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칼 블로허 #박숙현

창문이라는 메타포 한 컷

2024.04.13 | 조회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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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창문이라는 메타포 한 컷

이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창문 밖 소녀에 집중되기보다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캐나다 영화 <내 사랑>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이 영화는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의 삶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을 가득 담은 영화다. 절름발이 여자 주인공 모드와 무식한 생선 장수 남편을 주인공으로 한 조금은 슬픈 아니 따뜻함도 많은 영화다 . 이 영화에서 모드가 집을 나와 처음 용기 내어 일자리를 구한 곳이 그의 집, 후에 남편이 된 에버렛의 집으로 그녀가 처음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창문을 통해 집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낯에 불이 켜져 있지 않는 실내를 보려면 얼굴을 창문에 갖다 대고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다 창문 안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화들짝 놀래기도 하는 법 이런 경험은 살면서 한두 번은 있다. 문을 통하지 않고 창문을 통해 안으로 보는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 메타포라는 형식으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 메타포란 쉽게 말해 A라는 어떤 것을 보여 줌으로써 B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속 창은 처음 그녀가 창밖에 서 있을 때 장면과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시선이 사 뭇 다르다. 창밖에서의 그녀에게 창은 용기였을 것이고 실내에서의 창은 그녀의 액자였을 것이다. 그녀의 그림을 위한 어디에도 없는 그녀만의 액자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내 삶의 전부는, 이미 액자 안에 있어요. 바로 저기 " 창문 너머로 보는 풍경을 응시하며 내뱉은 대사가 아직 내 머릿속에 남은 건 아마도 그날 그 시간 나의 처지와 비슷해서 였을 것이다. 독일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누군가가 없는 그런 날 내 작업실 한편의 창 넘어가 위로가 되었던 어느 날 말이다. 그래도 어떤 날은 내가 용기를 내어 옆집 독일 할머니네로 쿠키를 나누러 가는 날도 있었으니 내게도 이 창은 용기와 위로가 공존하는 양면의 거울 같았다.

오늘 오후 난 칼 블로흐 그림에서의 창문 밖 소녀의 모습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게 되었다. 창문 밖 자신을 알리고자 창문을 똑똑 두드렸을까? 아님 한참을 망설였을까? 누구의 집에 찾아왔을까? 커튼이 드리워지지 않은 이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 온 갖 내 머릿속의 질문들이 그림 속에 물건들로 시선이 옮겨졌다. 창문 밖 밝은 느낌의 풍경과 색감이 대조를 이루며 그려진 실내 풍경에서 손질하다만 생선들의 무더기와 어질러진 그물들의 형상이 실내의 정리되진 않은 장면을 상상하긴 충분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창문 밖 소녀가 아니라 실내의 누군가인듯하다. 인기 척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장면 뒤엔 험상 굿은 무뚝뚝한 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문을 열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영화 <내 사랑>에서의 에버렛 같은 무표정의 사람 말이다. 그래도 창가에 놓인 유리 병에 꽂힌 꽃을 보니 안심이 된다. 창가에 꽃을 장식할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간단한 정보를 찾아보니 덴마크 출신이며 주로 성화를 그렸다고 나와 있다. 렘브란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보아 빛의 드라마틱한 요소를 잘 표현한 듯하다. 렘브란트와 칼 브로흐는 그들의 나라에서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아서 일까? 더욱 빛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칼 브로흐는 그림에서의 성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리고 연극의 한 장면처럼 빛을 더욱 잘 이용했을 것이다.

척박한 북유럽의 환경에서 화가들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요소는 빛이었을 것이다. 파리의 칙칙한 날씨를 피해 프랑스 남부로 떠난 화가들도 많았으니 이해가 될 만도 하다. 오늘은 여러 해전 노르웨이 여행에서 집도 사람도 없는 끝없는 평야를 달리다 발견한 산장에 들려 주인 장이 끓여주었던 맛난 커피와 케이크도 먹었던 그날도 생각이 나는 날이다.

이 그림에서의 한 장면이 내 삶의 여러 경험처럼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영화의 다양한 컷처럼 스쳐 지나간다. 루이스 모드 화가의 간절한 용기가 담긴 컷 장면 그리고 예쁜 분홍 드레스를 입고 생선 심부름을 온 듯한 소녀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내 가족과 함께 했던 북유럽 여행에서의 따뜻한 장면도 내 마음에 남았다. 어느 북유럽 화가의 그림 한 장으로부터 내 마음의 창을 열어 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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