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같은 상상력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는 프랑스의 현대 예술가로, 다양한 매체와 설치 예술을 통해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199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며, 현대 미술계의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파레노의 작품은 영화, 음악, 조명,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공간과 시간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그의 작품은 전시 공간을 완전히 변형시켜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제공하며, 작품과 관람객 간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한다.
다양한 협업과 공동 작업을 통해 다른 작가나 기관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채로운 시도와 연구적인 작업을 통해 어린아이와 같은 상상력을 선보인다. 또한 삶을 통찰하는 듯한 그의 철학적인 작업을 경험하며 우리는 우리의 자신을 대입해보는 소중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작품들을 다름 아닌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필립파레노는 2024년 2월 28일에 대한민국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 <VOICES, 보이스>를 개최했다. 90년대부터 최근까지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귀한 전시이다.
작가는 말한다. 그림과 조각을 기대하고 오면 당황할 수 있는 전시라고 말이다. 필립파레노 전시의 특징은 작업의 완성이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데이터들이 상호작용하며 장소의 변화와 공간에 생명력이 생기게 된다.
작가의 전시 주제가 상호작용에 기반한 것이라 전해지며 내겐 더 특별한 느낌으로 전달되었고, 인상적이었다. 작품이 대중과 함께 호흡했을 때 그들의 반응과 함께 완성된다는 점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더욱 깊이 있게 차근차근 마음에 담가보고 맛보고 나의 감각들을 열고 온전히 깊이 느껴보리라 했다. 작품이 나와 함께 만남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니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하는 이가 누군지에 따라 나와는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선택한 길만 존재할 뿐
‘누군가 제공하는 정답이 있는 것을 나만 풀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만 정답을 못 맞히면? ‘하며 걱정되는 마음으로 감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 내 느낌에 집중하며 나만의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치 행동하는 전시 감상하는 이 시간의 과정 자체가 인생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인생이란 것은 정해질 길이 있다고 믿는 자와 정해진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커다란 두 가지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다. 누구나가 선호하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잘 해내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을 선택하며 차근차근 정해진 루트대로 앞을 보며 달려가는 인생과 다소 모험적이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도사리며 시도 때도 없이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정신없이 살아내는 것에 집중되어있는 인생의 길 말이다. 작가의 작품 전시 감상 방법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 감정, 기억, 생각에 따라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다를 것이다. 자기 경험 안에 존재하는 감정들이 우리의 사고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온도, 습도, 바람, 빛의 양에 따라 지구 안 영향권 아래 사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숨 쉬는 것이 당연하게 느끼고 특별하다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처럼 우리 주변의 환경과 반응하며 사는 순간들을 우리는 어쩌면 응당 당연히 우리가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 있을까?
이 세상에 온전히 내 것으로 생각하며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감사함을 잃어버리고 내 것이라 당연한 권리만을 주장하는 삶으로 전향하여 살다 보면 되레 더 큰 것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나를 작품이라 생각하고 나를 완성하기 위해선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완성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필립파레노 작가의 작업의 형태는 너무나 공감되며 철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고행과도 같아서 자신을 다스리고 갈고닦는 과정을 겪는데 그것은 주변부와 반응하며 성장하기도 하고 성숙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온전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작품과 함께 호흡하고 반응하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까지 포함하여 작품이 완성된다라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철학이 맞물리며 깊은 생각 속으로 이내 빠져들었다.
필립파레노 작가 작품 ’차양‘연작
누구나 자기 인생 안에서 반짝이는 시기가 있다. 자기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여러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듯 살아가기도 하듯이 말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서게 될 땐 눈앞에 있는 객석은 보이지 않는다. 무대 위에 조명이 다 꺼지고 나서야 비로소 어두운 관객석이 보이게 된다. ‘차양’은 호텔이나 연극무대를 위한 간판 옆에 달린 조명을 뜻한다. 작가가 담아낸 차양은 기능이 부재한 극장 차양을 닮은 이 작품은 ‘막’과 연결돼 외부의 환경 조건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외부의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반응을 하는 차양의 모습은 우리가 경험하는 데이터가 수집되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과 닮아있다.
그 아래 어느 누가 지나가든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지나갔었으리라!
각자의 삶의 여정이 작가의 작품 아래 함께 호흡하며 비로소 우리가 무대 위에서 찬란할 수 있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짧은 순간이라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작가는 그렇게 우리에게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며 누구든 무대 위 조명 아래에선 주인공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듯했다. 우리 인생에 우리에게 주도성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일상 속에서 늘 함께하던 모든 요소와 변화를 우리에게 존재감을 부여해준다. 살포시 가져다주는 그의 메시지들은 내게 나의 삶의 일부를 소소하지만 작게 크게 반동하며 출렁이고 있는 나의 인생의 생명력을 인정해주며 바라보게 되었다.
출렁이는 파도 위로 출항하고 있는 배가 나라면 그 반응에 맞추어 상호작용을 이루었을 때 나의 삶도 필립파레노의 작업처럼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리라 믿어보며 내일의 희망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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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이지현
현재 <빅마인드 아트>로 아이들 미술교육을 하고 있으며, 심리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관, 기업등에 명화, 현대미술, 심리미술로 소통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심리를 통해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가 될수 있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세상에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며, 상처받고 힘든 성인이거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발걸음을 걷고 있는 중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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