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한번잡솨봐

4호: 이 책 한번 잡솨봐 - 스테디셀러의 틈

2024.08.15 | 조회 1.1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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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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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요 며칠 SNS에서는 ‘800권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최근 유명세를 올리고 있는 한 저자가 1년에 800권의 책을 탐독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다른 어떤 유명인이 ‘다소 우려감'을 표하면서 촉발된 논쟁입니다. ‘진짜 사람이 1년에 800권을 읽을 수 있나?’하는 반응과 ‘그렇다고 책 읽는데 무슨 제한속도가 있는 거야?’하는 반응이 팽팽했지요. 마침 ‘틈' 마감을 앞두고 십수 권의 책을 쌓아놓고 뒤적이던 저는 '괜히 너무 많이 담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요.

이번에도 새로운 책과 오래된 책 13권을 골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물론 ‘이건 꼭 다 읽어야지'하는 부담 갖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에이 이걸 어떻게 다 챙겨봐'라고 제쳐버리지도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후루룩 읽으시고, 끌리는 책이 있다면 메모해 두시면 저희는 충분합니다. 이번호부터는 온라인 링크도 달았습니다. 이 메일이 좋은 책을 여러분께 연결해 드리는 작은 통로가 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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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번 잡솨봐 QNA - 스테디셀러의 틈

책이 필요한 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르기 힘드시죠? 청어람이 여러분의 북큐레이터가 되어 믿고 선택할만한 책을 권해드립니다. ‘이런 상황(혹은 이런 주제)에 대해 읽을만한 책은 무엇일까?’ 궁금하시면 언제든 질문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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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질문을 받고 보니 저도 베스트셀러에 오랜 시간 계속 고정되어 있는 책들은 ‘은근히 깔아보는' 시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이 고전이라고 하지만, 사실 ‘시장의 검증(?)’을 받은 책들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출판 편집자 설요한 님께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의 틈을 들여다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마 여기저기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만한 책들인데요, 요한 님의 소개를 읽으면 '아 이 책이 이런 책이구나'하는 새로운 면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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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존 버니언(번연) 지음, 다양한 판본이 있어 출판사를 특정하지 않음

<천로역정>을 흔히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 “2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책” 같은 표현으로 소개하곤 한다. 꽤나 인기를 끌어 왔다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근대 개항기에 처음 번역된 이래로(1895년 <텬로력뎡>)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하면서 꾸준하게 유통되었다. 복음주의 선교 역사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에서는 성경에 대한 문자적 이해를 중심으로 십자가, 회심, 성화 같은 구원 여정이 담긴 청교도 버니언의 서술에 담긴 정서에 공명하는 독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런 정서를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은 이 책을 마치 개인 구원론에 경도된 이원론적 혹은 내세 중심적 서술로 여길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을 개인주의적 신앙 일변도로 읽기에는 여기서 구사하는 알레고리가 독자의 내면 상태 혹은 독자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상황들과 연결되어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이 꽤나 풍부하다. 신앙서적으로 읽든 영미문학 고전으로 교양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읽든,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 S. 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홍성사 펴냄, 13,000원 / 전자책 9,100원

C. S. 루이스 하면 <순전한 기독교>나 <나니아 연대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텐데, 나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환자(인간)를 어떻게 적(하나님)에게서 떨어뜨려 놓을지 풍자를 잔뜩 담아 조언하는 선배 악마의 편지를 읽다 보면 때로는 피식거리기도, 때로는 그 피식거림이 자조 섞인 쓴웃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악마의 현실성은 논하고 해석할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의 여러 행동을 뒤틀어서 신앙의 본질을 비껴 나가게 하려는 악마의 계교를 서술한 내용은 꽤나 현실적이다. 악마는 환자가 적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환자가 기도를 통해 적에게 다가가려 하면 기도 행위에 담긴 심리를 왜곡해(혹은 왜곡된 심리를 강화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악마는 인간의 마음을 집요하게 헤집어 놓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자 애쓴다. 하나님에게 가까이 간다는 궁극적 목적을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 겉돌도록 한다. 신학적으로든 심리학적으로든 반추하게 하는 책. 얇아서 선물하기에도 좋다(루이스에 따르면, 원서도 그런 이유로 많이 팔렸다).

 

하나님의 뜻

제럴드 싯처 지음, 윤종석 옮김,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19,000원(개정3판 기준)

‘이 산이 아닌가벼.’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추구해 왔는데 내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면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많은 신앙인이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발견해 도달해야 할 미래의 일로 여긴다. 그렇게 미래에 집중하다 보니 과거를 후회하게 된다.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을 추구하는 것은 상황을 내가 전적으로 통제하려는 욕구가 발현된 결과다. 사실 하나님은 이미 말씀하셨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마 6:33, 34). 싯처는 날마다 여러 선택을 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인답게 충실하게 살아가는 현재에 바로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사고로 가족을 잃었다는 서사를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호소력과 설득력 있는 필치로 여러 사람에게 다가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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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두란노 펴냄, 18,000원 / 전자책 12,600원

이미 미국 뉴욕에서 교회를 크게 성장시키며 유명세를 쌓아 가던 그는 (원서 기준 2008년에) 당대 사회를 휩쓴 이슈였던 기독교 변증을 다룬 이 책을 출간하고서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이 책은 전반부에서 기독교에 대한 회의적 시선(배타성, 악, 심판, 과학, 성경의 신뢰성 등)에 응답하고, 후반부에서 기독교의 주요 주장(하나님의 존재, 도덕, 죄, 복음, 십자가, 부활, 영생)을 다룬다. 켈러의 입장은 대체로 전통적·보수적이지만(단, 과학에는 호의적이며, 이를 전통 신앙과 연결하고자 한다), 당대의 논의와 열린 태도로 대화하고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는 근거를 성실하게 제시하려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발휘한다. 로버트 벨라, 찰스 테일러 등의 영향으로 문화 분석의 깊이를 더하면서 변증의 접근법을 전환한 『답이 되는 기독교』(원서 2016년)와 함께 읽으면 21세기에 전통적 입장에서 제시하는 기독교 변증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안식

마르바 던 지음, 전의우 옮김, IVP 펴냄, 14,000원

매사를 일과 걱정으로 채워 나가며 멈추지 않고 애쓰는 사람의 인생은 겉으로 보이는 열정이나 화려함과는 달리 그 내면이 삭막할 것이다. 안식일은 모든 것을 멈추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마르바 던은 유대인의 안식일 전통을 빌어 기독교 공동체 및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지혜를 제시한다. 안식일 준수는 단순히 ‘지키는 일’, ‘교회 가는 일’이 아니다. 쉼이라는 하나님의 리듬을 우리의 내면에 새기는 일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리듬에 맞춰 쉼으로써 미래에 대한 소망을 품고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던은 현대 사회에서 안식일을 지킬 때 우리가 어떤 것을 멈추는지, 어떤 측면에서 쉬는지, 쉼을 통해 무엇을 받아들이는지, 그럼으로써 무엇을 누리는지 알려준다. 사실 2010년 이후로 던의 인지도는 사그라들고 있는데, 그와 상반되게 이 책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목적이 이끄는 삶

릭 워렌 지음, 고성삼 옮김, 디모데 펴냄, 13,000원

지금 소개하는 책 가운데 베스트셀러에 가장 어울릴 책일 것이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만큼 비판과 비난을 많이 받은 책이기도 하다. 그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대개 그가 목회하는 새들백교회가 메가처치이며 그가 세속화된 번영복음을 설파한다는 데 집중된다. 그런데 책을 읽어 보면 막상 생각보다 건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워렌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 가운데 칼빈주의자도 있었는데, 칼빈주의자인 존 파이퍼가 ‘면죄부를 준다’는 비난을 무릅쓰면서도 워렌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의 책에 대한 칼빈주의자들의 (맹목적) 비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적도 있다.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파이퍼와 워렌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오히려 (거룩한 모습을 하고 추문을 일으키는 사람도 많은 마당에) 그가 예상보다 개인적인 도덕적 흠이 없으며 버는 수익의 90%를 헌금한다는 걸 알면(남은 10%도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그에 대해 가졌던 내 인식이 혹시 사회적 압력으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 스테디셀러 큐레이터 

설요한 | 어쩌다 보니 출판편집자. IVP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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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진심을 읽어봅니다 - 7-8월 신간 한번 잡솨봐

주로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통해 책 정보를 확인합니다. 종교/역학 카테고리에서 출간일 순으로 정렬하면 하루에도 수십 권씩의 책이 올라옵니다. 듬성듬성 메모해 두었다가, 15일이 다가오면 다시 한번 쭉 살펴 소개할 책을 고르는데요, 이번 달에 소개할 책들을 고르다 보니 유난히 저자나 출판사의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 많았네요. 책에 담긴 진심이 독자들에게 잘 읽히기를 바라며, 저도 진심을 담아 소개합니다. 

책의 순서는 작성자의 의도와 관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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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이문재 엮음, 달 펴냄, 14,000원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

언제 어디서 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이 시구를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내 기도는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는 감히 내 기도의 회심이었다. 시인의 시를 탐독하며 이분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들이 기도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생각했었고, 함께 기도했었다. 그런데 시인이 오랫동안 읽고 드려온 기도에 관한 시들을 모아 펴냈다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단숨에 읽을 책이 아님을 알면서도 단숨에 읽었고, 이 시들을 천천히 곱씹어 기도하려면 또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벅참과 막막함을 동시에 느꼈다. 좋은 시들도 감사했지만, 백미는 책 마지막에 실린 엮은이의 글이다. 사회적 영성의 의미와 수행에 관해 이만큼 구체적으로 쓴 글을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히브리어의 시간

송민원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14,000원

고대 근동학, 그중에서도 특히 히브리어를 비롯한 고대 셈족어를 연구하는 학자는 어떤 사람일 것 같은가? 소개된 이력으로만 송민원 교수를 접했을 때 내가 가졌던 선입견이 있다.(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책을 읽으면서 선입견은 깨졌다. <지혜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문장, "하나님은 단순한 분이 아닙니다. 그분의 지혜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름답습니다"는 아직도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송민원 교수는 오래된 언어를 단지 연구할 뿐 아니라 언어에 담긴 긴 시간의 결을 느끼고 음미하는 사람,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히브리어의 시간>은 ‘히브리어에 대한 많은 정보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라 소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개는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 딱 좋은, 부적절한 소개다. 이 책은 긴 시간과 그 속에서 지혜와 아름다움을 찾고자 노력한 사람의 분투가 담긴 책이다.

 

C.S루이스의 인생 책방

홍종락 지음, 비아토르 펴냄, 17,000원 / 전자책 12,000원

번역가 홍종락 선생님이 루이스에 대한 책을 냈다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루이스야 워낙 유명하고, 루이스 번역가로서의 홍종락도 워낙 잘 알려져 있지 않나. 나올만한 책, 당연히 괜찮은 책이겠거니 했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과 루이스의 글이 적절히 어우러진 에세이, 루이스의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 루이스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로 이루어진 구성은 흠잡을 데 없는 책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예상을 비껴가지 않고 뻔하게 좋은 책은 조금 들춰보고 마는 편인데, 이 책에는 눈길이 머물고 자꾸 들추게 되더라.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이 책이 ‘실용적’이면서 ‘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 결론 내렸다. 먹고사는데 쓸모 있는 실용성은 아니지만, 이 책은 ‘루이스처럼, 루이스와 함께, 루이스를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하겠다는 목표에 충실하고, 정확히 그 목표를 이루기에 이보다 실용적일 수 없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저자가 얼마나 루이스를 진심으로 대하며 그와 교제해 왔는지 진심을 충분히 전한다. 루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전하고, 루이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반짝이는 매력을 전하는 멋진 책이다(다만 마지막에 부록처럼 실린 책별 줄거리는 사족이 아니었을까?!).

 

천국은 이웃의 발 아래

이재영 지음, IVP 펴냄, 12,000원

출판사는 이 책을 ‘40년의 공동체 생활이 가르쳐준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소개한다. 그 공동체가 어떤 지향을 두고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는다면 그냥 입바른 소개 문구에 불과한 말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보면 40년 지혜라기에는 밋밋한 느낌도 있다. 글이 논리적이지 못하다거나 신학적 깊이가 얕다는 등의 비판을 할 수도 있겠다. 혹시나 이런 이유로 반박 시 님 말 맞음… 이 책의 배경이 된다는 오두막 공동체는 유명한 공동체도 아니고, 이 책도 대단한 깊이나 세련된 통찰을 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출판사의 소개는 입바른 홍보문이 아니며, 이 얇은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나도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는 못하겠는데, 이렇게 설명해 보면 어떨까 싶다. 공교롭게도 IVP에서 며칠 간격을 두고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책과 ‘십자가와 그리스도인의 영적 형성’에 대한 책이 나왔다. 이 책들도 모두 소개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이다. 하지만 나는 그 책들에 담긴 내용이 밋밋하게, 그러나 편안한 방식으로 이 책에 녹아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책들을 제치고 이 책을 소개 목록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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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고 두려움 없이

데이비드 테일러 지음, 윤종석 옮김,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19,500원

이 책은 유진 피터슨의 학생이었던 데이비드 테일러가 수업 마지막에 피터슨에게 던진 질문, “박사님,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피터슨은 “데이비드, 내일 시편 1편을 읽게, 다음 날은 2편, 그다음 날은 3편을 읽게. 끝까지 다 읽거든, 다시 시작하게.”라고 답했고, 그래서 테일러는 그렇게 읽고 결국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게다가 저자는 U2의 보노와 유진 피터슨의 만남을 주선하고 영화로 만들기도 했고, 그 덕에 둘이 각각 서문과 후기를 썼다. 대단하지 않은가? 시편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쓴 월터 브루그만도 이 책을 ‘매력적인 시편 입문서'라고 추천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도 아니고, 시편 때문도 아니고 그냥 목차 때문이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늘 내가 고민하는 덕목이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는 목차를 보고 나는 딱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시편과 함께 그리스도인의 신앙, 일상, 세계를 매끄럽게(seamless) 연결하려는 저자의 노력에 공감했고, 나도 시편을 매일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저자는 정말 매일 시편을 읽었을까? 내 생각에 저자는 정말, 매일, 꾸준히, 꽤 오래 읽은 것 같다. 그럼 나는…?

 

이것도 하나님의 말씀인가?

재클린 랩슬리 지음, 정대준 옮김, 도서출판100 펴냄, 16,800원 / 전자책 12,800원

소위 ‘OOOO의 눈으로 성경 읽기'는 꼭 필요하지만 한편 위험한 일이다. 해석자가 이미 갖고 있는 관점이 선명하게 작용할수록 텍스트를 왜곡시킬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100% 순수한 텍스트 읽기를 지향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올바르지도 않다. 성경 해석에 있어서는 텍스트와 그 외부의 관점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고, 그 상호작용이 다양한 파동으로 일어날 필요가 있다. <이것도 하나님의 말씀인가?>는 페미니즘의 눈으로 성경 읽기 중에서도 비교적 텍스트에 충실한 읽기를 지향하는 책이다. 저자는 ‘의심의 해석학’이 아니라 ‘정보에 기반한 신뢰의 해석학’을 주장하며 구약에서 여성 이야기가 등장하는 본문 네군데를 골라 ‘말씀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청한다. 조금 딱딱하고 어려운 면이 있지만 아주 작은 실마리로 텍스트 속에 감추어진 속삭임이 어떻게 우리의 기존 이해를 뒤집어 버리는지 꽤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정하고 시작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핸드북

데이비드 잰슨 지음, 최태선 번역, 30,000원

이 책은 제목부터 사전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작정하고 시작하는’으로 번역한 intentional community는 특정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운동으로 계획되고 설계된 공동체로서 특히 공간까지 공유하는 주거공동체를 의미하며, 주로 ‘계획 공동체' 혹은 ‘의도적 공동체'로 번역한다. 거기에 christian을 붙였으니 영적일 뿐 아니라 물질적인 것까지 공유하는 신앙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이 책은 ‘마을을 이루어 실제로 함께 살고 싶은 그리스도인(혹은 교회)를 위한 핸드북’이 되겠다. 북미에서 오랫동안 공동체 운동을 해 온 저자가 2000년대 이후 ‘신수도원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부상한 젊고 새로운 공동체들(쉐인 클레어본의 심플웨이,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의 룻바하우스 등으로 대표되는)과 교류하며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체를 시작하는 열망을 분별하는 단계에서부터 성숙한 공동체로 발전해가는 단계를 하나씩 짚어가며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그 과정에서 해결해가야 할 내용을 설명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한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적 공동체’ 이상의 그 어떤 것을 원하는 교회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인사이트를 주며, 무엇보다 말 그대로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 공동체를 이루고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실제적인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다. 물론 미국 상황과 한국 사이에 간극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교회 공동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챙겨보면 좋겠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책 소개 어떻게 보셨나요? 다음 9/1 메일에는 평범하고도 새로운 이웃의 이야기로 찾아갈게요. 추천과 공유 환영합니다!

지난 메일링에 남겨주신 소감도 한번 소개해드릴게요.

  • "유미 님 짱! “교회는 애증의 공간,” “낙후된 종갓집,” “입 닫고 귀 닫고 꾸역꾸역 살다가 겨우 탈출,” “모두 박살 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요런 표현들 맘에 와 닿아요. ^^" _ 서윤이랑→ 저희도 외칩니다, 유미 님 짱!!! 
  • "인터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신앙과 가치관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책 소개해주는 것 너무 좋습니다. 책 리스트에 꼭 저장해두고 읽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 이용하는데 3권중 꼭 1권씩은 있어서 더 좋습니다~^^ 틈 화이팅! 도 틈틈이 화이팅!" _ 루미아니 →루미아니 님도 책을 좋아하는 분이시군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루미아니 님도 화이팅!

메일 매거진 ‘틈’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읽으시고 든 생각, 의견, 이런 사람 혹은 이런 책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질문 모두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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