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간 춘프카> 발행인 춘프카 입니다. 이번 주 레터는 가까운 글벗을 소개하는 날입니다. 연재 기간 동안 두 분을 소개할 예정인데요.
오늘은 첫 번째로 '웃는 얼굴'이란 작가님의 글을 전합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 나쁘지 않은 예민과 진지함을 무장한 사람, 사랑과 인생에 대해 스스로 자주 속삭이는 사람, 제가 알고 있는 '웃는 얼굴'님은 그런 사람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기를 바라며, 작가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2021.10.15. 춘프카 드림
⌜ 나는 지금의 일상을 사랑하고 있는가. ⌟
글 : 웃는 얼굴
‘사랑’이라는 주제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일반적이지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나’는 쓸 수 없는 내용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방향을 튼 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 일상에 대한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두 번째 뜻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다. 나는 지금 나의 일상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최근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내가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부족한 내 글 솜씨 때문일까.))
보통 이런 상황에서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 요즘 말하는 번아웃일 수도 있고, 그저 지금 상황을 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한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솔직히 둘 중에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한 가지. 내게 나의 일상생활이 버겁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하고는 싶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 그런 상황. ‘과연 나는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을 사랑하는가, 사랑하고 있는가.’ 하고 의문이 드는 요즘, 더욱 나를 돌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나의 일상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첫 번째 이유는 실패하는 상황들을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떠올릴 때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겠지?’ ‘아... 이거 무조건 안 될 텐데...’ 등등 어떤 일을 앞두고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고 만다. 그러면 나는 한없이 나의 자신감과 함께 바닥을 기고 만다. 그러면 내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도, 나 자신도 사랑할 수 없어진다. 그 순간,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내 일을 나의 일로 여기지 않고 주변의 책임으로 돌릴 때이다. ‘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왜 나한테 이것까지 하라고 하는 거야. 내가 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다 누구누구 때문이야.’ 얼핏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맞는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내가 나의 일상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 일을 못하는 건 다 나를 도와주지 않는 주변 환경 탓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외면한 탓이다. 그 순간, 모든 일상 앞에서 나는 도망쳐버리고 만다.
세 번째는 연속적인 실패로 인해 겪는 두려움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력감의 폭풍에 휩싸여 더 이상은 어떠한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빠진다. 내가 정말 쓸모없는, 무능력한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일상이 두렵고, 미워진다. 끊이지 않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나를 놔주지 않는다. 끝없는 한숨 속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이유와 상황 속에 나는 내 일상을 사랑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현실에 무릎 꿇고 있을 수만은 없어 다시 한번 발버둥을 쳐 본다. 먼저, 상상한다. 내가 나의 일상 속에서 하나씩 해내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때, 되도록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상상이라면 더욱 좋다. 바로 그 모습 그대로를 현실로 꺼내올 수 있도록 말이다. 다시 부정적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누구보다도 즐겁게 웃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라면 충분하다.
다음으로 나의 일상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기에 하지 않은 건 결국 누구의 탓도 아닌 내가 하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내가 해 주기를 기다린다는 사실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나의 일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앞서 말한 두 가지가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확인시켜주면 된다. 먼저 가장 작은 목표를 설정한다. 무엇이라도 좋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한 페이지 읽겠다든지, 아침에 눈을 떠서 스트레칭을 하겠다든지. 되도록 쉬운 일일수록 좋다. 일단 꾸준히 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해보고 꾸준히 하고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간다면, 그리고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고 나중에는 ‘일단 한 번 해 보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내 마음에 있는 한계의 벽을 부수어 나간다면 어느 순간 앞을 향해 나아가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내게 아직 나의 일상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나의 일상을 조금씩 조금씩 사랑해 나갈 것이다. 어느 순간 나의 일상을 온전히 사랑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조심스레 한 걸음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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