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이조 항아리
Our fortune is like a winter tree. Although it doesn‘t look like the leaves are out and the flowers bloom, we dream and know to will be like that. _Johann Wolfgang von Goethe
우리의 운명은 겨울철 나무와 같다. 그 나뭇가지에 다시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필 것 같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꿈꾸고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다. _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환기의 <이조 항아리>는 혼자가 아니다. 나 혼자만의 ‘my’가 아닌 우리들의 ‘our’이다. 혼자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따라오는지 나는 10대의 시간에 경험하였다. 그 경험은 나의 운명 ‘my fortune’에 현재를 이룬 이파리들 ‘leaves’가 돋아났고, 꽃피는 ‘flowers bloom’ 때를 맞이하였다. 화폭을 가득 메운 푸른색을 바라보니, 현재를 바라보는 것 같다. 조금은 특별했던 학교 밖 10대 시간, 그 속에서 자유롭게 배웠다. 음악, 영화, 오페라, 그림 등 예술을 알고 싶었다. 관련된 다양한 언어를 배웠다. 학원보다는 교육 방송 강의를 찾아들었다. 영어를 사랑하며 직업으로 이어진 여정을 엮어 만든 나의 책을 갖고 싶다, 영어를 행복하게 배우는 방법을 많은 분께 나누며, 영어 동기부여를 드리는 삶을 살고 싶다. 영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듯, 나의 행복한 영어 여정을 나누고 싶다. ‘환기 블루’는 글을 쓰는 나의 현재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청명한 수식어의 푸른색은 나에게 ‘희망’이다. 나는 김환기의 ‘환기 블루’를 사랑하고, 부산의 푸른 바다가 그립다.
나의 운명은 겨울철 나무와도 같았다. 나의 나뭇가지에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필 것을 나는 꿈꾸었고 그렇게 될 것임을 믿었으며, 묵묵히 나의 길을 왔다. ‘환기 블루’의 파란색과 항아리의 유연한 곡선이 따스한 햇볕 속에 응원하며 나를 안아준다. 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게 했던 내 첫 번아웃(Burnout)을 마칠 수 있게 해주었던 산책, 명상 그리고 운동.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주던 엄마의 통화,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아버지의 시선. 김환기의 이조 항아리 화폭에서의 앞에 있는 도자기는 나이며, 뒤에 보이는 도자기는 부모님 같다. 언제나 나를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가족이 있어 오늘도 힘내며 세상으로 나가본다. 힘을 주는 말,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온기, 그저 존재만으로 응원을 주는 존재는 아이에게 있어 부모,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이다. 나도 내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결국 가족과 친구로부터
이조 항아리의 한 쌍의 그림은 나와 부모, 나와 아이 나아가 나와 배우자, 나와 언니이며 남동생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이뤄 나가는 저마다의 이야기들과 울타리를 지켜 나가고자 하는 큰 노력이 가치 있는 가족의 단어를 만들어 낸다. 나는 오늘도 그 가치를 가치 있게 지켜 나갔는가. 가까운 존재, 나를 이해하는 존재, 나를 이해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이유로 홀대하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계속된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말없이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엄마는 “울어도 된다.”라며 말없이 들어준다. 그리고 엄마의 경험을 아주 천천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보러와.”라고 하는 엄마의 말이 나올 때쯤이면, 나는 눈물을 닦고 이 시기가 지나기를 지켜봐 달라. 전화를 끊고, 세수한다. ‘엄마 밥 먹으러 가야지.’ 하며 차표도 찾아본다. 도청이라도 되는 듯 울고 있는 나에게 어김없이 전화 오는 오랜 친구와의 통화로. 실수하는 나를 일깨워 주시는 감사한 인생 선배들로부터 큰 위로를 받았다.
나에게 도서관이란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학교 밖의 내 14살은 ‘소속감’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 나이였다. 퇴직하고 나서 알게 된다는 그 소속감은, 외롭고 두려웠으며, 세상에 그대로 잡아 먹힐 것 같았다. 나 하나 사라진들 아무도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양가감정이 들었다. 소속감은 곧 존재감으로 귀결되었다. 당시 우리 집은 어른들의 수만 가지 고민으로 가득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듣기 힘든 불안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귀를 막고 공부할 곳이 필요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걸 알았기에 용돈을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 버스비를 아끼느라 30분 거리를 운동 삼아 걸어 올라갔다.
어떤 날은 시장이 있던 곳으로, 어떤 날은 육교를 걸으며 일부러 빙 둘러 갔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곁눈질 해가며 걸었다. 나에게 도서관은 너무 소중한 곳이었다. 저렴한 밥집이 있으면 좋고, 적당한 산책을 할 수 있으면 했고, 공부를 위해 밝은 불빛이 있어야 했다.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전한 곳. 도서관은 상처받은 나에게 따듯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선물했다. 겨울은 담요 두 개와 따듯한 물을 넣어 마실 수 있는 텀블러, EBS 책을 몇 권 챙겼다. 담요는 의자에 펼치고 다른 하나는 무릎에 덮었다. 따듯한 히터에 노곤하게 잠이 올 때도 많았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따듯한 공기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책 냄새는 그 어떤 향기보다 참 익숙하고 따듯하다.
공부에 도통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1층으로 내려갔다. 책을 펼치면 그 속으로 창문이 열렸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만 세상에 이리 힘든 걸까 궁금했다. 그래서 멋진 사람들의 힘들었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는 자서전을 가득 읽었다. 와리스 디리의 <사막의 꽃>은 내가 늘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그녀의 고통에 비하면, 나는 천국에서 약간 발을 헛디뎠을 뿐이었노라.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계속 공부했다. 외로움이 밀려오고 삶의 힘이 빠질 때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다시 마음속에 밑줄을 그었다. 도서관은 나에게 안식처이자 도피처였다. 그에 비해, 그때의 우리 집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눈물 흘릴 수 있어 감사한다.
나의 운명은 겨울철 나무와 같다. 그 나뭇가지에 다시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필 것 같지 않아도, 나는 그것을 꿈꾸고 그렇게 될 것을 기대하며, 고된 최근을 조용히 보낸다.
글쓴이_유승희
예술을 사랑하고 그에 필요한 여러 언어를 공부해 나가고 있는 언어를 사랑하는 영어교육강연가이다. 현재 ‘영어교육자’와 ‘영어 교육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강의는 16년째 대학교와 대형어학원을 거쳐 개인, 그룹으로 하고 있다. 도서관을 시작으로 고등학교에 초빙되어 강연 하고있다. 강연의 주제는 영어 동기부여, 영어를 배우는 자녀를 둔 부모 교육이다. 영어를 배우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위해 갖추셔야 하는 마인드맵을 만들어 드리고, 영어권 국가의 사고를 알려드리는 부모 교육과 영어 및 다른 언어들을 포기하지 않고 배우는 방법, 영어 동기부여를 강연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개인 에세이와 영어 교육에 대한 서적을 계획하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divine_k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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