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떻게 더 하란 말이죠?.…….”
한숨을 내뱉을 힘조차 없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버린다.
신분을 확인해주는 스페셜 아이디카드를 손에 쥐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 당당하게 쇼 케이스를 소화한 후, 다음 스케줄 때문에 계속 대기실에 붙잡혀있는 어린 나이에 유명 인사가 된 스타의 모습 같기도 하다. 발목까지 치렁 치렁 하게 내려온 긴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마치 화려하고 멋진 삶이 매일의 연속이지만 본인은 이 모든 게 다 싫어져 자유의 의지를 꺾여 버린 가냘픈 여인의 모습을 하고있다.억지로 무언가를 하다 보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신발조차도 벗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철푸덕_하고 아무렇게나 구겨져 버리고 싶을 충동을 실현하게 해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만의 탈출구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루의 단 몇 분 만이라도 좋으니 나를 완전히 억지스런 이 세상의 강요로부터 전부를 내려놓고 싶어 실내 다이빙 장으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물속에서는 옅은 한숨조차 너무 소중하고 생생해진다.지금은 자유롭게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을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바로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것이다.푹신한 쿠션 들이 여기저기에서 “어서 내게 온몸을 던져버려!”
"내가 여기 있자나, 내 위로 어서 풍덩 뛰어내려서 안겨보라고" 라고 외치는 물결 같은 소란 들은 나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외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다이빙 포인트는 깊은 숨을 위한 해독제와 같은 것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 등등 세상의 그 모든 일이 내게로 와서 버무려지고 있다. 그런 내 귀로 들려오는 이 아우성은 그야말로 하던 일 다 내던지고 진공의 상태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달콤한 유혹으로 내게 처방 되어진다. 나의 처방전은 찰랑 거리며 나를 다이빙 포인트로 이끈다.
초록색의 네모난 소파는 어느새 남태평양의 작은 바다가 되어주는 휴가와도 같은 유혹을 건넨다. 나는 있는 힘껏 푹- 몸을 내던진다. 물속으로 잠수할 때 느껴지는 수중의 진공 상태에서는 이상 하리 만큼 몸이 더 가벼워지는 걸 느끼고, 낮은 주파수의 부유하는 소리는 나의 옅은 한숨을 더 살아있게 하는 무형의 해독제가 된다.
회복과 휴식은 그녀의 처방전
메디컬 센터의 라운지의 소파가 초록색인 이유는 잠시 동안이라도 초록빛 바다를 꿈꾸며 진단을 내릴 수 없는 억지 스런 병명들에게 회복과 휴식이라는 처방전을 내려주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잠시 지쳐 있다면.숨이 안 쉬어진다면.고통이 찾아온다면.
눈을 감고 초록빛 소파를 찾아 몸과 마음을 안심하고 내던져 보자.
안전하고 편안하게 받아주는 그런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
시각 문화를 읽어 내기 위한 이론적 배경 : 롤랑 바르트의 '외연'과 '내포'
외연 : 이미지에서 명시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즉 소재나 형태나 색 같은 것
내포 : 명시적 이미지 너머 문화적 상징을 포함하여 보는 사람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감정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
일차적으로 보여지는 외연의 이미지를 그림에서 찾아보고 그림을 보는 사람이 어떠한 이미지를 감정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내포를 다양하게 찾아 나만의 글로 남겨보는 작업을 미술 에세이 라는 형식을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도슨트 다이어리의 그림속 키워드
#라몬카사스#Ramon Casas#무도회가 끝나고,1899
#GREEN #그린 #초록 #휴식과 회복 #조화와 균형 #편안함에 이르는
글쓴이_도슨트 다이어리 docent diary
미술관과 학교에서 그림을 나누며 인문학과 예술을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도슨트로서 사실적인 작품 해설 이외에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혼자 다이어리를 쓰듯이 개인적인 감상을 그림 에세이로 남기는 공저 작업중입니다.
눈길이 닿는 그 곳에서 부터 시작되는 사유의 공간을 운영합니다
(Docent diary with salon de camu essay co-autho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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