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이지현-윌리엄 오르펜 _ 런던거리의 창문(A window in London street),1901

그 순간을 살아낸다는 것의 의미

2024.06.06 | 조회 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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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그림 속 여인은 누구인가!

외출했다 막 돌아온 듯 복장을 갖추고 있는 듯한 여인이 보인다. 밝은 갈색 머리, 짙은 인디고 색상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있다. 그녀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영국 런던의 거리 풍경으로 예상된다. 그 앞에 서있는 여성의 표정이 처연해 보인다. 집안에 천장엔 샹들리에가 보이고 곳곳엔 그림 액자가 보이지만 그에 비해 가구들은 갖추어져 있지 않은 듯 약간은 허전해 보인다.

어떤 상황인 걸까?

잿빛 도시 속, 집안을 감도는 블루와 브라운색톤의 회색빛 벽과 창틀, 색감으로 전해지는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 한가운데 서있는 여인이 입고 있는 인디고 색상의 드레스는 시선을 그림 안으로 집중시킨다. 드레스의 색이 전해주는 느낌은 쓸쓸하고, 우울하고, 차분하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창가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여인의 삶은 어떠한 삶일까?

먼가 사연 있어 보이는 여인은 저 순간에 머물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듯 어느 지점을 향해 고정된 응시 속에 긴장감이 감돌다가도 한 발을 앞으로 하고 무릎을 세운듯한 모델 포즈에 의도된 행동인 건가? 하는 생각까지.. 의도인 건지 아니면 그녀의 순간이 담긴 건지 고민해 보게 된다.

행동에 의도가 있다면, 삶은 힘들어도 자존심만큼은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한 여인의 삶이 반영된 것이었으리라.

이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

오늘 아침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는 목소리였다. 최근에 있었던 접촉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쓰였던 모양이다. 일 처리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마음이 본인 때문이라 여기며 죄책감이 드셨던 것이다. 엄마의 마음속이 전쟁터였으리라!

윌리엄 오펜 작가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 유럽은 1차 세계대전으로 마음 앓이를 앓고 있던 중이었다. 전쟁을 책과 영상으로만 접해본 나는 그 고통이 어느 만큼 인지 짐작해 해볼 뿐 직접적인 고통을 알 수는 없다.

흔한 표현 중 '인생은 전쟁터이다. '라는 말이 말이 있다. 그렇다면 나도 전쟁을 겪어본 사람이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싸우지 않고 숨는 것이 아니라 싸우다 상처가 난 곳에 약을 잘 발라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한다고 숨는다고 살아남지 못한다. 그렇다고 상처가 낫지 않은 체 덮어버리면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있다. 상처를 그때 잘 치유해야 하는 이유이다. 허나 생각보다 그때그때 살아내기 바빠 자신의 상처를 시간이 흐르면 그냥 아물고 괜찮아질 거라고만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전쟁을 한바탕 치르듯 살아낸 우리네 부모님들은 전쟁이 끝난 시점쯤엔 생각처럼 괜찮기만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노년기의 드는 우울감이 폐전병이 갖는 마음과 같은 마음일까?

아직 노년을 겪지 않았기에 깊이 있게 다 이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엄마의 삶 속에는 나의 삶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 일부를 통해 공감되고 알겠고 이해된다. 엄마는 폐전병이 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생겨도 긍정적이고 씩씩하던 엄마가 부쩍 나약해진 말을 많이 한다. 자신의 인생이 일궈놓은 것 없이 늙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살아온 세월만큼 삶의 지혜는 충만하고 깊이는 깊어졌지만, 그마만큼 살아온면서 생겨난 생채기들은 어느새 엄마 마음속에서 깊이 파고들고 있었나 보다. 삶이 남긴 아픔들의 흔적은 자식 마음에 만 남겨지는 것이 아닌 부모 맘속에도 다른 방식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엄마. 죽고 싶더라. 엄마가 잘 못 산 것 같아"

"엄마! 딸이 이렇게 잘 컸잖아. 엄마 덕에 바르고 성실하게 잘 살아가는 씩씩한 딸로... 다 엄마가 이룬 성과인데?"

"우리 딸이 힘들어도 도움도 못 주는 엄마라서 미안해."

"엄마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난 큰 힘이 되는걸.. 그러니 건강만 해주면 돼. 엄마"

"미안해. 딸~~엄마가 더 잘 살았어야 했는데..."

"엄마. 잘 살아오셨고, 지금부터 더 즐겁게 살아주면 돼요."

엄마가 엄마의 남은 나머지 인생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로 채웠으면 좋겠다. 자꾸 약해진 이야기를 하는 엄마가 안쓰럽다.

엄마의 마음에 무엇이 얹혀서 내려가고 있지 못한 것일까?

내가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고 론디노네 작품

창을 통해 마주하는 마음

우고 론디노네는 창문을 소재로 시공간은 넘나드는 것으로 표현을 했다. 창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내면과의 연결 고리일 수도 있고, 마음의 열고 닫음 즉 마음을 좀 열어보라 아고 이야기하듯, 마음의 장치일 수도 있다.

창가에 서서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창가 앞 여인은 아마 자신의 내면 속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답답한 마음을 창을 바라봄으로써 표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펜의 그림 속 이 여인은 창밖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시공간을 넘나들어 전쟁 같은 삶을 견디고 지나 그 어느 지점쯤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 엄마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우리 엄마가 바라던 엄마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내 꿈만 좇고 살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엄마는 어떤 삶으로 만들어가고 싶었을까?

엄마의 죽고 싶다.라는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을 맴돌게 한다.

방정아 작가 작품

방정아 작가의 작품 속 여인들에게서는 우리네 엄마와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억척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모습마저도 이해가 되는.... 가을 날 밤 가로등 불 아래 차가워 보이는 도시를 뒤로하고 어묵을 먹는 여인의 모습이 처연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채 회색빛 도시를 창 너머로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여인들의 고뇌 속에는 자신의 안위만이 우선이 아닌 가족의 안녕과 행복에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들이 우리들의 엄마가 그리고 우리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가득 품게 되길 바란다.

 

글쓴이-이지현

현재 <빅마인드 아트>로 아이들 미술교육을 하고 있으며, 심리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관, 기업등에 명화, 현대미술, 심리미술로 소통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심리를 통해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가 될수 있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세상에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며, 상처받고 힘든 성인이거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발걸음을 걷고 있는 중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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