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놀이터

나의 함박꽃

조화로움, 꽃시장, 함박꽃

2024.10.27 | 조회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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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꽃> 오딜롱 르동 1910
<꽃> 오딜롱 르동 1910

조화로움

예쁘다란 형용사가 가장 어울리는 것은 꽃이지 싶다. 꽃은 무엇이 되었든 한 종류든 여러 종류든 다 예쁘다. 얼마 전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도슨트와 함께하는 치유의 미술관에서 알게 된 화가가 있다. 오딜롱 르동이다. 그의 그림은 어두움에서 환함으로 변했다. 환한 그림을 보는 순간 클림트의 그림을 처음 보고 끌렸던 그날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많은 그림 가운데, 꽃이 주가 된 그림들에 시선이 멈췄다. 화병에 꽂힌 다양한 꽃들은 저마다의 색감과 모양을 뽐내고 있었다. 캔버스의 오렌지바탕색에 눈이 간 작품. <>이다.

조화롭게 화병 꽂이가 되어 있는 작품이다. 붉은색과 노랑, 흰색의 조합이 가을과도 잘 어울린다따뜻한 색들이 주가 되어 가을 저녁의 석양도 생각이 났다.

 

꽃시장

한 달에 두어 번 꽃을 산다. 내가 꽃을 가까이 두기 시작한 건 코로나 때다.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은 졸업 시즌이었다. 모든 졸업식이 취소되고 꽃 농장들은 1년 벌이를 망쳤다. 그때 종잣값이라도 건지겠다고 김해의 한 농장이 튤립을 무척 저렴하게 판매했다. 원예농 살리기가 계기가 되어 꽃도 택배를 시작했고 쉽게 꽃을 접하게 되었다. 새벽에 꽃시장을 나가지 않고도 다양한 꽃을 만나게 되었다.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다양한 꽃을 만나려면 랜덤이여야 하고, 한 곳에 내가 원하는 꽃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꽃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양재동 새벽시장 가는 일을 마다할 수 없었다. 양재동 꽃시장에 들어서면 향기로운 풀냄새와 꽃냄새에 기분이 좋다.

도소매 판매가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다. 꽃의 단을 신문으로 둘둘 말아 한 아름씩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나도 그 무리에 뒤섞여 있다. 꽃에 관심을 두며 꽃 이름을 알기 시작했다. 꽃 이름이 워낙 많아 다 외우진 못해도 각각의 계절에 나오는 대표 꽃 정도는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꽃도 생겼다. 튜튜스커트를 뒤집어 놓은 듯한, 겨울과 봄 사이의 대표 꽃 리시안셔스와 봄에 나오는 코랄 빛 작약이다. 그 꽃들과 함께해서 어울리는 푸른 잎을 가진 식물은 유칼립투스 중에도 진한 향을 자랑하는 블랙잭이다.

꽃을 사 와 컨디셔닝 하는 걸 좋아한다. 쉽게 다듬는 시간이다. 꽃을 하나하나 살피며 잎을 떼어내고 가시를 제거하면서 맘이 편하다. 손을 움직이는 시간이 즐거운 것 같다. 그렇게 꽃을 다듬고 집에 꽂아둘 꽃다발을 잡아 꽃병을 채우고 나면 남은 꽃들을 나눈다.

그날그날 특별한 기념일이 있는 친구, 동생, 언니들에게 가는 때도 있고, 운동 선생님께 선물하기도 한다. 운동 선생님은 특별한 날이 아닌 때 받는 꽃이 처음엔 감동처럼 다가왔으나 지금은 큰 감흥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매번 다른 꽃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실 듯하다.

 

함박꽃

오딜롱 르동의 <>에서 붉게 표현된 얼굴이 큰 꽃은 무엇일까? 다른 작품들에 그려진 것으로 유추하면 작약이지 않을까? 그 시대에는 작약이 붉은색이었나 보다. 지금은 연한 핑크빛이나 진한 핑크빛, 코랄 빛의 핑크가 많다. 사랑스러운 빛깔들이다. 작약은 다른 말로 함박꽃이라고 부른다. 예쁘고 환하게 활짝 웃는 사람에게 함박꽃이라 표현한다. 이 꽃은 처음엔 아기 주먹만 하게 작은 몽우리에서 크게 활짝 핀다. 꽃송이가 매우 크다. 나에게도 함박꽃 같은 아이가 있다. 우리 집 둘째. 넙데데한 얼굴, 큰 두상, 눈웃음이 예쁜 아이다. 특히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웃어주는 일은 많지 않다. 아이에게 쏘아붙이는 통에 우리 집 함박꽃은 펴지 못하고 몽우리로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 줄 아이. 나의 꽃 예현아 너의 아름다움을 서서히 펴 가길. 빠르게 피고 빠르게 지는 꽃이 아니길. 너의 향기로움을 멀리멀리 퍼트리길.

 

글쓴이_김혜정

엄마 레세피 코팽(@momrecipe_copain)대표이다. 우리나라 식음료, 서양요리와 디저트 및 빵을 만든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며, 그 중 작은 아이와 같은 일을 하며 많은 것을 공유중이다. 30대의 마지막에 위암 진단을 받았다. 병을 이기기 위해 식단 관리하고 운동하며 암을 이겨냈다. 그때 시작한 댄스로빅은 현재까지 유지하는 운동중 하나이다. 미술에세이 쓰기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림을 보고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있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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