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또 찾아온 오수경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책모임은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소소한 질문으로 시작하는데요. 며칠 전 모임에서는 이런 질문을 해봤어요.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떤 일이 나를 가장 흔들었나요?” 어떤 분은 최근 본 영화 이야기를 해주셨고, 누군가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에 분노한 일을 이야기해 주셨죠.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지만, 요새는 나를 흔들게 하는 일이 없는, 무사한 일상을 살길 바라게 됩니다. 다들, 무사하신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성민 님은 ‘웃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성민 님이 참여하는 책모임 때마다 성민 님 얼굴을 보면 어쩐지 안심이 되곤 했어요. 조금 ‘덜 흔들리는’ 사람 같달까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저 ‘시몬스 침대’ 같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하고요. 성민 님의 이야기를 보며 침대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과학’적 실패와 도전의 결과이듯, 성민 님의 편안함도 무수한 경험을 통해 갱신되고 형성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게 제 마음을 기분 좋게 흔들더라고요. 저와 함께 속 깊은 웃상, 성민 님의 이야기를 주목하며 (긍정적으로) 흔들려 볼까요?
수경 (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성민 (성) : 안녕하세요. 정성민입니다. 30대 남성 싱글이고요. 청소년 상담복지와 교육 영역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주로 청소년 대상의) 성교육과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8년 정도 주 40시간 직장인으로 살다가 올해 초에 퇴직해서 (오랜만에) 여유 있는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수 : 우와, 부럽습니다! ‘여유 있는 삶’은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요?
성 : 일단 ‘닌텐도 스위치’를 당근에서 구매한 다음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열심히 했고요. ㅎㅎㅎ 곁에 있는 이들과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거나 바쁠 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글을 읽고 교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성경 읽기나 소박한 기도회 모임을 제안하고 운영해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막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무척 좋습니다.
수 : 성민 님은 저희 모임에서 종종 뵈었지만, 사실 성민 님에 관해 개인적으로 아는 게 많이 없네요. 성민 님을 잘 표현할 단어 세 가지만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이유도 함께요!
성 : 우선 ‘시골 교회집 큰아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강원도 영월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고 부모님 직업상 집이 교회였습니다. 또래가 없이 열 명 미만의 60대 이상의 어른들만 교회의 구성원이었죠. 큰아들인 데다 ‘어른스럽다’를 칭찬으로 알던 어린이라서 이쁨을 정말 많이 받았지만 돌아보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희생과 헌신의 포지션이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는 성향을 띄게 되었어요. 의도치 않게 고향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지방, 인구 소멸의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고요.
그다음으로는 ‘민주적 공동체주의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단어가 굉장히 거창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배경 때문에 교회의 또래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그걸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아리에서 해결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중창을 했고 대학에서는 워십댄스를 했었는데 둘 다 친구나 선배의 (강한) 권유로 들어가서 (실력과는 상관없이)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래와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도 즐거웠지만 둘 다 자체적으로 중창 발표제나 단기선교 같은 과제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율성이 꽤 강한 곳이었거든요. 흔히 말하는 ‘간사’ 포지션이 없는 곳이고, 누군가 열심히 하면 간사 느낌으로 대우해 주는 그런 곳? 어쩌면 제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회의 시스템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 도전하고 시도해 보는 것에 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경험은 지금 만나는 어린이, 청소년에게도 가장 나눠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경험하고 반성해 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잘 허락되지 않지만요.
마지막으로는 ‘오지라퍼’인데요. ㅎㅎㅎ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이 커 보이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네요. 1시간 정도 되는 저녁 뉴스를 보면 모든 클립에서 관심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도 많고 판다 가족부터 전자기기에까지 흥미가 닿으면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찾아보는 편입니다. 이것이 남을 도와주고 거기에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성향과 시너지를 일으켰죠. 왜 회사에 한 명씩 있는 컴퓨터나 무언가가 잘 안 되면 도움을 요청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 편한 캐릭터요. ㅎㅎㅎ 덕분에 에너지가 넘칠 때 벌여놓은 것들이 에너지가 떨어지고 나서 잘 감당이 안 되고 고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수 : 저도 사무실에서 캐릭터가 ‘까칠한 오지라퍼’인데 성민 님은 ‘친절한 오지라퍼’ 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성민 님이 성교육 강사라고 소개할 때 놀랐어요. 저에게 성교육 강사=여성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성 : 처음부터 성교육 강사를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대학 때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우연찮은 기회로 영월에서 청소년 상담사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제 경험상) 인구가 적을수록 상담이나 복지 영역에서 여성들이 훨씬 많은데요. 젊은 남성 상담자인 저에게 맡겨지는 상담이나 교육은 성폭력 가해 또는 행위자로 의뢰된 경우가 꽤 있었어요. 거기가 출발점이었던 것 같네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에 대한 교육이 부실한데 남자 어린이, 청소년의 집단 문화는 제가 학창 시절 경험했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죠.
한창 일하는 중에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과 미투(Me Too) 운동, 여성혐오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여성 지인들의 고백(밤길에 대한 두려움이나 화장실 문제 등)을 접하면서 교차했던 감정들도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놀랍고 당황스럽고 부끄럽고… 우선 여성들이 억눌려있던 분노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상담을 조금이나마 배웠던 사람으로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어요. 화날 때 충분히 화를 내고 슬퍼할 때 마음껏 슬퍼한 다음에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주제넘지 않냐는 고민을 하지만) 그다음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끝없는 평행선 같지만, 그 어딘가에서 사람과 사람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다뤄 가보는 경험과 그것을 위해 노력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요. 물론 제가 갈등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성향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네요.
수 : 그런 ‘위치’와 ‘성향’이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한계점으로 작용하기도 했겠어요.
성 : 솔직한 마음으로 성교육과 상담 영역을 다루는 남성이 적다는 업계(?) 상황이 오히려 (제가 그걸)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가 잘 경험하지 못했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부족해 보이는 괜찮은 남자 어른 모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물론 젊은 남성 성교육자/상담자에 대한 특별대우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를테면 남자 어린이, 청소년 집단이나 성폭력 행위자/가해자를 대상으로 할 때 젊은 남성 성교육자/상담자라고 하면 양육자나 참여자의 반응이 더 긍정적인 경우가 분명히 있어요. 물론 이조차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씁쓸한 부분이고 제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할 지점이겠죠.
수 : 그래도 보통사람들(?)보다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성 : 개인적으로 어떤 임계점(?)을 넘었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해요. 베스트셀러나 흥행하는 영화부터 인터넷 방송이나 웹소설까지 일단 ‘찍먹’ 해보는 편인데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한숨 쉬고 나오는 일들이 많습니다. 오랜 시간 제 몸과 마음에 배어있는 ‘한국 사회 남성적인 문화’와 근래에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경계선이 충돌할 때가 많은데 가끔은 눈을 감기도 하고, 때로는 그 갈등 안에서 제 직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을 찾기도 하죠. 결국 불편함을 피할 순 없고 그것을 어떻게 감수하도록 설득할 것인가가 제가 직업상으로 잘 풀어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을 해요.
솔직히 제가 감각이 남다르다고 할 순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둔하고, 배울 게 많아요. 다만 그 시행착오의 경험을 잘 정리해서 공유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수 : ‘시행착오’라는 말이 귀에 콕 박히네요. 사실 타인을 향한 감각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되는 것일 테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시행착오의 경험은 뭘까요?
성 :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대학생 시절 여성 후배에게 잘 꾸밀 필요에 대해 역설했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정작 제가 꾸밈에 대해 정말 무지한 사람인데 말이죠. 꽤 시간이 지나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아찔했고, 지금도 누군가에게 조언하거나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제동을 걸어주는 기억입니다. 물론 지금도 때로 신나게 말하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많지만요.
수 : 성민 님의 일상이 궁금한데요. 일상생활 중 성민 님이 꼭 지키는 ‘루틴’이 있나요?
성 : 요즘 가장 확실히 지키는 건 역시 ‘달리기’인 것 같네요. (인터뷰하는 주간에 생애 처음으로 30분간 쉼 없이 달리기 성공했습니다!)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긴 이후에 계속 장거리 출퇴근을 하다 보니 (편도 1시간 30분 정도) 생활 습관이 다 무너져서 좋은 습관(루틴)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여러 SNS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려고 하는 부분도 있겠네요.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되도록 다양한 의견을 접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너무 내 주관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지만 연결 사회에서 가장 좋은 유익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익명 트위터의 짧은 단문이나 페이스북의 글을 통해 생각이 완전히 전환된 경험들이 저에게는 크게 남아있습니다.
수 : 보통 SNS 사용을 인생의 낭비라고 여기곤 하는데 반대의 경험을 하셨네요? 그렇다면 SNS 말고 ㅎㅎㅎ 최근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을 하나 꼽자면 무엇인가요?
성 :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유년부 캠프’의 선생님으로 참여했던 거요. 아주 오랜만에 교회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손을 잡고 함께 동굴을 돌아다녔던 일이 기억나네요. 광산을 체험형 동굴로 만들어서 어린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로봇부터 물고기까지)을 다 몰아놓은 종합 백화점 같은 곳이었는데요. 저와 짝을 맺은 1학년 친구의 속도에 맞춰 걸으면서 그 친구 관심 가는 대로 가보고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반응하는,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밀감이 커지는 기분과 즐거운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재밌었다’고 표현해 줘서 보람도 있었네요.
수 : 역시 성민 님은 ‘친절한 오지라퍼’ 시군요. 교회 이야기가 나온 김에… 기독교 계열 대학교를 졸업하셨는데요. 성민 님의 신앙 여정이 궁금해요.
성 : 아주 작은 시골 교회에서의 삶으로부터 신앙생활이라는 형태는 갖고 있었지만, 알맹이가 있던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개신교 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땐 열정과 열심은 커졌지만, 그와 비례하는 허무함도 함께 있었죠. 결과로만 본다면 한 번도 자립하지 못한 부모님의 목회는 실패에 가까웠고 말씀 구절을 찾는 것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할 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듣기도 어려웠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신앙의 형태도 분명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20대 초반의 저에게는 도대체 그래서 우리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은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질문이 무척 중요했어요. 청어람과 여러 좋은 인연들을 통해 톰 라이트와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를 만난 게 저에겐 무척 큰 영향을 줬습니다. 적어도 신앙을 가진 삶으로 현실을 살아갈 어떤 의미가 생겼으니까요. 대학 마지막 시절에는 톰 라이트 책을 비롯하여 당시 유행하던 책들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죠(물론 그 부작용으로 비합리적이라고 느껴지는 설교나 종교적 이야기들을 참지 못하는 지병(?)도 생겼지만요).
제가 다닌 대학교는 꽤 보수적인 신앙적 세계관을 가진 학교였는데요. 굳이 표현하자면 ‘창조과학의 본산’이자 인권위원회 감사를 신앙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하던 곳이라고 해야겠네요. 게다가 부모님도 흔히 말하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분들이라 지금은 매우 부끄럽지만, 저도 창조과학에 심취했었고, 성차별적이거나 호모포빅 한 발언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내뱉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질문하고 고민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 좋은 교수님들이 계셨고, 청어람과 SNS를 통해서 스며들듯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경험을 하고 있고 지금도 경험 중이에요. 어머니께서 옆 마을의 사모님께 ‘대학교 젊은 교수들이 애를 배렸다’고 하셨을 정도로 변화한 것이죠.
수 : 놀라운 변화네요. 그런 경험이 성민 님의 현재 신앙에도 영향을 미치겠군요.
성 :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저는 잘 포기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는 언어와 표현, 행동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제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고요. 물론 한계는 여전하고 어렵지만, 제가 변화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평화를 이루어가는 자’에 대한 말씀이 저에겐 중요한 푯대이고 갈등을 넘어서 그다음으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리고 한편으로 여전히 한국의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싶어요. ‘민주적 공동체주의자’라고 저를 표현했는데, 저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어린이, 청소년에게 자율성을 갖고 무언가를 결정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아서(은혜로?) 저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생각이 달라도 제 삶을 존중해 주시는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돈과 경쟁의 우상을 맹신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신앙’은 질문을 던지고, 감춰진 사람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동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난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교회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안전하게 자기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청어람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런 일을 계속 시도하고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수 : 그렇다면 성민 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성 : 제 신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한 신의 프로젝트에 함께 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부터 교회와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았다 보니 너무 믿음과 신앙이 제 삶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것도 있지만 저는 사람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선한 신의 존재와 그 신실함을 믿기에 저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 :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만 꼽아주세요(이유도 함께요).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문예출판사)
<질 좋은 책> (위즈덤하우스)
세 권이지만 분야로 나눠서 한 권 더 해도 될까요? ㅎㅎㅎ 위 두 책은 제가 성교육을 할 때마다 다시 한번 들춰보고 참고하는 성교육 책들입니다. 각각 남성과 여성에 초점을 좀 더 맞추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젠더적으로 쉽게 나누어 생각하는 지점들을 두루 챙겨볼 수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어른들도 충분히 한 번쯤 정독할 가치가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학교나 교회에서 어린이, 청소년들과 이런 책들을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다면 ‘성’과 관련된 한국 사회의 한계를 좀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날은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라는 마음도 드네요.
<거룩한 회복탄력성 - 트라우마로 읽는 성경> (감은사)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이 책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우선 ‘트라우마’가 상담을 하는 제 직업과도 연관이 있는데 유대교와 기독교 맥락의 중요한 맥락을 고통과 시련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이스라엘 민족과 초기 교회의 노력으로 해석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힘센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과 좌절, 암담함 속에서 헤쳐 나가려는 끝없는 힘겨룸 속에 있고 그 사실이 지금 우리의 신앙에도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트라우마 속에 갇혀 고통받는 이들이 거기에 머물지 않도록 돕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신앙의 양태를 계속 점검하고 되돌아봐야겠지요.
<위국일기> (대원씨아이)
이 책은 일본 작가의 만화책인데요. 최근 11권으로 완결되었고 번역본으로도 출간이 되었어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은 여자 청소년(조카)을 여러 갈등으로 가족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소설가 이모가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나 충동적으로 맡게 되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위국(違国)’은 어긋날 위(違) 자를 사용해서 어긋난, 그러니까 전혀 다른 세계와 경험에서 산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어요. 자극적으로 풀 수 있는 소재들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뤄가면서 두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따라가는 경험이 매우 좋았기에 추천합니다(아직 아쉬워서 마지막 권을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네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데… 성민 님이 ‘딥페이크’ 사태에 관한 생각을 보내주셨어요. “불필요한 사족일까, 일만 괜한 늘려서 수고를 만드는 게 아닐까 염려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지요. 정말 필요한 생각이기에 메일링 내용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공유드립니다.
지난 호에 보내주신 답장을 소개드릴게요!
- 얼마 전 스쿠르테이프의 편지를 곳 후배에게 소개받았습니다. 메일을 열어 보니 딱!! 보입니다. 남은 8월 동안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홋! 찌찌뽕^^ 뜻깊은 독서였길 기대합니다.
- 청어람에서 읽는 책들은 늘 눈여겨 보게 됩니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번에 추천해 주신 책들도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볼께요. : ) 중간에 "책의 순서는 작성자의 의도와 관계 있다"고 하셨는데... 의도를 캐치하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 못찾으니 더 궁금해지네요. 😂 →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요. 별 의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낚이셨…
- 4호 잘 읽었습니다. 추천해주신 책 중에 제가 읽었던 책이 나오니 더 반가웠고, '읽기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뿌듯함도 밀려오네요^^ 아직 읽어보지 못한 다른 책들도 리스트에 올려두고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지난 호에 유미 님 인터뷰도 재밌게 잘 읽었는데 다음 호에 어떤 분이 등장하실지도 기대가 되네요^^ 다음호에서 또 뵈어요^^ → 또 만나서 반가우시죠? ^^ 저희도 반갑습니다!
다음 호에는 책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동네 도서관만 가면 책을 열 몇 권씩 빌려와 어깨 아프다고 투덜대는 신간 모니터요원이 어떤 책을 가지고 올지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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