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주간 춘프카 / 이야기

2021.10.28 | 조회 8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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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춘프카 / 이야기

「땀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어젯밤이었다. 저 멀리서 전력을 다해 뛰어오는 후배가 보였다. 늘 그랬다. 분주하고 바빴다. “오랜만이에요.” 예전과 같은 미소였다. 우린, 2년 만이다.

후배는 이십 대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휴학 후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9월이면 2학년 2학기로 복학한다. 나는 물었다. “요즘 어때?”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덕분에 잠깐이지만, 우선순위를 바꿨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할머니와 둘이서 생활하는 그는, 어린 가장이었다.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땀이 많은데 손수건으로 매번 해결하기가 불편해서 양쪽에 팔토시를 꼈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하얀 소금기가 배어있었다. 잔뜩.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번 돈은 생활비와 할머니 병원비로 나갔다. 극히 일부만 본인 몫이었다.

어설픈 위로나 격려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에만 집중했다. 슬픈 일이지만, 이렇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간 일들을 허겁지겁 말하는 후배를 보며 아프고 미안했다. 그렇게 한참을 들었다.

우리, 절대 고생만으로 끝내지 말자. 지금의 결핍은 인생의 자산이다. 아니, 훈장이다. 나는 확신한다. 나 역시 그렇게 이십 대를 살아왔다. 흔들리고 위태로웠지만, 여기까지 왔다. 정답은 본인 몫이다. 얼마나 뜨거운 질문을 나에게 할 수 있는가. 묻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다. 시간이 걸릴 뿐이니까. 어떻게든 해보자. 혼자 하는 일이지만, 우린 사람이다. 함께 아프고, 손 붙잡고 가보자. 그렇게 말했다.

문득 퇴근하던 길에 봤던 강연 내용이 떠올랐다. 강연자는 카피라이터 정철. 그는 주변 모든 일을 집중해서 관찰하고, 분석하고,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예를 들었는데 인상 깊은 부분은 두 가지였다. ‘(,) 쉼표’와 ‘땀과 침’이었다. 그것들을 관찰하고, 각 성질을 분석하고, 이야기로 확대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쉼표>

쉼표는 숫자 9를 닮았다. 1에서 9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면 10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쉬어가라는 뜻이다. 9에서도 쉬어 주지 않고 10, 11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사람은 12는 구경도 못 하고 지쳐 주저앉고 만다. 쉼표에 인색하지 마라.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사람만이 마침표까지 찍을 수 있다.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침에는 소금기가 없다.나와 후배는 동일한 지점에서 울림이 같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함께. 늦은 밤, 우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와 후배는 동일한 지점에서 울림이 같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함께. 늦은 밤, 우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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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이야기 러프 春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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