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바다
파아란 하늘, 파아란 바다에 흰구름이 뭉실 뭉실 떠다닌다. 잔잔한 푸른 바다가 넘실 넘실 일렁인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에, 하얀 돛단배가 빛 속에 유유히 떠 있다. 바다로 난 큰 창에, 하얀 커튼은 바람에 날려 창밖으로 나부낀다.
창틀에 놓인 책이 바람에 날려, 페이지 하나 하나 새가 되어, 바다위로 하늘 위로 빛 속으로 날아간다. 나도 바람에 날려 저 책처럼 새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다. 만약 동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무슨 동물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대답은 새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새가, 늘 자유를 갈망하던 나에겐 꿈이었다. 새 입장은 되어보지 않았으니, 중력을 이기고 자기 몸을 띄워 날기 위해 얼마나의 날갯짓이 필요할지, 그 날갯짓이 얼마나 고단할 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책, 독서모임
결혼 전엔 자기계발서 서너 권, 출산 후엔 육아를 하며, 세상 산만한 아들을 키우기 위해 육아서적을 몇 권을 읽은 게 독서의 전부였다. 세상 산만한 아들의 입학과 함께, 선생님들의 호출을 받아 학교를 들락거리다가 학부모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매주 목요일 학교독서실에서 모임이 진행되기에 아들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아이들 도서관 수업 때는, 반장 손에 질질 끌려오는 아들도 간혹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서모임이 매주 진행되었다.
사서선생님의 욕심이 크셔서 매주 2권의 책을 추천해주셨지만, 우리의 수준을 보시고 이내 1권으로 줄였다. 모임도 매주에서 격주로 조정했다. 첫 책은 “이젠 함께 읽기다”로 책읽기와 독서모임을 어떻게 하는 것 인지부터 시작했다.
고전부터 환경문제. 빈곤문제, 소외된 이웃문제, 청소년 서적, 양육서적, 인문학 서적, 과학서적 등등을 다양하게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짚은 주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이면 열, 모두 다 다른 소감을 나누는 것을 보며 사람은 정말 다른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모임의 매개는 책이었지만, 책의 내용으로 시작한 얘기의 끝은 각자의 삶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나의 삶을 나누었고, 모임 구성원들이 삶을 나누었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모임이 햇수로 10년째다. 코로나로 모임이 끊어지기도 했고, 사서선생님도 바뀌셨다. 이젠 아이들도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모임은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들으며 육아동지, 독서동지가 되었다. 그렇게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실타래들을 조금씩 조금씩 풀어나갔다.
새처럼
그림에서 책이 한 페이지씩 한 페이지씩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듯, 책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표현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날려 보냈다. 그렇다고 내가 새가 되어 날 순 없겠지만, 상처를 덜어낸 나의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졌다.
이젠 모임이 오래 되어 책이야기보다 수다가 더 많아졌지만, 이렇게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해 준건, 나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_김경애
아이와 열심히 성장하는 주부로 집 밖의 일을 탐색하고 있다. 그림 감상과 글쓰기, 전시 나들이로 깨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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