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그리다.

앤드루 와이어스(결혼)_이지연

이불 속 당신의 온기가 그리워

2024.09.07 | 조회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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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명화의 탄생_그때 그 사람_성수경 지음_작품 앤드루 와이어스 (결혼)_1993
명화의 탄생_그때 그 사람_성수경 지음_작품 앤드루 와이어스 (결혼)_1993

누구나 신혼 시절을 떠올리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부부가 함께 울고 웃던 그 사랑스러운 시절이 생각나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신혼 시절이 참 외로웠다. 신혼인데 함께 잠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남편은 새벽 4시에 잠들어 12시쯤 일어나 생활하는 올빼미형 인간이었고, 나는 초저녁에 잠들어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나는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나를 혼자 재울 수 있지? 부부라면 함께 자야 하잖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볼멘소리로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남편은 꼭 같이 잠들지 않아도 서로의 사랑하는 마음을 알잖아. 잠이라도 편하게 자라며 뽀뽀 해주고 침실을 나갔다. 이 소박 맞은 느낌 여러분은 아실까요? 본디 부부란 사이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한 이불 덮고 자는 것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늘 말씀 해주시던 건대 그 당시에 저는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속이 많이 상했었답니다. 그리고 매일 밤 이렇게 중얼거렸지요. ‘나 혼자 잠자게 만든 것을 곧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남편은 거실에서 잤다. TV를 부인 삼아 이불도 없이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잠들었다. 편한 침대 자리를 마다하고 불편하고 좁은 소파에서 늘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소파에서 자는 남편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인도하게 했을까? 남편은 고등학생 시절 힘든 일을 겪었다. 부모님의 불화로 친척 집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눈치 보며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모든 것이 불안했다. 한참 뒤에 엄마와 살게 되면서 그는 편안한 삶이 되겠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편히 잠들 수 없었다고 했다. 일 끝나고 돌아온 어머님은 TV를 남편 삼아, 소파에 누워 TV에서 나오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주무시곤 했다. 어머님의 아들도 그렇게 어머님과 닮아가고 있었다. 고단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없었던 그의 상황이 이해되니 나 혼자 편히 잠드는 게 미안했다.

남편은 수술 후 내 옆에서 잠을 잤다. 자다가 혹여 통증이 있거나, 무서운 꿈을 꾸면 늘 나를 찾았다. 나는 그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거리에서 그를 다독였다. “괜찮아, 당신 곁에 내가 있어, 걱정 말고 편히 자그의 어깨를 만져준다. 그의 눈동자에 내 모습을 담아낸다. 아이처럼 꼭 안아준다. 따뜻한 남편의 손을 나의 가슴 위에 얹어두고 그의 안녕을 기도하며 나는 잠이 들었다. 이불 안 우리의 온기가 따뜻해진다. 우리 서로 사랑하고 있구나, 정말 많이 아끼고 있구나, 느끼는 밤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다가 약해지면 툭 튀어나와 내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차디찬 공기가 그를 생각나게 했다. 이불 안의 따듯한 온기를 머물게 해주던 그가 그리운 밤이다. 그의 얼굴을 만지며 그의 체취를 느끼며 그를 쓰다듬던 그날에 나로 가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그 충만한 느낌의 시간으로 나를 데려가 남편을 만나고 싶다. 그는내가 혼자 남겨질 것을 알았을까? 혼자 잘 잠들 수 있도록 나를 연습시켰던 것일까?

한 이불 속에 함께 있는 것,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번거로움을 나는 사랑의 힘으로 잘 참아내고 있다, 아빠 없는 자리, 엄마 외롭지 말라고 아이들이 함께 해준다. 가끔 꿈과 현실을 착각해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얼굴을 때리기도 하지만 나는 이 불편함을 잘 견뎌내고 있다. 함께 있으면 따뜻해지는 그 온기를 알기에 나는 오늘도 남편이 선물해 준 두 아이를 양팔에 안고 잠이 든다.

함께 웃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잠드는 그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알기에

그 행복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선물 해주고 싶은 밤이다.

 

글쓴이_이지연

아들 쌍둥이를 씩씩하게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아이들에게 영어와 미디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원 공동체 라디오 Sone FM에서 "그녀들의 세상 이야기" DJ를 하고 있다. 브런치작가로  글을 쓰고 있으며 부족하지만 그림감상과 글쓰기를 통해 삶을 통찰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출간, 강의, 협업 등의 제안은 camuca@naver.com 또는 해당 글쓴이의 SNS를 통해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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