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철_ONE MORE LIGHT, 2021

쓰임과 버림_김혜정

2024.06.28 | 조회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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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신봉철_ one more light, 2021
신봉철_ one more light, 2021

원곡과 작품

신봉철 작가의 ‘one more light’란 작품을 보며 재료에 관한 생각, 노래 가사에 관한 생각 등으로 많은 것들이 떠 올랐다. 너무 많은 것들이 이번엔 되려 방해가 되어 글쓰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작품의 제목이 노래의 제목이고 쓰인 문구가 노래 가사라고 했다. 검색을 통해 곡 전체를 들어 보았다. 그리고 쓰인 부분을 계속 곱씹게 되었다.

“Who cares if one more light goes out? In the sky of a million stars” 그 수 많은 별들 중 작은 별 하나 없어진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작은 존재에 대한 무관심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체스터가 암으로 죽은 친구를 위해 만든 곡이라고 생각하면 추모곡처럼 느껴졌다그러면서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작품을 만든 김환기도 떠올랐다.

머릿속에 맴도는 노랫말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정확히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일부이다. 유심초의 노래이며 김환기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쓰임과 버림

원 모어 라이트작품 앞에 서서 보니 초록의 풀밭이 생각이 났다. 또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마신 술병을 이용했다 하셨다. 병은 버려지는 쓰레기에서 작가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재 탄생했다. 의미 부여를 하면 버려질 것들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초록 병은 드넓은 풀밭이고 그 안에 하얀 텍스트는 클로버꽃 같았다클로버는 그냥 풀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란 꽃말이 있지만 너무 흔해서 버려진다. 하지만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어 가치를 부여한다. 발견하면 선택되고 고이고이 책갈피에 끼워 둔다. 행운과 오래도록 함께하고픈 맘을 담아서.

지금은 이메일을 쓰는 게 다반사이지만 나의 감성은 손 편지이다팬시점에 가서 편지지를 고르는 일을 즐긴다. 보일 때마다 사다 두고 필요할 때 사용한다.

어떤 이에게는 글자들이 나열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감사한 선물이 되기도 한다. 우연히 맛있는 커피를 만난 카페에 간 날은 카페의 냅킨에 커피가 맛있었다는 메모를 남기고 돌아온다. 냅킨은 쓰고 버리면 휴지이지만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훌륭한 메모지가 된다.

관계 유지

도자기와 유리는 비슷하며 다르다도자기는 점토가 원료이고 유리는 모래가 원료이다. 둘 다 흙이 재료이다. 도자기는 불투명해서 안이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유리는 안이 훤히 보인다. 도자기와 유리는 오래도록 견딘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충격에 깨지기 쉽다. 깨졌을 때의 조각들은 날카로움을 가진다는 것이다.

내 배 속에서 태어난 두 아이는 비슷한 듯 다르다나와 신랑 반반의 유전자를 나눠 가졌다. 비슷하다면 활동적이라는 점이다. 한 명은 머리가 활동적이고 한 명은 몸이 활동적이다. 둘 다 무뚝뚝함을 깔고 있지만 한 명은 은근히 챙겨 주고 한 명은 애교스럽다.

작가님은 작품을 설명하며 양면성, 메타포 등을 이야기하셨다양면성이 쉽게 와 닿았다. 양면성은 한 가지 사물에 속하여 있고 서로 맞서는 두 가지의 성질이다. 보호하고자 하면 유지되나 깨어지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간에 말이다.

좋을 때 유지하고 보호한다면 오래 갈 수 있는 사이다. 하지만 작은 것들에 서운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깨어진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조심 해야 하거늘 쉽지 않다. 요즘 작은 아이와의 관계가 그렇다눈에 띄는 사소한 잘못들을 참고 넘기는 일이 많지 않다.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니 입을 닫았지만 내가 나도 모르게 보내는 싸늘한 눈빛에 대해 작은 아이가 이야기했다.

언니를 대하는 엄마와 나를 대하는 엄마는 요즘 너무 다르다며. 싸늘한 눈빛과 목소리 톤에 대해 형태는 없지만 칼처럼 날카로워 아프다고 했다.

내 아이의 영혼을 죽이는 엄마가 되어 있는 요즘이다. 이 관계를 조율해서 유지 해야 아이의 영혼도 나의 영혼도 좀 먹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다시금 반짝이는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새벽.

 

*글쓴이_김혜정

두 아이를 힘차게 키워내는 한국의 엄마입니다. 요리하길 좋아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또 다른 쓰임을 찾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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