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나의 선택 1편, 인식의 상대성

2022/07/10 일요일 성실한이야기 #13. 성과 나의 선택 1편, 인식의 상대성

※이 글은 성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제작되지 않았음을 먼저 안내드립니다.

구독자님, 오늘의 주제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질문드리겠습니다. 

혹시 성추행과 성폭행의 차이를 아세요? 앞서 한 질문은 초등학생 성교육 후 양육자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성폭행’이나 ‘성추행’같은 단어의 뜻을 물어볼 때 어떻게 하냐는 것입니다.

‘성관계부터 설명해줘야하나’

‘성범죄같은 부정적인 개념을 먼저 알려줘도 되려나’

‘설명해주니까 따라하면 어쩌지’

많은 고민하게 하는 아이들의 질문, 과연 성범죄에 대한 단어를 어디서 접한 걸까요?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tv를 봐도, 인터넷을 봐도 있는, 뉴스.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성범죄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면서 성범죄와 관련된 단어를 듣게 됩니다.

뉴스레터를 위해 기사를 찾아보면서도 성범죄 기사는 유사한 경우가 많아 전부 공유해 드리지 않았는데요. 최근 점점 유형이 다양해지고, '이런 사건까지 일어난단 말야?' 라는 위기의식이 드는 사건이 생기면서 성범죄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론부터 함께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또는 누군가의 불편했던 일화를 통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오히려 다들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는 기본적인 성범죄 구분부터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이야기까지 차근차근 이해해봅시다.

성범죄,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성추행’과 ‘성폭행’의 정의를 알고 구분하는 게 중요할까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성범죄의 구분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동의 없이, 나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만지는 것은 불편하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성적인 동의를 이해할 수 있는 2분 가량의 짧은 영상을 공유합니다. 설정에서 한글 자막을 추가하여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 글을 읽는데 더욱 도움이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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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불편하다는 사실을 바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불편감을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상대방의 의도는 그게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불편해하면 예민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죠. 범죄 피해 사실을 표현할 때 필수적이었던 '성적수치심'도 이제는 '불쾌감'이라고 바꾸었어요.

우리는 약간의 불편감도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내 몸의 권리는 나에게 있는 것이고, 이것은 인권의 부분입니다. 상대방의 의도가 아니라 내가 중요한 것인데, 한국 사회의 문화는 내 의견을 말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영향도 받고 있어요. 서양에 비해 신체 접촉에 대해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의 의도가 불분명한데 티 내도 될까 고민을 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더욱 말하기 어려워 지기도 합니다. 인식이라는 것은 항상 변화하며, 성교육과 성에 대한 인식에도 세대 차이가 느껴지곤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로 인식의 상대성을 확인해볼까요?

인식의 상대성, 시간과 문화에 따른 차이

성에 대한 인식은 시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와 결혼시키는 것이 흔했기 때문에, 자신을 거절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시기도 있었고, 성교육 시간에 사탕을 먹으면서 순결을 서약하던 시기도 있었죠. 조선시대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시나요? 아직 그 산증인들이 남아있는 당시에는 당연했던 문화입니다.

드라마에서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로맨틱하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 그런 장면을 보면 저게 뭐냐고 웃는 아이들이 더 많아요. 20년 전만 해도 아이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거나,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걸 넘어서 얼마나 컸는지 보자며 손주의 성기를 만지는 것이 당연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가볍게 이야기할 정도로 ‘여자의 NO는 내숭이다’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성교육 이전에, 성적인 동의에 대한 개념조차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던 시절이죠. 그 당시와 달리, 우리는 더 많이 고민을 하면서 문화를 바꿔왔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시간이 아니라, 나라에 따른 차이도 확인해볼까요? 미국에서는 ‘personal spa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나의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로, 가까운(intimate) 사이는 신체적 접촉이 가능한 범위만큼 가깝게, 가족은 45cm 정도, 친구는 1.2m라고 학문적으로 정리를 해두기도 했어요. personal space의 개념이 확실한 만큼, 가벼운 신체접촉에도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도 당연하고, 자신이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접촉하였을 때에는 의도와 상관없이 사과하는 것도 당연한 문화입니다.

외국 영화로 보았을 때는 더 쉽고 편하게 신체 접촉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도 타인의 몸이 닿을 수 있을 수준이라면 지하철에 추가 탑승하지 않을 정도로 personal space를 지킵니다. 만약 정말 급해서 타야 한다면, 벌 서듯 가방을 머리 위로 올려 드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소지품조차 타인에게 닿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을 상상해보세요. 가끔은 이름조차 모르는 누군가의 허벅지 사이에 끼어있게 되는 9호선의 러시아워는 많은 사람에게 악명높죠.

문화는 한순간에 변하지 않지만,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도 문제 의식이 생기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에 동의하면서 변화를 요구하고, 다른 문화가 정착합니다.

맞아 그런 시기가 있었어. 세상 참 많이 변했네 하고 끝내기보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성교육이 대중화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교육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교육 현장에서 더 많은 분을 만나지 못하니까, 이렇게 뉴스레터를 비롯한 다방면의 접점을 만들면서 성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더 성에 대한 관심이, 생활에 너무 많은 영향을 주는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작은 파장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이번 레터는 처음으로 기사가 아니라, 이론적인 것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어떠셨는지 의견을 남겨주시면 다음 레터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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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도 性성실한 이야기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