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 장만 했습니다

시네마세로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2026.08.18 |

구독자님은 원하던 일을 이루었는데도,

‘이게 아닌데’ 싶었던 적 있으세요?

 

저는 20년 전 영화 일을 시작해서 그토록 바라던 영화 제작자가 됐습니다.

상업 영화도 두 편 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남들은 영화 현장이 그렇게 즐겁다는데, 저는 매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울면서 갔거든요.

 

1. 꿈을 이뤘는데, 왜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 현장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는 현장에만 가면 힘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수십 명이 동시에 움직이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끊임없이 터지고, 그 자리에서 사람과 돈과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곳. 제작자라면 그 혼란을 즐겨야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촬영 전날부터 겁이 났고, 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좋아서 선택한 영화인데 왜 영화 만드는 곳에 가는 게 이렇게 괴로운지, 저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영화인이 맞을까?’

저는 사실 이 질문을 꽤 오래 품고 살았습니다.

 

2. 마흔을 넘어서야 알게 된 '나'라는 사람

 

거기에 영화 시장까지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 직전에 2조 원 가까이 찍었던 극장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거든요.

저는 이 흐름이 콘텐츠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흐름과 같은 궤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SNS 계정을 열고 유튜브도 했습니다.

마침 ‘스레드’가 막 문을 열 때라, 덕분에 팔로워도 늘릴 수 있었고 온라인 생태계라는 걸 몸으로 겪어볼 수 있었어요. 

어쩌면 이때 영화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천만 영화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유튜브 인터뷰를 한 적도 있네요. 

1년 전 '필름메이크어스'라는 채널과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1년 전 '필름메이크어스'라는 채널과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보란 듯이, 제 후배가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네, 이 영화 맞습니다. 제가 제작한 영화 <연애빠진로맨스>의 피디가 창업한 제작사의 첫 제작 작품이에요. 진짜 '영화제작자'같은 제작자였어요. 진심 축하하고, 너무 부럽다! 
네, 이 영화 맞습니다. 제가 제작한 영화 <연애빠진로맨스>의 피디가 창업한 제작사의 첫 제작 작품이에요. 진짜 '영화제작자'같은 제작자였어요. 진심 축하하고, 너무 부럽다! 

한국 영화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냈어요.

시장이 흔들린 만큼 제가 흔들렸던 건 아닐까.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산업 전체를 냉정하게 전망한 것 같았지만, 어쩌면 제가 제작을 계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산업의 위기에서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배의 성공을 보고 촬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만들던 프로그램을 빨리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이 때 저는 방구석에서 바이브 코딩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그동안 제가 해온 영화 일에 AI를 붙여보는 정도였어요.

먼저 시놉시스를 장편 시나리오 초고까지 발전시키는 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만들고 보니, 제가 오랫동안 해온 ‘시나리오를 읽고 약점을 찾는 일’도 프로그램으로 옮겨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평가 프로그램까지 만들었습니다.

현장에 갈 때는 울면서 갔는데, 이 일을 할 때는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이어서 만들고 싶었어요.

그제야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영화 일을 안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걸요.

촬영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대신, 저는 검은 화면 앞에서 영화 만드는 도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3. 드디어 집을 장만했습니다. 

 

‘시네마세로’라는 이름으로 SNS 활동을 시작하면서, 온라인에 제 영역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온라인에서 친구들이 생기는 것도 너무 즐겁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역시 저는 방구석 오타쿠였…)

그러면서 보이는 것도 있었어요.

생각보다 시나리오 작가님들이나, 업계 지망생 분들이 업계에 대해 모르시는 부분이 많고,

잘못된 정보도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더라고요.

이분들 모두에게 ‘프로듀서’ 한 명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SNS는 결국 플랫폼 회사에 얹혀사는 자리라, 거점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시네마세로'가 모두의 프로듀서가 되어 드리기로 했습니다.

온라인에 집을 지은 것도 그래서고요.

[시네마세로] 홈페이지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 집에는 지금 제가 만든 두 가지 도구가 들어와 있습니다.

  • 시놉시스를 시나리오로 발전시키는 작성 프로그램은 오픈소스로 모두 풀어두었습니다.
  • 내 시나리오의 구조·캐릭터·대사·영상미·독창성 가운데 어디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자가진단'은 가입도, 원고 업로드도 없이 3분이면 됩니다.
  • 제가 그동안 영화 시나리오 평가에서 발견한 열네 가지 반복 패턴도 ‘시나리오 약점 도감’으로 정리해두었어요.

 

이제야 제 작업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보니, 정말 집을 장만한 기분입니다.

영화 제작자로 살며 찾아 헤맸던 제 자리가 촬영장이 아니라 온라인에 있을 줄은 몰랐지만요.

 

그럼, 구독자님! 세로의 편지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뭐든지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답장을 보내주세요.

사이트 개설에 대해 궁금한 점도 좋고

사이트에 있는 시나리오 자가 진단을 해보시면서 궁금하셨던 점도 좋습니다. 

사이트에 있는 정밀진단 리포트나 멘토링에 대해 궁금하신 점도 좋고요.

 

여러분 모두의 프로듀서가 되어 드리고 싶은 세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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