의 먹거리를 준비해 둔 뿌듯함일까? 겨울엔 가을에 수확해 둔 고구마를 구워 먹고, 저장 밤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다. 새콤하게 익은 김치 송송 썰어 손만두를 빚어 사골국물에 만둣국을 끓인다.
요리 교실
쑥버무리
재료 : 습식 멥쌀가루 2C, 쑥 70g, 설탕(쌀가루 무게의 10%), 소금(쌀가루 무게의 1%), 물
1. 솥에 물을 넣고 끓인다.
2. 쌀가루에 물을 준다. 계량컵 하나에 계량스푼 하나 정도 생각, 필요 물의 양보다 1큰술 적은 물에 소금 타기(정량화된 양이 아님, 물을 넣어 쌀가루에 비빈 후 살짝 힘을 주고 쥐었을때, 쌀가루가 뭉쳐지고 툭툭 던져서 두세 번에 부서질 정도면 알맞은 물주기) 체에 두 번 내려 주기
3. 쑥을 깨끗하게 세척 후 물기를 털어낸다. (완전히 털지 않는다)
4. 물솥에 김이 오르면 찜기에 젖은 면포를 깐다
5. 체에 내린 쌀가루에 설탕을 넣고 빠르게 섞는다.
6. 물기가 살짝 뭍은 쑥을 쌀가루에 넣어 살살 버무린다.
7. 쌀가루 옷 입은 쑥은 찜기에 훌훌 털어가며 넣는다.
8. 15분가량 찌고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쎄미자연인 이고 싶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 산골 오지, 섬에서 혼자 생활하는 남성의 경우가 많다. 외롭고 단절된 생활을 선택했으나 불편감 안에서도 생활의 만족도는 높았다.
나는 세미 즉 절반의 자연인이면 좋겠다.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을 공부하고 요리해서 먹는 삶은 부럽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은 갑갑해서다. 요즘은 ‘병세권’이라는데. 노령 사회로 가다 보니, 나이가 들어 아프면 집 가까운 주변에 병원이 있어야 좋다는 것이다.
문화생활 즐기고, 병원이 근처에 있고 자연과 함께하는 곳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훌훌 털고 가고 싶은 맘이다. 현재 난 몸과 맘이 피곤하다.
*글쓴이 - 김혜정
엄마 레세피 코팽(momrecipe_copain)대표이다. 우리나라 식음료, 서양요리와 디저트 및 빵을 만든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며, 그 중 작은 아이와 같은 일을 하며 많은 것을 공유중이다. 30대의 마지막에 위암 진단을 받았다. 병을 이기기 위해 식단 관리하고 운동하며 암을 이겨냈다. 그때 시작한 댄스로빅은 현재까지 유지하는 운동중 하나이다. 미술에세이 쓰기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림을 보고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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