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홉번째 이야기

2021.11.26 | 조회 6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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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ROUGH

당신과 나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매일 읽고 쓰는 춘프카입니다. 

레터를 시작하며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Fly Me To The Moon'를 전합니다. 흑백 영상이고 라이브입니다.

제 첫 산문집 <유일한 일상>이 곧 출간됩니다. 11월 중순으로 예상했는데,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까지 계속 수정을 거듭하게 되었네요. 책날개 부분에 들어갈 작가 소개 글을 썼는데 구독자님께 먼저 전할게요.

매일 읽고 쓰는 사람. 일상과 사람 그리고 문장을 수집한다. Amy 남편이자 초보 아빠다. 인문학 공연 기획과 언론 단체 간사, 공중파 라디오 DJ,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 09시에 일을 시작해 18시가 되면 퇴근하는 직장인이다. 마음의 결이 닮은 벗과 함께 글쓰기 모임 ‘당신을 쓰는 밤’을 운영한다. 청춘의 아지트였던 헌책방 대표님을 인터뷰해 독립출판물 『헌책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썼다.『유일한 일상』은 첫 산문집이다.

그럼, <주간 춘프카> 아홉 번째 레터, 시작합니다.


© itfeelslikefilm, 출처 Unsplash
© itfeelslikefilm, 출처 Unsplash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주말의 끝자락, 한적한 카페를 들렸다. 스타벅스는 어딜 가도 분주해서, 집중력을 높이는 데 불편했다. 허름한 동네 골목길을 지나, 딱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그곳을 발견했다. 슬쩍 가게 안을 살펴보니 여기다 싶었다. 평소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모퉁이 구석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익숙한 빈 페이지를 마주하는데 그날따라 막연했다. 뭘 쓰지? 잠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한쪽 벽에 여러 책이 놓여 있었다. 무던하게 그쪽을 지켜보고 있는데, 순간 '어'하는 소리와 함께 그리웠던 책을 발견했다.

열 살이나 되었을까. 여동생과 함께 종종 이모 집을 놀러 갔다. 문을 열면 긴 원목 책장이 있었다. 워낙 책이 많아서 다 읽지는 못했지만, 겉표지나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 무언가 흥미로웠다. 다양한 색감이 어린 마음에 인상 깊었던 것이다.

간혹 제목에 끌려 펼쳐봤다가 그대로 덮은 적도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고 사진이나 그림 하나 없는 빼곡한 글을 보면 혼자 투덜거리며 제자리에 뒀다. 그날도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었는데 『마음을 열 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라는 제목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기에, 마음을 열어준다는 걸까.

 

책을 펼쳐 목차를 살펴봤다. 첫 이야기는 '서커스'였고, '사랑은 떠나지 않아'라는 마지막 제목까지 읽었다. 서문도 읽었는데 작가는 이렇게 썼다.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에 무언가 닿았다. 돌이켜보면 이 문장이, 살아가는데 있어 하나의 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첫 번째 이야기를 접했다. 무엇이 그토록 슬펐던지,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도 아닌데 한참을 울었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책(글)을 일고 감정이 터졌던 순간이. 그때부터 이야기를 찾아다녔다. 타인의 삶에 집중하고 싶다고, 막연히 결심했던 순간이었으니까.

추억에서 겨우 깨어 다시 책을 펼쳤다. 그 감정은 유효할까? 마저 읽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봤다. '서커스'에 등장하는 가족을 이제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다시 읽었다. 어느 때보다 분주한 주말이었는데, 뭔가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잊고 지냈던 추억과 장면을 다시 마주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었다.

서로를 취료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이다.

레베카 폴즈

다음주에는 브런치 작가 키노님의 글을 소개드립니다. 낮에는 응급구조사, 밤이면 마이크를 켜고 나긋하게 하루를 읽는 DJ인데요. '나의 취향'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셨습니다.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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