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펠릭스 발로통/날 봐주는 사람만 있다면_이소희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

2024.03.06 | 조회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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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어디에도 없는 세상     

조여드는 삶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혼자 떠나고 싶은 날, 일상에서 벗어난 그곳, 무작정 달려간 곳, 오렌지와 퍼플과 바이올렛의 선명한 하늘과 또렷한 해, 청자빛의 고은 바다가 몽환적이다. 이곳은 나만의 섬이다. 노을이 내려오는 바닷가를 쳐다보며 며칠을 쉬었다 가고 싶다.

펠릭스 발로통,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
펠릭스 발로통,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

비행기 좌석에 앉아 거대한 굉음을 듣는다. 공항을 몇 바퀴 돌다 이륙하며 붕 떠오르는 아찔한 감각은 삶의 중력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텅 빈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해방감, 그래서 우리는 매일 여행을 꿈꾼다.     

딩동딩동 저녁 찬거리를 배달온 슈퍼 아저씨의 초인종 소리에 놀라 현실의 세계로 강제 소환되어 왔다. 저녁을 해야 할 시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가운데 팔자 좋게 턱을 개고 있던 몽상가는 아쉬운 듯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 속 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노력이 당신을 배신할 때     

직장에서 집으로, 집에서 직장으로, 나의 인생은 흡사 시계추 같았다. 10년 전 직장 상사 A는 탁월한 능력 덕에 초고속 승진을 하며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성품도 훌륭하고 헌신적이어서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문제는 퇴직하고 단절된 인계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필요할 때만 자신을 이용했다고 생각해 좌절감과 우울감으로 힘들게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젊은 시절 성공한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면서 더 고통스럽게 느낀다고 한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다.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 되려 했다. 한때 나는 왜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했는지? 왜 모든 걸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일하다 짜증을 냈다가도 미안한 마음에 더욱 잘해 줬다. 짜증이 난다는 것은 멈추라는 신호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차올라 있으니 쉬어야 한다고 몸이 보내는 아우성에 귀 기울였어야 했다.     

당장 견딜 수 없는 현실이 싫으면 다음 스텝을 밟으면 그만인데 왜 그리 집착하며 살았을까?. 빨리 갈 필요도 없고 최선을 다할 필요도 없다. 옭아매는 일들, 모든 게 시시하고 뻔한 날, 노을이 멋진 나만의 바다로 떠나는 꿈을 꾼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아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인간관계는 노력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정신과 윤대현 교수는 10명의 사람 중 7명은 내게 관심 없고 2명은 싫어하고 1명만 좋아한다고 한다. 한 명 정도는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누구도 특별하지 않아하지만 누구나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단다날 이렇게 봐주는 사람만 있다면’ 영화 ‘토스카나’에 나오는 대화의 일부다. 주인공 ‘테오’는 어릴 적 고향이 싫어 떠나 대도시에서 요리사로서 성공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유산으로 받은 토스카나의 '리스톤키 성'을 팔려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어릴 적 좋아했던 여자 친구를 만나고 과거 아버지를 오해했다는 것도 알게 되며 정착한다는 이야기다.     

어릴 적 그토록 싫어서 떠난 곳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니 그곳도 특별한 장소가 된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해도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때는 떠나야 할 장소였는데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역시 사람이다.     

펠릭스발로통, 카드놀이 67.5 x 52.5 cm, 1902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
펠릭스발로통, 카드놀이 67.5 x 52.5 cm, 1902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위의 그림을 그린 펠릭스 발로통은 첫 번째 부인을 버리고 부유한 화상의 딸과 재혼해 처가 식구들과 처음에는 잘 지냈다. 시간이 지나 갈등이 깊어지면서 그린 그림이 ‘카드놀이’다. 이 작품에서 처가 식구들을 아주 작고 어둡게 그려 그의 불편한 심기가 그림 속에서도 드러나 있다. 아무리 좋은 저택이라 해도 그곳은 단지 피하고 싶은 현실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다면 어디서든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을 바라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 화가의 마음은 사랑이 가득하지 않았나 추측해 보게 된다.   

 

글쓴이  이소희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했습니다. 지금은 글쓰기와 그림을 배우고 있습니다. 울타리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지만 던져진 김에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아올라 보렵니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출간, 강의, 협업 등의 제안은 camuca@naver.com 또는 해당 글쓴이의 SNS를 통해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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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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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bm39

    0
    9 months 전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아오르시길 항상 응원합니다!!*_*

    ㄴ 답글
© 2024 살롱 드 까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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