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서흘입니다.
서서히 뉴스레터의 첫 장을 열게 되어 인사드립니다.
여기는 제주에서 시작된, 세 명의 글쓰기 모임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제주에 살고 있고,
매주 월요일,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들 사이에서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문장이 되기를 바라며,
이 첫 편지를 띄웁니다.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오늘의 주제>
"제주의 여름"
❶ 서나 - 제주 여름 낭만 위시 LIST
❷ 서흘 - 여름이 좋아진 이유
❸ 서림 - 한 여름의 유배 (에세이)
1. 제주 여름 낭만 위시 LIST
서나
제주의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해요.
사실 여름은 제게 그다지 반갑지 않은 계절이었는데요.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 계절을 사랑하는 이들 덕분에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겨울이 되면 또다시 더운 여름이 그립다며
잊고 지낸 여름의 조각들을 찾게 될 터이니,
매해 반복되는 계절이라면
'행복한 여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각 하나쯤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죠.
그래서 제가 제주에서 즐기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 보았어요.
이름하여 '제주 낭만 위시 LIST'
<제주 낭만 위시 LIST>
1. 노을이 물든 바닷가 앞에서 치킨 먹기
2. 오름에 올라 수평선 바다 바라보기
3. 비 내리는 날, 돌집 카페에서 혼자 노래 듣기
4. 디지털카메라나 필름카메라로 ‘올여름’ 기록하기
5. 초록 숲 사이에서 바람 소리 들으며 독서하기
6. 새벽 감성에 잠긴 바다 보며 일출 맞이하기
7. 조용한 해변에 앉아 해가 지는 순간 영상으로 담기
8. 계획 없이 버스 타고 한적한 마을 카페 찾아가기
9. 플리 하나 만들어 해변에서 이어폰 끼고 걷기
10.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깔고 낮잠 자기
11. 바닷가에서 맨발로 걸으며 모래사장에 내 발자국 남기기
12. 바닷가 편의점 앞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기
13. 동네 슈퍼에서 수박 한 통 사서 마당에서 나눠 먹기
14. 빙수 한 그릇 혼자서 다 비우기
15. 제철 과일 활용해 나만의 여름 디저트 만들어 보기
16. 노을을 배경 삼아 야장 테이블에서 혼맥하기
17. 비 오는 날, 유리창에 빗방울 흐르는 모습 보며 ‘비멍’ 때리기
18. 한밤중, 선풍기 바람 맞으며 일기 쓰기
19. 풀벌레 소리 들으며 밤하늘 별 보기
20. 밤바다 드라이브하기
땀과 습기로 가득한 계절이지만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알려준 제주의 여름.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작고 반짝이는 여름 조각들로
소소한 행복들을 자주 누려보기로 해요 !
2. 여름이 좋아진 이유
서흘
나는 여름이 싫었다.
여름마다 열병을 앓았다.
여름은 너무 뜨거웠고, 나는 더위에 너무 빨리 지쳐버렸다.
내게 여름이란, 더워서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계절이었다.
그러다 제주에서 처음 여름을 마주했을 때, 그 충격은 엄청났다.
발이 닿는 곳마다 모든 곳이 푸르게,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제주지만, 제주의 여름은 과연 압도적이었다.
그 장면들을 잊을 수가 없어, 나는 무더위를 견디며 여름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름이 싫었다.
하지만 제주 덕분에,
여름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되었다.
<여름을 좋아하게 만들어 준 곳들 LIST>
1. 김녕 바다
제주에서 가장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이른 아침에 걸으면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의 조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2. 안친오름
윈도우 초원 뷰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들판. 맑은 날 방문하면 그림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3. 백약이오름
속이 시원하게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오름 뷰. 주차장에서 1분 컷 가능한 명소.
4. 길갈팜랜드
말과 오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푸른 풀밭에 연못과 수국까지.
동화 같은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3. 한 여름의 유배
서림
전 여름을 지독히도 싫어했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고, 햇볕은 따갑고…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계절이라 생각했었죠. 멈추면 뒤쳐질 것 같다는 불안에 스스로에게 벅찬 일을 계속 건넸어요. 타고 있는 자신을 외면한 채 그저 ‘해야 하니까’, ‘지금 아니면 늦어버리니까’ 하는 이유로 쉬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를 둘러싼 계절은 매년 바뀌고 있었지만, 제 마음은 줄곧 뜨거운 여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작년 여름 스스로를 유배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살아 보기로 했어요. 그저 1년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제주도에 오고 첫 두 달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스태프로 지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제주에 내려온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어요. 날이 더우면 훌쩍 바다로 수영하러 나가고, 하늘이 맑으면 옥상에서 불을 피워 마시멜로를 구워 먹던 밤도 있었죠. 정말 자연에 나를 맡기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 여름은, 제가 지독히도 싫어했던 계절을 조금 다르게 기억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돌아가는 날이 오더라도, 저는 아마 그 여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기억들을 그늘 삼아, 저는 앞으로 다가오는 여름도 버텨 보려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잊을 수 없는 여름의 추억이 있으신가요?
제주의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하나 추천해드려요.
플레이브의 『여섯 번째 여름』인데요.
노래 전체가 한국말로 이루어진 예쁜 곡으로, 가사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공유해 봅니다.
- 혼돈 속을 지나면 반짝일 거라고
- 소나기가 내려오면 이건 잠시뿐일 거야
- 마지막 땀방울의 결말은 헛된 길이 아닐 걸 잘 알아
- 속도를 올렸어, 망설이다 전부 다 놓쳐 버릴까 또
여름은 그런 계절이잖아요. 더 빨리 지치고, 답답함과 좌절을 반복하지만, 땀방울 끝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마는 그런 계절이요. 그래서 이 노래가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노래가 마음에 드신다면, 최근에 발매한 『카쿠렌보』도 추천드려요.
여름의 모든 청량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인 <제주의 여름>은 어떠셨나요?
이번 주제로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놀랍게도 저희는 모두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더라고요.
하지만 제주에서 여름을 맞이하며,
조금씩 여름에 물들어가 여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만약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제주의 여름을 처방해 보실래요?
다음 주 주제는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서서히 뉴스레터 https://maily.so/seoseo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