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걷는 아이>Melting Crayons혼자 사부작사부작 색초를 만들었다. 크레파스 통 속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크레파스 속에서 부러지거나 짧아진 크레파스를 찾은 후 같은 계열의 색끼리 모았다. 헌 냄비 안에 들어간 하얀색 고체 파라핀이 투명한 액체로 변하는 순간, 밝은색 몽당 크레파스를 냄비 안에 넣었다. 투명한 액체가 빨강, 노랑 예쁜 색으로 변신했다. 종이컵과 심지용 실을 준비하고 예쁜 색으로 탈바꿈 한 파라핀을 종이컵에 부었다. 이렇게 만든 초를 나는 어디에 사용했을까? 친구들에게 선물을 했을까? 초를 만든 기억은 있는데, 그 뒤 기억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녹여 아름답고 새로운 것이 탄생한 기쁨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Melting heart이글거리는 태양을 쫓아가는 아이는 무엇을 위해 갔을까? 어린 시절 나는 무지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무지개만 보면 설렌다. 무지개 끝? 아니 시작을 찾으면 보물을 찾은 거 마냥 기분이 좋을 거 같아 무지개를 따라갔다. 무지개의 시작과 끝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신났다.
문득 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무언가를 쫓아가며 사는지 궁금해졌다. 이십 대 초반, 친구들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에 흠뻑 젖어 살았다. 5.18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던 전남도청 분수대 앞에 마련된 큰 스크린을 바라보며 넒은 아스팔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다 같이 응원하던 우리들은 남녀노소 모두가 하나였다. 월드컵 4강의 쾌거는 수많은 한 줄 기차를 만들며 기쁨의 행진도 하고, 너도 나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해줬다. 내 고향 광주에서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이런 단결의 뜨거움은 처음이었다. 이십 대 후반, 내 심장은 한 사람을 쫓아갔다. 문득 생각나면 수원에 올라왔다. 함께 술 한잔하며 결혼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들어주었다. 그리고선 "응, 근데 올해 내 목표는 결혼이야."로 마무리를 했다. 그 해 여름 프러포즈를 받고, 겨울에 결혼을 했다.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역시 내 마음이 끌리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예술을 통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소통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통했는지 그 길 위에서 난 여전히 뚤레뚤레 살고 있다. 태양을 향해 걷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마음의 영원한 빛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마음이 이끄는 곳을 향해 걷던 아이는 수많은 길 속에서 예술과 교육의 공통분모 안에서 삶을 녹여내며, 미래를 나아갈 것이다.
글쓴이 전애희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다 보면 '세상 모든 게 예술이구나!' 생각이 든다. 브런치 작가로, 삶 속에서 만난 예술을 글에 담으며 행복을 쌓고 있다. 예술과 함께하는 삶은 유치원 교사(8년 차), 원감(6년 차) 경력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현재 미술관 도슨트, 수원시 초등학교에서 수원문화와 연계된 예술 수업을 하며 문화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아동예술교육가,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아이들과 만나고 예술을 매개체로 소통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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