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가의 필수 조건 협업 그리고 협업의 대가 필립 파레노
2024년 봄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 국제적인 명성의 작가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가 개막했다. 리움미술관 관장도 그의 아트 토크를 시작하며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소개하기도 했다. 아마 전관을 채운 회고전에 가까운 현대 미술은 일반 관객들을 이해시키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개막 첫날 리움 미술관의 아침 풍경은 관객들이 긴 줄을 서는 광경을 보여 주었다. 실로 한국의 아트 르네상스를 실감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관람을 시작했다.
내가 그의 전시를 본 건 인스타 피드에서 우연히 보게 된 파리에 있는 피노 컬렉션에서 보았던 'My room is another fish bowl' 와 '녹아내리는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 없이 피드를 넘겼으며 오늘이 되어서 떠오른 그의 작품을 마주했다. 나는 <보이스>라는 이번 전시의 타이틀에 걸맞게 야외 테크 설치 작품에서 압도 당했다. 알 수 없는 외계어를 내는 콘크리트 조형물은 마치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해서 지구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은 목소리였다.
높다란 조형물 아래엔 다른 별에서나 존재할 것 만 같은 흙과 돌멩이 그리고 드문드문 자라나 있는 풀들까지 나를 지구가 아닌 미지의 세계로 데려갈 것만 같은 연출로는 완벽했다. 거대한 구조물에서 나오는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기도 했다.
리움에서 준비한 작가와의 토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이 그렇게나 많은 레이어를 통해서 만들어 낸 것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작품 <막>은 42개의 센서가 수학적 계산에 의해 연동되어 7개의 레이어를 거쳐 탄생한 미래 지향적 조형물이었다. 그리고 실내에 들어온 모든 작품과 연동 되어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다는 사실을 알 지 못 했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모든 예술가가 취하는 종합적 매체들을 연결하고 감각적으로 협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소리, 빛, 그리고 공기, 그리고 영혼까지도 말이다.
그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기를 좋아한다고 자신이 말할 정도로 많은 프로 전문가와 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막>이라는 작품을 하기 위해 언어학자와 협업했으며 언어를 만들고 배우의 목소리로 녹음을 하고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음악에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ACDC라는 유명한 밴드에게 부탁을 하고 빛을 연구하고 모든 작품을 타인들과 소통하며 진행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reazume00
치유작가 sue 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2년간 해외 살이로 세계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는 취미를 가졌고 지금은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작가로 글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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