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그런 장면 있잖아.
남자 주인공이
I love you
라고 하면 여자 주인공이 감동의 바다에 빠져서 엉엉 울면서 남자 주인공의 목을 껴안고는
I love you too
라고 하는 장면. 그리고 The End 라고 눈이 날리면서 마무리 짓는 그런 장면
우리나라에선 꽤나 '사랑해'라는 말을 허물없이 하는 편인 것 같은데, 서양의 경우에는 I like you 라고 한 다음에 진짜 '사랑'을 할 때 I love you 라고 한대.
(난 그것도 모르고 옛날에 외국인 남자한테 I love you 라고 했다가 그분이 아주 당황하심.. 벌써?! 라는 눈빛으로)
이렇게 사랑이라는 감각은 문화마다, 사람마다, 사랑의 단계마다 너무 다른 것 같아. 사실은 나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그런 말 있잖아, 사랑하게 되면 좋은 것들을 보면 그 사람의 얼굴이 겹쳐보인다고. 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그 때야 비로소 사랑이라는 것이 성큼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어제 소설을 읽었는데 너~무 공감되는 말이 있는 거야.
이 문장처럼 사랑이라는 말은 때로 이미 비어버린 너와 나 사이의 공백을 채워넣기 위해 욱여넣는 푹신거리는 단어가 되기도 하지.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외계인도 사랑이라는 것을 할까?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외계인 학자가 지구의 모든 언어를 번역하려고 들 때 사랑을 어떻게 번역할까?
번역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삶과 생각의 덩어리들을 언어로 옮기는 과정이래. 그 단어에 담긴 번역가의 삶과 마음도 함께 옮겨지는거야.
그 외계인 학자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사랑'의 번역도 달라지겠지.
만약 외계인 언어학자님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른다면 사랑은 어떻게 번역이 될까? 외계어 중 '돌'을 뜻하는 단어로 옮겨질 수도 있고, '달'을 뜻하는 단어로 옮겨질 수도 있고, 사랑이라는 것이 지구에만 존재한다면 '지구'를 뜻하는 단어로 옮겨질 수도 있겠네.
흠... 먼 훗날 지구가 외계인에게 침공을 당한다면 부디 그 외계인 언어학자님께서 사랑이라는 감각을 경험해보신 분이길. 지구에는 사랑이라는 감각 없이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나 많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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