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파레노<보이스>

맥락의 변주_김경애

2024.04.29 | 조회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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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필립파레노_ 맥락의 변주

2024228일 리움 미술관에서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전시가 열렸다.

여러 가지 작품이 보인다. 녹는 눈사람, 떠다니는 물고기 풍선, 주홍 눈을 맞으며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

배두나, 음성 나오는 기계인간

눈동자가 없는 회색 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말하는 모습이 큰 스크린에 보인다.

일본의 어느 호텔에서 로봇이 체크인을 하며 고객을 맞이했다던 기사가 떠올랐다. 공룡모양 로봇과 일반적인 로봇 그리고 사람모양 로봇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사람들이 찾지 않는 로봇은, 사람모양 로봇이었다고 한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와 비슷하게 이 눈동자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기괴한 느낌이다.

낮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은 상품이며 460달러에 팔렸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우리 집 안방 텔레비젼에서 나오고 있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냥 애니메이션스토리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미술관에서 마주쳤을 때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스토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것을 미술 작품으로 본다. 이 작품은 무엇인가? 무슨 의미일까?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이것을 찬찬히 뜯어본다.

눈동자가 없는 회색 눈의 사람모양 캐릭터를 본다. 눈동자 없는 회색의 눈이 이 시대 사람들의 내적 공허함을 말하는 듯하다. ‘460달러에 팔려갔다는 캐릭터의 속삭임은 무엇이든 돈으로 사고 파는, 그래서 돈을 최고의 가치도 보는 자본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렇게 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놓여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다르게 바라본다.

물고기모양의 예쁜 호일풍선들이 전시장 내를 떠다닌다. 팝아트의 거장 제프쿤스의 ‘balloon dog’ 작품이 연상됐다. 이 호일풍선도 놀이공원을 떠다녔다면 아이들 장난감이었을 테지만, 미술관 안을 부유할 땐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다. 물론 재료와 제작법은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녹는 눈사람

녹아내린 눈사람작품도 그렇다. 이것이 집 앞에서 녹고 있었다면 치워져야할 지저분한 눈덩이로 보았을 거다. 그러나 그것이 미술관에 있을 땐 더 이상 지저분한 눈덩이가 아니다. 녹아내리고 있는 눈덩이가 아닌 미술 작품으로 그것을 본다.

그것의 의미를 생각하며 찬찬히 뜯어본다. 시간에 따라 모양이 변하며 사라지는 눈사람은,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에 대하여, 결국은 없어져 버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말하는 듯하다.

또한 빙하가 녹고 있는 지구의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그 뜻과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자기의 처한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맥락의 변화

일상 속에서 접하는 물건들을 평상시에 보았던 환경에서 뚝 떼어서 미술관 안에 놓았을 때,

그 맥락을 바꿨을 때,

실용의 용도가 아닌 관상의 용도가 되었을 때,

생활소품이 아닌 미술품이 되는,

그래서 훌륭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 연금술.

앤디워홀도 ‘1달러 지폐 200작품을 내놓으면서 나는 돈이 벽에 걸려있는 게 좋다. 어차피 20만달러(2억원)를 주고 그림을 살 거라면 그냥 돈을 벽에 거는 게 더 낫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 거래금액은 그보다 훨씬 비싼 459억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말이다.

그 정도 금액은 꿈도 꿔 볼 수 없는 나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맥락을 바꿔서 바라보고 사고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도 더 넓은 시야와 열린 마음으로 삶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의 경험과 더불어 사고의 확장, 그것이 우리가 미술관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글쓴이_김경애

아이와 열심히 성장하는 주부로 집밖의 일을 탐색하고 있다. 그림 감상과 글쓰기 전시 나들이로 깨어나는 중이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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