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호수처럼
클림트는 매년 그의 플라토닉 사랑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와 함께 아테제 호수를 찾았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평화롭고 고요한 날을 맞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절, 그들은 함께했다. 잔잔한 물결 위, 그가 걸었던 흔적 같은 것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어떤 날엔 꽁꽁 언 얼음 같은 호수를 깨고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에게 세상은 늘 궁금한 것투성이였고 드넓은 세계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에게 마법의 호수처럼 푸른 물결 위 작은 이정표를 마련해 주었다. 물살이 세던 어느 지점에선 한 치 앞도 볼 수 없기에 가던 길을 멈추어 서야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손을 잡아 주던 따뜻한 이들이 있었다. 대게는 가족이었고 이따금 그와 비슷한 길을 가기 위한 사람들이 그 호수 위에 함께 떠 있곤 했다.
그는 헤엄치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어 물살을 가르기도 하고 호수 위로 튀어 올라 그가 남긴 물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호수는 언 것이 아니었다. 빛이 모여 환해지듯 물의 그림은 그저 갈피를 잡지 못해 조금 더 붓을 겹쳐 칠하고 멈추어 선 것뿐이었다. 다른 이의 눈엔 한겨울의 차가운 얼음 같은 그곳에서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산책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면서 모두가 꿈꾸는 불가능의 영역, 자기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있던 곳은 여러 번 붓질해서 남긴 흔적이 모인 사랑의 호수다. 스스로 살고 있다는 느낌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예술적인 장소였다.
비상하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꺼이 선택하고, 상처받고, 아파하세요. 그리고 또다시 선택하세요. 그것이 당신에게 부여된 특권이자, 당신이 당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입니다.”_장 폴 사르트르
어떤 날의 그는 혼자 있다는 생각에 삶이 고단하고 불행하다 느꼈다. 길을 잃고 방황하며 모든 것이 의미 없다 느낀 시절도 있었다. 홀로 헤엄치던 그 물속, 물결 위에서 비상하기를 꿈꾸는 나비처럼 선택하고 상처 받고 아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비상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애쓴 그의 평화롭고 잔잔한 호수를 많은 이들이 깊이 명상한다.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든 채 묵묵하게 붓질하며 자신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을 내맡겼던 그는 이제 곧 비상을 맞으려 한다.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
푸른색은 차가운 겨울의 색이 아니었다. 마음에 흐르는 수많은 상처와 눈물의 흔적이었다. 그 흔적들은 푸른색의 의미를 깨고 사랑이라는 커다란 호수를 만들었다. 마음의 물결을 만들었다. 그가 붓질한 수많은 시간의 흔적을 본다. 누구나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이 있다. 자신이 되는 것. 비상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 떼야 한다. 그는 마음이 힘들 때 산책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한걸음은 혼자 걸으며 자신의 길을 가게 되었다. 비로서 마지막 한 걸음을 떼 홀로 비상하게 되었다.
그의 비상 앞에 무언가 나눌 것이 있던 시절 인연이었기를.
* 글쓴이 - 김상래
아뜰리에 드 까뮤 대표/작가/도슨트, 학교와 도서관 및 기관에서 성인 대상으로 미술 인문학, 미술관 여행 강연 및 글쓰기 강의를 한다. 초등학교에서 창의융합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로 가득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고 있다. 그림과 글쓰기, 전시 감상 하는 '살롱 드 까뮤'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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