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Ep 15.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

우리가 사랑한 제주, 그 안에서 기억되는 낭만 기록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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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매주 월요일, 제주의 세 작가가 전하는 제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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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은 ? " 

 

안녕하세요제주에서 낭만을 수집하며 살아가는, 제주토박이 서나입니다.

저는 평소 낭만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요.

어쩌면 그건,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서도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제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제주에 살다 보면, 그 낭만의 형태는 매일 달라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밭일 때도 있고,

노을빛에 물든 바다일 때도 있고,

혼자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일 때도 있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을 주제로,

제주살이 1년차, 3년차, 그리고 제주 토박이인 저의 글과 더불어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려 합니다.

 

누군가의 낭만이 또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

함께 모은 낭만의 조각들로 완성한, 제주의 이야기.

이 편지가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여운으로 남길 바라요.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오늘의 주제>

"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은 ? "

 

  서흘 - 별이 빛나는 밤에

❷  서나 - 잊지 못할 그날의 노을

  서림 - 비 내리는 날의 바다 수영

 


 

1. 별이 빛나는 밤에

 

서흘

 

예전에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 언제였는지?” 묻는 질문을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잊지 못할 답을 얻었어요. 서우봉에 올라가 벤치에 누워서 별을 바라보았는데,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밤 풀숲의 서늘한 공기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 빛나는 별들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아 언젠가는 나도 꼭 오름에서 별을 봐야지 이렇게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밤에 제주에서 오름을 방문하는 일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어느 날, 제게도 밤에 오름에서 별을 볼 일이 생겼습니다.

왜 그날 저희의 목적지가 그곳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도두봉은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가 아니었거든요. 아마 동선상 맞는 곳을 방문했던 것 같은데, 일몰이 예쁘다고 해서 노을 질 시간을 맞춰서 방문했어요. 노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름을 뛰어올랐더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라 잠시 벤치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쉬었다 내려가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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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구경하던 가득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해가 지고 나자 붉은빛과 푸른빛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차가운 밤공기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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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우봉에서 별을 본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누워서 별을 보고 싶다고 하니, 여기서도 가능하다고 해서 냅다 벤치에 누워 별을 바라보았어요. 도시 전경 위에서도 별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그날 일몰부터 별이 뜰 때까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우봉에 올라 밤에 별을 보았던 분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도두봉을 내려올 때 뒤돌아보니, 공터에서 넓게 펼쳐지는 야경과 이르게 피어난 벚꽃에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꼭 청춘의 한순간에 있는 기분이었달까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도,

그날 도두봉에서 별을 보며 이야기하던 순간이 자주 그려지곤 합니다.

아마 다시 오름에서 별을 본다고 해도 그런 감상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2. 잊지 못할 그날의 노을

 

서나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날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 저는 마음이 꽤 지쳐 있었고, 말로 다 꺼내지 못한 일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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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그날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아침부터 부지런히 만나, 오전엔 '신도리'라는 마을에서 해양쓰레기를 함께 주웠어요. 돌고래 스팟으로 유명한 동네인데요, 아침부터 쓰레기를 주우니 뿌듯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저녁엔 '북촌리'에 있는 숙소로 향했어요. 숙소에 잠깐 들러 짐을 두고, 근처 동네 산책이라도 할 생각에 차를 타고 제법 바삐 움직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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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한 바다와 노을빛이 참 예쁘더라고요주황빛으로 물든 윤슬을 보고, 당장 차를 멈춰 세웠어요그리고는 친구와 돌바닥에 걸터 앉아, 바다와 노을을 한참 바라봤답니다시간은 짧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바다 위로 반짝이는 빛, 동네 포구를 천천히 산책하던 강아지아무 말 없이 함께 앉아 풍경을 감상하던 친구까지— 모든 게 그날의 풍경이 되었어요.

그날의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건, 정말 그 순간이 특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마음이 힘들던 내가 위로 받고 싶어서 더 낭만적으로 느꼈던 걸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분명한 건, 그날의 노을을 보며 낭만이란 이런 거지하고 느꼈다는 거예요행복은 거창하지 않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요.


제주는 그런 행복을 자주 선물해주는 곳이에요.

유명한 장소가 아니어도, 우연히 마주한 풍경 하나가 마음을 다독일 때가 있으니까요그때의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터라풍경에 감동하고 위로 받으며 제주의 낭만을 느꼈는지 몰라요어쩌면 하루의 틈새에서도나만의 노을 같은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면 제주가 아니더라도 괜찮을지도요.

작은 것에 감동하고, 소소한 풍경에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마음.

그게 제가 제주에서 배운 가장 낭만적인 일이에요.

 


3. 비 내리는 날의 바다 수영

 

서림

 

제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하고 있을 당시였습니다.

 

바다에 자주 놀러가며 거의 살다시피하는 스텝 한 명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다같이 바다 수영을 하러 가자며 제안을 했고, 그날따라 유독 체크인을 하는 손님이 적었던지라 다같이 의기투합해 아침 청소를 한 후, 놀러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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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컷 재밌게 놀기 위해서는 일단 배부터 든든히 채워야하겠죠. 저희는 근처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날 간 곳은 제육덮밥밖에 안먹는 게하의 남자 스텝들도 다들 맛있다고 극찬을 하며 입을 모았던 곳인데요. 바로  라스또르따스라는 이도이동의 유명한 타코집입니다. 딱 점심에만 영업을 하는데다가, 이미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서 웨이팅까지 있는 곳이라 최대한 오픈시간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드리는데요. 육즙 가득한 고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한 잔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한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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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선 제주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에이바우트에 들러 시원한 음료를 한 잔씩 사고, 바다 수영을 할 장소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 날 간 곳은 신촌포구라는 곳였는데요, 관광객보다는 제주도민들이 자주 수영을 하러 오는 곳이라 그런지 제가 지금까지 가봤던 일반 해수욕장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이빙을 하러 온 어린 학생들이 참 많아 활기찬 분위기였고, 수영을 잘 못하는 저이지만 게하 사장님께 빌린 구명조끼와 튜브를 단단히 끼고 열심히 물을 저으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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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정신없이 물 속에서 놀다 차가워진 몸을 잠시 쉬게 하려 텐트로 들어가니 다양한 간식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맛을 돋구는 짭짤한 과자들부터 몸을 녹여줄 뜨끈하고 칼칼한 라면. 그리고 후식으로 먹을 설탕 토마토까지. 집에서도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물놀이를 마친 후 다같이 먹는 이 맛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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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히 배를 채우고 2차로 바다에 들어가려고 했던 순간..!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줄기와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텐트가 날아갈 듯이 흔들렸고, 저희는 한명씩 한 기둥을 맡아 텐트를 지키며 서둘러 짐을 정리했는데요, 비록 물놀이는 짧게밖에 못 즐겼지만 스텝들과 다같이 온 몸으로 텐트를 잡으며 짐을 치우던 이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입으로는 우리 진짜 운 없다를 외치지만 다들 은근히 웃고 있던 표정들이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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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하로 돌아와서 뜨뜻한 물에 바다의 짠기를 씻어보내고, 고프로로 찍은 영상을 돌려보며 방금 만든 추억을 돌려보았습니다. 고작 몇 시간이 되지 않은 기억인데도 스크린을 통해 보면 괜히 추억에 젖는 기분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저녁엔 다같이 고기를 구워 먹고 빠빠라기라는 제주도의 유명한 빙수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는데요.

 

비 오는 날의 바다 수영부터 에이바우트, 빠빠라기까지. 저에겐 제주의 낭만을 전부 이룬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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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서히 구독자님이 전해주신 제주의 낭만 >

 

이번 주 주제에 맞춰 보내주신 사연 중, 세 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사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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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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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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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연을 보내주신 모든 구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주의 크고 작은 순간들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낭만이 또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함께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이 참 특별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뉴스레터를 통해 제주에서 느낀 소소한 행복과 일상의 낭만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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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 주제인 <제주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은 어떠셨나요?

 

이번에는 특별히 서서히 구독자님과 함께 엮어보았는데요. 덕분에 더욱 다채로운 글이 되었답니다.

 

사실, 낭만은 꼭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지 않아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천천히 마음을 들여다볼 때, 우리 곁에 머물러 있죠. 제주의 사소한 풍경과 조용한 순간 속에서 나만의 낭만을 발견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기쁨을 함께 느끼길 바라요. 이렇게 우리 모두의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 주제는 <제주에서 운전하며 살아남기>입니다.
제주에서 운전하며 느끼는 제주의 풍경과 운전&렌트 팁들을 다룰 예정이에요.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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