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
‘발아’
오랜만에 만나요, 우리.
저희는 그동안 우리답게 여러 방향으로 헤매고 있었어요.
자주 넘어지고 다쳤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지금에서야 레터를 다시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꿈을 크게 꿔야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라며,
제게 큰 꿈을 꾸라고 국어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하지만 저는 큰사람이 뭔지도 모르겠고, 작은 꿈조차 쉬이 꾸지 못했죠.
그런 제가 정말 한심했어요.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당장 내게 흘러오는 빗물과 햇살도 느끼지 못하는데
다 커서 뭐가 될지 상상하는 것이 아무 의미 없다고 느껴요.
큰 꿈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그 꿈이 현실이 된다고 상상했을 때 내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벙벙해지면
그것이 바로 큰 꿈이 아닐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공간을 꾸린 미래의 나를 꿈꿔요.
내가 사랑하는 바다의 한 조각, 내가 사랑하는 초록의 한 조각,
내가 사랑하는 윤슬의 한 조각, 내가 사랑하는 빛의 한 조각
모두 모아 내 공간을 꾸리는 거에요.
얼기설기 모은 내 사랑 조각들은 누군가에게 평안과 행복을 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상상만 해도 마음이 벙벙해질 만큼 행복하답니다.
그래요. 저는 아주 큰 꿈을 꾸는, 큰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가슴이 벙벙해질 만큼 행복한 상상은 무엇인가요?
있다면 큰 꿈을 꾸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당신도 아주 큰 사람입니다.
지원
오랜만 글이다. 글쎄,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갔고 그것을 그때 그때 기록해두었기에 여기엔 무엇을 정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일들은 사생활 프라이버시를 위해 그저 넘어가고 싶다. 그러니까 다 넘겨 버리자. 있었던 일들을 다 바람에 날려 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면 머리는 가벼운데 마음은 무겁다. 덜 풀렸다.
풀리지 않은 것들에 나는 그저 담아두고 저절로 때에 따라 풀리게 둘 뿐, 집착하지는 않는다. 언제부턴가 그런 ‘오는 일 안 막고 가는 일 안 잡는다’ 는 마인드가 쭉 갖춰져 버렸다.
(./…)
개같은 인생. 개같은 인생아.
어디에 욕할 데도 없고 여기에 욕하자. 망할 사람들아. 망할 세상아…
다 꺼져… … … 휴. 됐다. 감정 배설 괜히 여기에 하지 말자.
(…)
할 말이 많은 데 굳이 하고 싶지 않다.
말해 봤자 뭐가 달라지는데?
나는 계속 내 인생을 당차게 살아갈 뿐. 내 인생을 구할 사람은 나 뿐이다.
그러니까 계속 가야만 해.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나는 계속 나아갈 거다.
그러니 안녕,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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