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오르펜_이지연

런던 거리의 창문에서

2024.06.07 | 조회 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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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윌리엄 오르펜_A window in London street(1901)
                                                                  윌리엄 오르펜_A window in London street(1901)

귀농이라구요?

한평생을 수원에서 사시던 어머님이 어느 날 갑자기 전라북도 부안으로

귀농을 하셨다내가 계속되는 전이와 항암으로 남편의 식습관을 바꿔보고자 고민하던 시기였다수술의 후유증으로 장폐색이 계속 진행되면서, 일주일 항암하고 일주일 입원하고 다시 일주일을 잘 먹여서 병원에 데리고 가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시점이기도 했.

갑작스럽게 응급실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같은 지역에 사시는 어머님 찬

스를 자주 쓰던 때이기도 했다.갑자기 부안 이라니요. 연고도 없으시잖아요.

여기서 저희가 응급실에 급하게 갈 때 아이들의 케어를 좀 도와주시죠, 왜요?

저 혼자 어떻게 다 하라구요어머님의 이사 소식을 듣고 나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너무 하신다. 속으로 참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어머님은 남편이 먹는 유기농야채 농사를 짓기 위해 이사하신다고 하셨다.

내가 늘 남편의 녹즙을 위해 유기농 야채를 구매하는 것을 보시고 내리신 결정이

라고 하셨다.

냉소적인 미소가 내 얼굴에 드리워졌다.

유기농야채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안다.

유기농야채?

유기농야채가 어딨어

()약 안 하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유기농야채를 길러 내는게 얼마나 힘들일 인지 알기에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이사 결정이 나는 못내 서운했다.

 

남편을 위한 쉼터

어머님이 새로 이사한 집은 참뽕로 75번지 산 밑 집이다.

어머님 집 주변에는 다른 집들도 별로 없다.

그곳은 밤에 산 밑으로 짐승들이 내려오기도 한단다.

근처에 사람이 많이 살지 않지만

2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면 근처에 바다가 있다고 했다.

항암을 하고 컨디션이 조절되면 우리는 부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로 여행에 제약이 생겨 우리는 남편의 컨디션이 회복되면 늘 부안에 갔다.

그때는 그곳이 제일 최적의 장소였다.

사람 없는 곳, 전염될 수 없는 곳!!

우리만 있을 수 있는 곳.

면역력 약한 환자가 쉬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눈을 들면 바로 산이요.

눈을 더 들어 올리면 바다요.

바로 지상낙원이었다.

집 앞 캠핑 의자에 앉아 산을 마주하고 있으면 남편은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모든 걱정과 고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아픈 것도 사라진다고 했다.

의자에 앉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주는 치유를 맛보고 싶다고 했다.

자연이 주는 치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의 힘

그의 아픔을 잠시나마 바람이 구름이 다 데리고 간 것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남편이 떠나고 첫 명절

우리는 그곳에 내려갔다.

늘 남편과 함께 가던 길이었는데

우리끼리 내려가는 길이 어딘가 어설프고 낯설었다.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리고 가기 싫었다. 자꾸 네비게이션의 도착 시간이 점점 늦춰졌다.

참뽕로! 그곳은 변하게 없었다.

그만 없었다.

그가 앉아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그가 없었다.

명절이라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은 다른 날과 다를 게 없이 행복해 보였다.

나와 우리 아이들만 그곳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늘 남편과 우리를 위해 내어주시던 그 공간도 작은 집 아이들이 먼저 도착해 짐

을 풀고 있었다.

나와 내 아이들은 손님이 된 것 같았다.

편하게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편하게 있으라는 이야기가 나를 더 옥죄어 왔다.

자꾸 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의 몸짓 하나하나

시선 하나하나가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보다.

 

그림 속 여자의 몸짓에 그때의 내가 생각났다.

시댁의 방문을 위해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편하지도

적당히 잘 차려 입은 불편한 옷을 입은 내가 그녀와 오버랩 되었다.

 

지금 그대는 어디를 바라보는 건가요?

 

지금 그대는 누구를 기억하려고 하고 있나요?

 

지금 당신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고 있지 않나요?

 

글쓴이 - 이지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수원시 엄마 라디오 맘디오에서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 감상과 글쓰기를 통해 삶을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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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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