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제목<필립파레노 : 보이스 VOICES>_내 방은 또 다른 어항 없음

<필립파레노 : 보이스 VOICES>_내 방은 또 다른 어항

2024.05.06 | 조회 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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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1.초대되어진 파티의 주인공이 내게 말을 걸어 온다.

그 어느곳의 세계도 아닌 과거의 세계로부터 말을 건네는 주인공을 마치 알고 있던 사이처럼.

차가운 바람이 얕은 한숨을 쉬게 하는 그런 날이다.건조한 공기로 인해 눈썹이 퍼석거린다. 매끈함을 남겨주는 헤어 오일을 처음으로 열어 머리카락의 전체에 정성 들여 바른 뒤 거울너머로 윤기를 확인한다.오늘 초대 받은 공간에 어울릴만한 향수까지 손목에 터치하니 왠지 모를 근사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설레임이 차오를때  성대한 오픈 파티가 열릴 것 같은 생각에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도착 하고 싶어졌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마법이 풀릴까봐 계단을 황급히 내려가다가 유리구두가 벗겨진 신데렐라의 심장 박동처럼 두근거리다 못해 숨이 벅차 오를정도로 단숨에 지하철 플랫폼으로 뛰어서 내려왔다.

마스크가 들썩 거려 나의 가려진 얼굴이 보일까 봐 꽁꽁 얼굴을 가린 채로 가빠진 호흡을 길게 내쉬며 비어있는 좌석에 앉아 다시 한번 초대 받은 그곳에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해본다.

나의 계산대로 일찍 도착할수 있음을 확신하며 황급하게 내려왔던 그 긴박함에

건조함에 푸석거리던 눈썹에도, 바람을 가르며 뛰어내려오던 내 머리칼에도

수면에서 이제 막 올라온 수증기같은 입김이 서리며 촉촉한 촉감이 감돌고있다.

앞으로 약 46분뒤에 도착하게 되는 그곳에서도 나의 매끈한 눈썹과 촉촉한 머리칼이 유지가 되길 바라며

눈을감고 상상을 한다.

오늘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곳은 과연 어떤 파티가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윤기를 내고싶어 입김을 호호 불며 주인공을 보러 왔을까.

첫 발을 내딛자 나를 따라오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는 존재가 있다.

 

2.수신자 없이 홀로 발신 하는 유일한 어린 마음은 시간 속을 유영하며 살아간다. 당신도 ,나도.  스무 해 전의 우리도.

 

초대장의 주소를 재차 확인하고 오르 막을 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머리가 보이고 인적이 드문 언덕에서 초대장이 공기중에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들린다.

주파수가 맞지 않은 초대장은 소리가 땅속으로 스며 들고 있고, 유난히 반가운 초대장을 든 게스트가 입장을 할땐 마치 악수라도 하는 듯이 소리의 높낮이가 위 아래로 움직이며 파동을 만들어낸다.문득 나라는 존재가 입장할때의 소리가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초대장을 받았지만 주파수가 맞지 않아 소리가 흙 속에 뿌리내리듯이 지하를 향해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 아까 서둘러 내려왔던 지하철 승강장의 깊이로 내려 가버린 내 초대장의 주파수가 영영 들리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애꿎은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내린다. 그런 나를 발견하고 동그란 눈을 하고 선 등장하는 존재.

방금 전 눈이 마주쳤다. 그냥 지나치려고하는 나의 시선을 덥썩 붙잡는다.

"어머! 너 나 예전에 본적 있지 않아? 유난이 잠이 쏟아지던 그 언덕에서말이야"

라고 쏟아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우린 계속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는 목소리로서 잊고있던 그 언어가 내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너무 졸려 어느 학교의 언덕 배기위에 차를 잠시 세워놓고

최면에 걸린듯이 졸음을 쏟아내던 20년전의 그 주파수가 선명하게 살아난다.

온 세상을 향해 발신하던 유일한 내 어린마음을 담아내던 그해 겨울의

바람같은 주파수의 목소리가 땅과 하늘. 그리고 이 공간을 유영하며 이제서야 수신되어지고 있다.

아. 이제서야 나를 초대한거구나

아니다. 내가 이제 서야 오게 되었군.

 

 

3. 내게 초대되어진 그곳에는 나를 닮은 눈동자가 남아있다.

처음 보았는데도 눈에 익은 그 실루엣.

공기중에 둥둥 떠다니는줄 알았는데 사실은 숨을 길게 참고 있다가

공간의 가장 밑바닥으로부터 대기 하고있 다가 게스트들이 들어오면 갑자기 숨을 뿜어대며 위로 위로 서서히 올라가며 온몸으로 환영을 해주고있는 물고기. 그가 오늘 나를 이곳으로 오게한 주인공이자 초대장을 쓴 장본인이다. 그 물고기의 몸은 헬륨이라는 성분으로 되어있는데 , 난 그의 몸에 대한 한 가지 비밀을 알고있다.

그도 윤기를 가지고 싶어서 향기를 품은 광이나는 헤어오일을 자신의 비늘에다가 바르고 싶어하는것을 말이다.

하고 싶은것을 해야 하는 본능을 어항속에 숨겼다가는 탈이나기 마련이다.

어서 헬륨 물고기에게 다가가 반가운 초대장을 들이밀며

"나야 나. 내가 왔어 우리 이 어항을 떠나자" 라고말해주고싶어 다가가려는 찰나,

그는 다시 공기중으로 유영하며 다른 주파수를 따라 나선다.

돌아가는 그 뒷모습에도 커다란 눈망울이 그림차처럼 남겨진다.

그 그림자들은 매일 새로운 꿈을 머금었다가 , 이루지못한 꿈에 대한 좌절을 다시 뱉어 냈다가 하면서말이다.

뒤돌아서며 남겨지는 곳은 어항속도 아니고 공기의 공간도 아니다.

꿈이라는 바다를 찾아 떠나는 그 눈동자.

스무해 전 내가 잠든 차안에서 감겨있던 그 눈동자가 아직도 남아있다.

 

 

*글쓴이 _장영지 (docent diary)

미술관과 학교에서 그림을 나누며 예술을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도슨트로서 사실적인 작품 해설 이외에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혼자 다이어리를 쓰듯이 개인적인 감상을 그림에세이로 남기는 작업 중입니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출간, 강의, 협업 등의 제안은 camuca@naver.com 또는 해당 글쓴이의 SNS를 통해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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