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수경입니다. 온갖 ‘따뜻한 말’로 일상을 채우고 싶은 요즘이네요. 독자님은 어떻게 이 겨울을 보내고 있나요? 청어람 사무실은 드디어 오방난로를 개시했어요. 11월에 난로를 켜기에는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다며 버텼지만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자존심 따위…… 😢 올해의 마지막 ‘인터뷰’를 준비하며 누굴 인터뷰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애독하는 뉴스레터 편집자인 민호 님을 떠올리게 되었어요(정말 신기하게도 자가다 번쩍 떠오름). 저희가 뉴스레터 보내는 마음을, 민호 님을 통해 독자님께 두둥실 실어 보내고 싶은 ‘계산’이 깔려 있었지요. 그런데 제 얄팍한 계산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인터뷰였어요. 민호 님의 낭만 넘치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수경(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민호(민) : 안녕하세요. 개신교 월간지 <복음과상황>(줄여서 ‘복상’)에서 일하고 있는 정민호입니다. ‘복상’에서 주로 인터뷰를 맡아서 하고 있고요. 5년 넘게 일했는데도 여전히 사무실에서 ‘가장 어린 직원’을 맡고 있습니다.
수 : 연차 높은 막내시군요. ^^ 인터뷰를 담당하신다니 저의 선배님이시기도 하네요. 많고 많은 직업 중 왜 ‘기자’가 되었으며 여러 곳 중 왜 ‘복상’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민 :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자신만의 시선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죠. 특히 역사에 기록될 현장에 가 있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글이나 영상으로 사람들의 관심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그렇게 살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복상’이 그저 제가 기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일하다 보니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기록하는 일이 제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수 : 직업적 만족도가 높아 보이네요. ‘복상’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나 상황, 혹은 사건은 뭔가요?
민 : 가까운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복상’에 실린 글들이 자기한테 어려운데, 네 덕에 눈높이에 맞는 글을 볼 수 있게 됐다고요. 이 말을 듣고 제 역할을 찾은 것 같았어요.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할 때가 있잖아요. 저도 모호한 종교 언어를 사용할 때가 많은데요. 교인들이 비기독교인과도 대화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신앙의 언어들을 하나씩 정리해 내고 바르게 쓰이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꽤 거창하네요. 그리고 얼마 전 형님(제 애인의 오빠)가 이런 걸 물어봤어요. 그분은 평생 교회를 다닌 분인데, 교회가 사회의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러더니 ‘복상’ 최신호를 읽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교인으로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할 때, 그 고민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수 : 멋진 기자이기도 하면서 좋은 그리스도인이기도 하네요. 민호 님에게 신앙은 무엇이며, 어떤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은가요?
민 : 제게 신앙은 하나님과의 사적인 관계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논리적이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믿음이 되잖아요. 기적의 논리로 생겨난 신념 체계랄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그런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 같죠. 저는 그렇게 모두를 존중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어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들 앞에서 진지할 줄 아는.
수 : 민호 님과 인터뷰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이유는 올해 초부터 시작한 ‘복상’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서사의 서사’ 때문이에요. ‘뉴스레터를 보내는 사람’으로서 ‘뉴스레터 보내는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었달까요? 작년 12월에 0호가 발행되었으니 이제 꼭 1년이 되었네요. 우선 1주년 축하드려요. 현재 마음은 어떠신가요?
민 : 1년 동안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휴간 없이 이어온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죠. ‘서사의 서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 강동석 기자님, 일러스트 이예은 작가님, 필자 정다운 선생님, 이하나 선생님, 박명준 대표님, 이범진 편집장님께 감사하고요. 매주 발송하는 데만 급급했는데 1년 가까이 이어온 것이 신기합니다. 매번 메일을 클릭해서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요. 40개가 넘는 소소한 이야기가 어딘가에 쌓였다는 걸 생각하면 뿌듯해요.
수 : 수상 소감 같고 좋네요. ^^ 저도 ‘서사의 서사’ 애독자예요. 몇 년 전부터 뉴스레터가 많아지기 시작했죠. 저도 구독하는 뉴스레터가 많은데요. 이 많고 많은 뉴스레터 세계에 또 하나의 뉴스레터를 더하기 위해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왜 뉴스레터를 시작하셨나요?
민 : 사실 뉴스레터를 떠올리기 전에 주변에서 명확한 요청이 있었어요. 기독교책을 만드는 출판인들이 책을 가지고 떠들 수 있는 공간과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웹진을 만들자는 얘기를 했는데 그건 너무 무거워 보였어요. ‘복상’은 이미 지면에서 책 소개를 꾸준히 하고 있었고, 온라인 기사로도 노출되고 있었거든요. 웹진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뉴스레터가 좋을 것 같았죠.
제가 출석하는 교회는 매주 여러 편의 글이 실리는 주보를 발행해요. 그걸 보면서 매주 뭔가를 발행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알게 됐죠. 읽는 사람들이 자주 메일을 열어보면서 친밀감을 가지면 좋겠다 싶어서 매주 발행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월간으로 내보낼 계획도 있었는데요. 정다운 선생님이 처음으로 보내주신 글을 보고, 네 명의 필자를 구하면 한 달에 네 번, 주간 발행이 가능하겠다는 ‘각’이 나왔습니다.
수 : 감이 좋으시네요. 저에게는 ‘서사의 서사’라는 이름이 참 인상 깊었어요. 책의 겉면뿐만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느낌도 들고, 책에 관한 서사를 여러 갈래로 파생시키고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도 들고요. 이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민 :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 때면 좋은 이름을 떠올리게 해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며칠 고민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꼭 마음에 드는 이름이 떠오르곤 해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여러 명이 집필하는 연재를 만들고 싶다고 고민하다가 ‘서사’(책)의 ‘서사’(이야기)라는 이름을 떠올렸죠(응답받았습니다). 이 제목을 들은 편집부 분들도 모두 마음에 들어 했고요. 그때부터 이 기획은 ‘서사의 서사’로 불렸어요.
수 : 앗! 예상치 못한 은혜로운 답변이군요. ^^ 현재 42호까지 발행되었는데요. 앞으로 어떤 ‘서사’를 더 쌓아가고 싶으신가요?
민 : 책과 관련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새로운 책은 계속 나오고, 책을 읽는 분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올해는 저를 포함해서 그런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요. 앞으로는 더 정돈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싣고 싶어요. 좀 더 지속적이고 통일된 시리즈 글들을 기획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아직 많은 분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필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독자들과 필자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해서 다양한 독자들을 필자로 초대하고 싶어요.
수 : 저도 고민이 되어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요즘에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민 : 누구에게나 과정이 있잖아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목표한 곳에 도달할지 모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공유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에서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에세이나 일상과 실천에 대한 글들이죠. 이런 것들이 제가 쓰거나 지면에 싣고 모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수 : 저도 뉴스레터를 만드는 입장이지만... 뉴스레터를 보내는 마음이랄까? 이런 게 궁금해요. SNS처럼 반응이 빠르게 오지도 않고, 종이 잡지처럼 물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끝나도 별로 아쉬울 것 같지 않은, 어쩌면 ‘정’이 없는 작업일 수도 있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뉴스레터를 매번 보내시나요?
민 : 얼마 전에 지인을 만났는데요. 1년 만에 만난 거였어요. 그런데 그분이 매주 뉴스레터를 받아보니까 엊그제 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뉴스레터를 통해서 얼굴을 본 것 같은 ‘정’이 오간 거죠. 뉴스레터를 보낼 때는 최대한 시답잖은, 소소한 이야기를 꺼내려해요. 인사말을 쓰고 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제 얼굴 일러스트와 이름을 누구한테 보여주기 부끄러워지는데요. ‘발송하기’ 버튼을 누를 땐, 이번만큼은 사람들이 많이 안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냅니다. 제가 사실 편지도 잘 쓰는 편이 아니거든요. 그런 놈이 무슨 뉴스레터를 하겠다고…
수 : 그러고 보니 종이 잡지라는 올드 미디어와 뉴스레터라는 뉴 미디어에 다 몸담고 계신 셈이네요. 글쓰기 방식이라든가, 독자의 반응이라든가 양쪽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나요?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그리고... 민호 님은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민 : 종이 잡지는 역사에 영원히 박제되는 느낌이 있어요. 제 사무실 뒷자리에 복상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꽂혀 있는데요. 오래된 과월호를 펼쳐 읽으면 재밌기도 한데, 뜬금없이 필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오래전에 쓴 글이 잊히길 바랄 수도 있는데, 저는 그 글을 다시 소환하고 기억해 내는 거니까요. 잡지는 역사성과 기록성이 강한 것 같아요. 전 세계 모든 곳에 전기가 끊기더라도 어딘가에 남아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는 아날로그 기록이잖아요.
반면, 뉴스레터는 보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때, 어떤 준비도, 부담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열어서 읽어보는 프라이빗한 시간과 공간이에요. 사적이고 내밀한 느낌, 일대일로 편지를 주고받는 듯한 감정이 강점이죠. ‘서사의 서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뉴스레터라는 형식에 대한 애정이 엄청 컸어요. 지금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종이 잡지 힘내라!
수 : 엇. 이 인터뷰도 박제……. ^^ 그러고 보니 저나 민호 님은 독자들에게 계속 편지를 쓰는 사람들인 거네요. 민호 님은 거의 모든 사진을 핸드폰으로 해결하는 시대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죠? 이 역시 ‘올드’와 ‘뉴’에 모두 걸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변화에 민감한 편이세요? 느린 편이세요?
민 :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영상 제작하는 걸 즐기던 시절엔, 자막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는 욕심과 요새 쓰는 말들을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고 살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이제 영상을 만든 지도 오래됐어요. 다시 자막 넣으려면, 요즘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말들을 또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점점 시대에 뒤처져가고 있나 봐요. 흑흑.
제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는 카메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 첨단으로 통하는 모델입니다. 여러 카메라를 갈아타다가 정착한 건데요. 작년에 이 모델이 찾는 분들이 많아서 구하기가 꽤 어려웠다고 합니다. 저는 이 카메라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유명해지기 전에 구입했고요. 한발 빨랐죠. 이것만큼은 제가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랍니다. 크크.
수 : 유행에 민감하게 느리신 걸로 정리하죠. ^^ ‘서사의 서사’ 0호를 ‘덕후’ 이야기로 시작하셨더랬어요. 그래서 하는 질문인데요. 무언가의 덕후가 되어 보신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민 : 저 예전에 ‘미디어몽구’라는 VJ형 1인 미디어, 영상 저널리스트 덕후였어요. 당시 그분이 웹사이트에 올려둔 영상이 1,000개 가까이 됐는데, 그걸 거의 다 봤고, 그분이 활동하시는 곳에 따라다니면서, 취재하는 걸 보고 배웠죠. 제게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신 분입니다. 이제 그분과 저는 가끔 어디선가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 저 프로야구 좋아해요. 중학생 시절부터 두산 베어스 팬이었으니까, 19년째 두산 팬이죠. 와, 내년이면 20년이네요. 내년엔 두산이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못 할 것 같지만.
수 : 인터뷰를 하다 보니 매우 정성스럽게 심드렁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안정적인 사람 같달까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민 : 의젓한 사람? 인생에서 크고 작은 위기가 닥칠 때, 의연하고 준비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극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랄까요. 그러려면 평소에 안정된 마음을 잘 가다듬고 정돈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 :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이슈나 주제는 있나요?
민 : 최근에 영화감독 장항준이 출연하는 콘텐츠를 모두 다 보고 있어요. 말을 너무 재밌게 잘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썰을 잘 푸는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챙겨보다가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시네마운틴’이라는, 지금은 마무리된 영화 팟캐스트 시리즈를 뒤늦게 정주행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고전 영화들도 챙겨보고, 요새 그렇게 지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수 : 약간 유치한 질문인데 ‘복상’ 기자와 ‘서사의 서사’ 담당자 중 하나만 하라고 한다면 뭘 선택하시겠어요?
민 : 한 달에 한 번 대규모 마감을 치르는 잡지 편집의 업무 강도와 주말마다 찾아오는 뭔가 숙제를 안 끝내고 놀러 다니는 것 같은 잦은 찝찝함과 압박감을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하, 뉴스레터 네 번의 고통을 합쳐도 월간지 마감 한 번의 스트레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네요. 하지만 보람은 과정 속 고통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이 단 한 번 뿐이라면 강렬한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더 큰 성취감을 선택해야겠죠. 제 선택은 <복음과상황>.
수 : 오, 이 인터뷰를 보고 씨익 미소 지을 편집장님 얼굴이 떠오르네요. 벌써 2025년을 코앞에 두고 있어요. 매년 이맘때면 올해의 OO을 선정하곤 하는데요. 민호 님의 ‘올해의 OO’을 알려주세요. 아무것이라도 좋습니다. 올해 민호 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민호 님을 흔들었던 것을 꼽아주세요.
민 : 올해 ‘무해함’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다른 존재에게 무해해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요. 무해하게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어요. 오, 주여…. 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미덕인지 묵상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올해의 미덕, 무해함!
수 : 무해함을 많이 생각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유해하다는 의미려나요? 그래서인지 ‘무해함’이 내년 트렌드 키워드에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또 내년 트렌드 키워드에 ‘아보하’라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인데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저 무탈한 ‘보통’의 하루여도 좋겠다고 생각한대요. 무해함과 아보하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도 드네요. 민호 님은 보통의 하루를 보내기 위해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 실천하는 게 있나요?
민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알고 보면 생각보다 더 유해하지 않을까요. 우린 모두 조금씩 미쳐있는 것일지도…. 저는 요새 대수롭지 않은 일에 킹 받아하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잘 안 돼요. 괜히 한두 마디 덧붙이고는 그날 밤에 후회하곤 해요. 아, 그리고 애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매일 하고 있어요. 가끔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날에는 말하기가 애매할 때도 있는데요. 일 년에 360일 정도 보통의 날에는 거르지 않고 한답니다. 내 진심을 어색해하지 않고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원래 제가 잘 못하던 건데 올해부터 시작한 거예요!
수 : 심드렁하게, 그러나 안정적으로 보통의 날을 살고 있을 2025년의 정민호에게 영상 편지... 아... 아니고, 짧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민 : 으윽. 이건 너무 어려운 것 같네요. 삼행시로 답하겠습니다. 정: 정신 차려라. 민: 민폐가 되지 말아라. 호: 호기를 잃지 말고.
수 : 내친김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요.
민 : 어떤 콘텐츠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현실을 재현하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여러 매체를 통해 담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 모두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틈’이나 ‘서사의 서사’는 책 이야기를 다루지만 결국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어서 만든 자리인 것 같아요. 독서와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도구겠죠.
더 많은 분과 자신의 고민과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틈’의 독자님들은 책도 좋아하시고, 우리 주변 기독교인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분들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뉴스레터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고요. 한 달에 두 번만 오는 게 아쉬우시다면 ‘서사의 서사’도 관심을….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주변에 알려주고 싶은 분들 있다면 많이 연결해 주셔도 좋겠고요.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함께 무언가 만들어가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수 :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만 꼽아주세요(이유도 함께요)
첫 번째는 《영생을 주는 소녀》(IVP). 완결된 웹툰이 1,2,3권 세트로 엮여서 출간되었는데, 이번 주에 재밌게 봤어요. 만화라서 쑥쑥 넘겨봤는데도 많은 질문과 고민이 남더라고요. 이 웹툰 재밌게 본 다른 분들 얘기도 들어보고 싶고요.
두 번째는 《빅 스토리 바이블》(성서유니온). 톰 라이트가 쓴 어린이 성경 묵상 책인데, 제가 유익하게 봤네요. 성경을 새로운 방법으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번 복상 12월호 지면에서도 ‘에디터가 고른 책’으로 추천한 책이에요!
그리고 인터뷰 답변하면서 생각난 책.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생각의 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긴 후로 달라진 것들, 사라진 것들이 무려 백 가지를 정리한 책이에요. 학교 다닐 때 그런 과제를 받았었는데, 미래를 그려보라는 공상 과학적인 숙제들 있잖아요. 그때 상상했던 미래가 현재 오늘이 된 것 같다는 생각? ‘뉴’와 ‘올드’ 중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첨단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때에만 흐르던 낭만이 있다고 외치는 2024년 보기 드문 레트로보이,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가 되려고요. 일주일에 한 번은 스마트폰 없앨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접니다.
지난 뉴스레터에는 놀랍게도!!! 소감을 보내주신 분이 없었어요. (갑자기 마음이 추워짐 ☃) 소감도 남겨주시고, 올해의 청어람에 관한 설문조사도 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다음 호는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이자, 신간모니터요원이 정성껏 준비한 ‘올해의 책’ 특집호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딱 기다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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