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스페인 화가_라몬 카사스Ramon Casas-이지현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2024.03.22 | 조회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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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라몬 카사스_무도회가 끝난 후 1866 ~ 1932
라몬 카사스_무도회가 끝난 후 1866 ~ 1932

 

아주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아이가 있다. 우린 수업으로 만난 사이지만, 지금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나의 나이는 46살 아이는 14살 우리의 나이 차이는 32살이다. 우리는 찐으로 리얼 쌩 감정을 감춤 없이 말할 수 있기에, 우리끼리는 친구라 정했다.

아이와 함께 전시 데이트를 다녀왔다. 유이치 히라코 작가의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진 전시였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여정에 그리고 나의 인생 여정과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선택한 전시였다. 유이치 히라코의 작품은 아주 큰 싸이즈의 회화작품이 압도적이었고,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요소가 마치 우리를 잠시 현실을 벗어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여행길에 우린 함께 올라타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감상을 이어갔다.

아이는 한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시선을 놓치지 않고 응시하더니 말한다.

선생님, 그림 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외로워 보여요.”

그래? 왜 그렇게 보였을까?”

밤하늘 아래 바람도 불고 있는 것 같은데 혼자 서있는 모습이 혼자서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 속에는 없지만, 왠지 저 뒤에 피아노 한 대가 있을 것만 같아요.”

아이는 흔히 요즘 유행하는 성격분석 MBTI로 이야기하자면 아이는 F 성향이 짙은 예술가형의 아이다. 피아노를 오래 쳤고, 예중을 준비했었고, 아쉽게 이번에 떨어져서 일반 중학교에 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쓰라린 좌절감을 느껴야 했고, 준비하면서 같은 반 아이들에게 잘난척한다는 오명 속에서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까지 극복해야만 했었다. 너무나 섬세한 감정을 지닌 아이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했었고, 그것을 다 받아들이며 마음 안에 담아두어 혹시나 나의 마음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괄약근에 힘을 꽉 쥐고 방귀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는 마음처럼 감정을 눌러 담아왔었다. 다시 MBTI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아이의 가족은 아이만 제외하곤 모두 T의 성향의 가족들이었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말할 때면 아이는 내 말을 듣고 있긴 한 거 같은데 마음을 좀처럼 이해받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외로웠겠다.”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이란 오늘 진짜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어요.”

아이는 하루 중 새벽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가족이 모두 잠든 시간에 자정이 넘은 새벽에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마시면 그때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고 말이다. 나도 이 말뜻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에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새벽과 나의 새벽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에겐 숨을 쉬는 시간이 바로 새벽이었다. 불안, 답답함, 억압, 통제, 이런 표상이 어린 시절에 새겨진 나는 지금은 건강해지기 위해 마음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나의 친구 마음에도 새겨져 있는 것 같은 그 표상이 전해져 왔다.

불안, 억압, 죽음을 말하는 색이 있다. 바로 블랙이다. 물론 블랙이 이런 뜻만 있는 것은 아이다. 긍정적으로 의미가 해석될 때와 부정으로 쓰일 때 해석되는 의미가 다르다. 예를 들면 사람이 죽었을 때 장례를 치르며 상복으로 검은색을 입는 이유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검은색을 입으면서는 억압의 기제가 발동해서인지 상갓집에 곡소리가 줄었다고 한다. 슬픈 감정을 배설하지 못하고 스스로 통제하는 힘이 강해지는 건 검은 색이 주는 색의 영향이었을까?

위의 그림을 보는 순간 검은색 드레스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있는 여인이 보이고 그녀가 입은 검은색 드레스는 나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듯하다. 표정이 지쳐 보였고, 눈은 감고 있고, 한쪽 팔은 툭 늘어트려 놓은 모습이 손끝부터 저려 올 것만 같다. 심지어 반쯤 걸쳐져 누워있는 모습은 불안정하기까지 보인다. 누워있다가도 곧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튀어 올라 일어서야 할 것만 같은 긴장감도 맴돈다.

무엇이 그녀를 지치고 긴장되게 했을까?

삶은 고통이다.”라고 니체가 말했던가? 삶은 당연히 고통의 연속이며, 그 힘든 순간들을 잘 해결하기 위한 힘을 길러내기 위한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난, 그리고 내 친구는 자신의 인생을 잘 해결하며 살아내는 능력 값을 길러내는 것으로 선택을 하기로 했다.

선생님, 우리 제가 할머니 될 때까지 데이트해요.”

그럼 좋지! 선생님이 번지가 되기 전까진 우리 계속 데이트하자!”

 

*글쓴이-이지현

현재 <빅마인드 아트>로 아이들 미술교육을 하고 있으며, 심리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관, 기업등에 명화, 현대미술, 심리미술로 소통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심리를 통해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가 될수 있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세상에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며, 상처받고 힘든 성인이거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발걸음을 걷고 있는 중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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