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이제 저물어갑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뉴스레터는 2025년 1월 4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2025년 12월 19일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의 인터뷰까지 350일 동안 30개의 뉴스레터로 이어졌고, 286분의 구독자께서 새로 합류해주셨습니다.
구독자분들께 정말 의미있는 인터뷰만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발행 횟수는 주간 테크놀로지 리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항상 좋은 인사이트를 접하면 먼저 뉴스레터로 소개드리고 싶은 생각에 한달에 한번이라도 꾸준히 발행을 이어왔고, 이것을 예쁘게 보셨는지 출판 제의를 받고 책도 한권 낼 수 있었습니다.
책이 나오다보니, 북토크라는 것도 하게 되서 평소에 뵙기 힘들었던 많은 분들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개인적인 챌린지로 시작한 이 뉴스레터를 끊기지 않고 1년 넘게 지속해온 것과 이렇게 책까지 나와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서 정말 의미가 남다릅니다. 너무나 즐거운 여정이었고, 내년에도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그동안 발행된 30건의 뉴스레터를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뉴스레터 Top 5를 기준으로 리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 AI 생태계의 USB-C를 만들다: Anthropic 엔지니어의 MCP 개발 이야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조회수가 많이 나온 뉴스레터였습니다. CEO들의 미래 비전이 담긴 뉴스레터가 아니었는데 MCP(Model Context Protocol)가 그만큼 올해 굉장히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는 MCP가 회자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이제 일반화가 되었다는 뜻이겠죠.
- MCP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USB-C와 같은 표준 커넥터입니다. 다양한 외부 도구와 데이터 소스를 하나의 프로토콜로 연결할 수 있게 해줍니다.
- MCP 덕분에 AI 개발에서 "분업"이 가능해졌습니다. Tool 정의는 MCP Server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 로직은 앱 개발자가 각자 전문화할 수 있습니다.
- MCP Server는 30분 만에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이미 Figma, Blender 등 다양한 전문 MCP Server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Anthropic에서 시작했지만 오픈 프로젝트로 발전 중입니다. Microsoft, JetBrains 등 다양한 회사들이 SDK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 Microsoft CEO 사티아 나델라가 말하는 진정한 리더십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인터뷰였습니다. 인도에서 학부까지 나온 이민 1세 출신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수장이 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좋은 선택을 하기만 한다면, 인생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석사를 밟기로 한 결정,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는 결정, 클라우드에 베팅하는 결정, OpenAI에 베팅하는 결정 등 그는 인생의 많은 고비에서 좋은 판단을 연달아 내렸고, 그 핵심은 "어떤 게임이 진짜 중요한지 알아채는 능력"이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 플랫폼이 승리합니다. 나델라가 Sun에서 Microsoft로 이직한 이유는 풀스택 시스템보다 외부 개발자와 협업하는 생태계가 미래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 진정한 리더십은 후계자의 성공으로 측정됩니다. 자신이 떠난 후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 아무것도 구축하지 않은 것이며, 4대, 5대 CEO의 성공이 자신의 진짜 성적표라고 말했습니다.
- AI 시스템은 아직 "완전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AI 전용 인프라 재설계와 클라우드-엣지 간 모델 분할 기술이 다음 혁신의 핵심입니다.
- 노력의 양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게임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게임이 진짜 중요한지 알아채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3. 이제 학교엔 AI 튜터가 있다. 알파스쿨 이야기
이 뉴스레터도 개인적으로 아주 반가웠던 인터뷰였습니다. 알파스쿨의 존재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CEO가 직접 출연해서 창업스토리를 알려주니 한결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교육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뉴스레터는 반응이 좋을 것을 예상했었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국에도 곧 분교가 생긴다고 합니다.
- AI 튜터로 하루 2시간 학습만으로 상위 1% 성취가 가능합니다.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PD) 원리를 적용해 각 학생에게 80-85% 정확도를 유지하는 맞춤형 문제를 제공합니다.
- 높은 기준이 오히려 행복을 만듭니다. 학생의 96%가 "학교를 사랑한다"고 답하며, 40-60%는 방학보다 학교가 좋다고 응답합니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경험이 자신감과 회복탄력성을 키웁니다.
- 교사의 역할이 재정의됩니다. AI가 개인화된 학습을 담당하므로,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동기부여자이자 정서적 지원자(가이드)로 변화합니다.
- 10억 명의 아이들에게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Time Back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2시간 학습 모델 기반의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로 교육을 민주화합니다.
4. Anthropic 공동 창업자들이 말하는 Anthropic 창업 스토리
아주 흥미로운 인터뷰였습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찐"으로 통하는 Anthropic의 창업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과 팀 케미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도 탑티어로 꼽히는 Anthropic은 어떻게 "안전한 AI"에 집중하면서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 "안전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AI"가 가능함을 증명하기 위해 창업했습니다. 비영리 연구소 대신 충분한 자본을 갖춘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확장의 법칙 시대에 업계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자본이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 RSP(책임있는 확장 정책)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를 안전이라는 가치에 정렬시키는 도구입니다. AI Safety Level(ASL) 기준을 통해 모델 능력이 높아질수록 더 강력한 안전장치를 적용합니다.
- 안전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시장에서 선택받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많은 고객이 Claude가 더 안전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 해석가능성 연구는 궁극적으로 인간 두뇌 이해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인공신경망 내부를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아름다운 구조가 있으며, 이 연구가 조현병, 우울증 치료에도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OpenAI Deep Research팀이 말하는 강화학습이 AI Agent의 미래인 이유
혁신의 산실, OpenAI의 인터뷰도 Top 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Deep Research 계열의 에이전트가 나온 게 불과 9개월 전이었군요. Perplexity가 먼저 시작한 "웹을 검색하는 에이전트"를 곧바로 따라잡은 OpenAI의 개발 후기와 앞으로 주목하는 연구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긴 인터뷰였습니다.
- End-to-End 강화학습이 AI 에이전트의 미래입니다. 인간이 작업 흐름을 정의하는 전통적인 Workflow 방식은 빠르게 한계에 부딪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직접 최적화하도록 훈련된 모델은 훨씬 강력합니다.
- "최적화하는 대상을 얻게 된다"가 기계학습의 핵심 교훈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코드를 작성해서 모델보다 더 똑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델이 인간보다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어냅니다.
- 2025년은 에이전트의 해입니다. 언어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에 사전 훈련되어 강력해졌기 때문에, 보상 함수를 정의할 수 있는 모든 사용 사례에 강화학습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시기입니다.
- 데이터 품질이 모델 품질을 결정합니다. Deep Research 개발에서 가장 큰 기술적 도전은 고품질 데이터셋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리뷰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Top 5 중에 2개가 Anthropic 관련 인터뷰였네요. 저 역시 Claude를 Max플랜까지 결제해서 쓰는 사용자라 Claude의 개발 방향과 품질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OpenAI에 비해 많이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 "찐"으로 인정받고 있는 Anthropic이 올해 그 존재감을 더욱 드러낸 한해가 되었던 것 같구요,
2025년은 연초부터 "에이전트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실제로 굉장히 많은 에이전트들이 실전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일자리들이 AI로 인해 대체되기 시작한 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기법에서도 일찌기 사티야 나델라가 이야기했던 "스테이트풀(Stateful)", 즉 사용자의 상태(이전 대화기록, 구매이력 등)를 기억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2026년에는 이 트렌드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Gemini 3.0과 GPT-5.2가 출시되어 경쟁을 이어나갔고, 그동안 잠잠했던 국내 시장에서도 이제 대고객 AI 서비스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인 레벨에서는 "노력의 양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어떤 게임이 진짜 중요한지 알아채는 능력이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연말이라 조회수가 높지는 않았지만, 업계의 두 천재 일리야 수츠케버와 데미스 하사비스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현재의 방법론으로 인한 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을 인정했으며, 앞으로의 도전과제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AI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세상에 나왔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빠르게 학습하는" AI로의 발전 방향이 잡혀나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끝으로 OpenAI DevDay 2025에서의 인사이트도 중요했습니다. DevDay에서 시연된 Apps 기능은 사용자가 "여행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에이전트가 검색, 비교, 결제까지 완료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습니다. Stripe가 준비해온 에이전틱 커머스 인프라가 본격 가동되면서, 인간이 클릭하지 않는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적합한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도 예상됩니다. 이미 메타 글라스나 구글의 안경형 디바이스들이 시장에서 실험되고 있습니다. 어떤 인터페이스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쪼록 뉴스레터를 접하시는 분들께서도 많은 인사이트가 전달되었기를 바라고요, 2026년 새해에도 더 흥미롭고 인사이트가 가득한 뉴스레터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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