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시니어 강사 일을 시작했다. 1년여의 기간동안 미술심리상담사를 취득하고 한달동안 노인관련 교육과 참관수업, 시연수업을 거쳐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강의는 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이루어진다. 어르신분들의 치매예방을 위한 교구인지수업과 미술수업이 내가 맡은 과목이다. 어르신들의 일과에 따라 10시 30분, 1시 30분, 3시 이렇게 하루 3타임의 수업을 한다.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에 시간대가 좋아 이 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수업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문제다. 한시간의 수업을 위해 왕복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동시간은 급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요양원이 외진 곳에 있다보니 주차도 좋지 않아 차를 긁고 딱지를 끊고 계산에 넣지 못한 문제들이 속출한다.
게다가 시간만 생각하고 내 체력은 고려사항에 넣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한시간동안 서서 수업진행에 따른 시간체크를 해가며 어르신들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 얼마 전엔 요양원에 가는 길목에 도로개선공사중이어서 차가 도로에 멈춰서 버렸다. 얼른 차를 틀어 돌아가는 길로 들어서니 네비게이션으로 7분가량 지연된다고 떴다. 요양원에 10분가량 늦는다고 전화를 부랴부랴 건물을 들어갔는데 아는 곳이었는데도 엘리베이터를 못 찾아서 무거운 교구를 어깨에 매고 맨 지하층까지 내려가는데 머리가 새하얘졌다. 숨은 차고 정신은 없고 요양원에서는 못마땅해하고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숨이 찼다. 또 한번은 어르신들이 수업을 너무 잘하셔서 블럭으로 자유롭게 모양을 만들어보시라고 했다. 그런데 다들 멀뚱멀뚱 계셔서 요양보호사님이 선생님이 알려주셔야지 다들 가만히 있지 않냐고 항의를 하시는 거다. 그 뒤론 요양보호사님과 사회복지사님들의 눈치보기까지 더해졌다.
하루 2~3군데의 수업을 하는데 진이 다빠져 집안일과 아이는 뒷전이 돼버렸다. 우리 막내는 할머니, 할아버지 보지 말고 자기를 봐달라며 불평불만이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뭐가 우선인지 나도 정신이 없다. 어쨌든 자격증과 마이크, 스피커, 차량보험, 신호위반 딱지까지 본전뽑으려면 두달이상은 해야 할 것 같다. 수습기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좀 나아질까? 출산 뒤 17년만의 사회생활이 녹록치 않다.시니어관련직종이 유망하다는데 어떻게든 더 버텨보라고 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할까? 급여수령후에 선물이라도 사주며 달래야할까? 새삼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참 존경스럽다.
*글쓴이_김경애
중고등학생 사춘기 자녀를 둔,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나만의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시니어 강사로 활동한다. 여러곳에서 미술심리상담사, 이미지메이킹 강사로 활동하며 브런치 작가로 글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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